내 마음이, 칼처럼 날카로운 그의 글끝에 베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장자이야기(장일순/이현주 목사의 대담)를 읽다가 약간 느려지는 것 같아서, 틈틈이 보려고 손석춘의 '아직 오지 않은 혁명'을 꺼내 읽었다. 장자이야기는 어려운 한자에다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자취를 좇아 가려면 연필 꽉 쥐고 밑줄 긋고, 모르는 건 물음표를 그려가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적어도 내 수순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아직 오지 않은 혁명'은 그래도 명색이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나에게도 낯선 우리말들이 무척 많이 나와서 당혹스럽다. 대충 앞뒤 구절의 문맥적 의미를 살펴서 대강의 뜻이야 짐작할 수 있지만, 정확한 뜻을 짚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짧은 단문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의 칼럼은 읽는내내 사람을 긴장시키고 흥분시킨다.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고, 생각을 집중시키기를 요구한다.
어떤 사람은 논리를 너무 단순화시켜서 '유치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일방적인 주장'만 강요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또 전체적인 맥락의 이해보다는 낱말이나 글자를 가져와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타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의 곧은 역사의식이 뚝뚝 묻어나는 글들을 읽으면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넌 어떻게 살고 있니?' 세상 어떤 것에도 주눅들지 않고, 해야할 말은 하고야 마는 그의 용기 앞에 나는 옷깃을 여미며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 -'제대로 살고 있니? 손석춘의 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아마 알 것이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언론개혁'을 위해 싸워온 사람인가를... 그의 글들에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가를...
예전에 그가 쓴 소설 '아름다운 집'을 읽은 적이 있다. 처음에 그 소설을 읽기 전에 '아이~! 기자가 무슨 소설이야? 소설은 아무나 쓰는가 보지?' 이런 가소로운 생각을 했다가, 어쩌다가 그의 소설을 읽고 나서 그 때의 짧았던 생각이 한없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그만큼, '아름다운 집'도 멋진 소설이다. 그러나 '조/중/동'에서는 일언반구 한마디도 없었다고 한다. 저간의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옹근 20년 동안의 기자생활 동안 치열한 역사의식으로 올곧게 살아온 '손석춘'의 존재 자체가 무척 부담스러우리라는 사실만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제 곧 '손석춘'의 "혁명" 시리즈를 리스트로 만들까 한다. 여러 친구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