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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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다나베 서점의 사장인 이와씨와 이와씨의 손자인 미노루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단편집입니다. 예전 "판타스틱" 창간호를 통해 이미 접해본 작품이기도 하죠.

이 단편집의 가장 특이한 점은 중간의 딱 한편을 제외한 나머지 5편이 "책"을 주요 소재로 하여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편은 실제 존재하는 책, 나머지 3편은 작가의 창작물로 보이는데 헌책방이라는 무대 설정과 잘 어울리는 괜찮은 아이디어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작가의 의욕과는 관계없이 두번째 작품 "말없이 죽다"를 제외하고는 이 멋진 설정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과히 인상적이지 못했고요. 물론 이와씨와 미노루 및 매 편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디테일한 심리묘사와 헌책방을 중심으로 한 여러 설정들은 충분한 읽을거리로서 기능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평작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사실 평작 수준이라는 것은 절대 욕을 먹을 수준은 절대 아니긴 합니다. 이 단편집도 실려있는 모든 작품들이 단편으로서는 일반적인 수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라는 것이 좀 큽니다. 여사의 다른 작품들에 비교한다면 부족한 부분만 눈에 많이 뜨이거든요. 이게 바로 거장의 불행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별로 추천할 요소가 없는 평범한 단편집입니다. 재미도 뭐 그냥저냥한 수준이고 추리적으로도 높이 사줄 수 있는 요소가 없습니다. 책 덕분에 벨린저의 대표작인 "이와 손톱"이 국내 정식 재출간되는 길이 열렸다는 의의 이외에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군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과 착각해서 구입한 "혼죠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기에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듭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 요소와 재미, 완성도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유일한 작품 "말없이 죽다"를 꼽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고 크게 재미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딱 한편 때문에 취향도 아닌 다른 작품들을 사 본 격이니 전체 책의 별점도 2개밖에 못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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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노린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4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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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의 시작이자 거두 마츠모토 세이쵸의 장편 소설입니다. 원제는 "눈의 벽"입니다. 번역 제목은 너무 난데없어서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어쨌건, 나름 대표작 취급을 받고 있기도 하고, 정통 사회파 추리물에는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라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세이쵸 같이 다작 작가는 초기작이 후기작보다 훨씬 뛰어난데 이 작품의 경우는 실질적인 장편 데뷰작이기도 하기에 기대를 가질만 했죠.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일단 일반적인 사회파 작품들과는 다르게 경찰 (또는 경찰 출신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고 일반 직장인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가장 특이합니다. 그러나 특이하긴 한데 덕분에 "수사"에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는 사회파 작품들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수사" 부분에서의 정교함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쓰오가 초반부터 단 한번의 미행으로 사건의 배후 인물을 눈치챈다는 설정이나 여러가지 단서가 우연에 기반하고 있는 이야기 전개는 솔직히 너무 쉽게 간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다쓰오의 시점에서 프로와 아마츄어를 언급하며 일반인의 한계를 자주 묘사하는 것은 작가 스스로도 상당히 답답해 하며 작품을 써 나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역시 거장의 작품 다운 느낌도 전해줍니다. 이 작품의 주요 트릭이라고 한다면 일종의 시체 조작 트릭, 그리고몇가지 사소한 단서에서 도출하는 진정한 범인의 정체인데 이 부분은 공들여서 잘 만든 트릭으로 복선도 확실하고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뭐 거의 반세기 이전의 작품이기에 법의학적인 면으로 본다면 좀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시대를 감안해야겠죠.

아울러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 역시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꽤 복선도 정교하게 깔아놓아서 합리적이면서도 상당한 놀라움을 가져다 주거든요. 도쿄역에서 시작하여 나가노현의 촌까지 확장되는 방대한 작중 무대를 역시나 사회파 다운 꼼꼼한 자료조사를 통해 상세하게 묘사한 것 역시 치밀하고 좋았고요. 이 방대한 무대 덕분에 기차 시간표와 지명을 계속 언급함으로써 작가의 전작인 "점과 선" 같은 기차 시간표 알리바이 트릭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 저는 제대로 한대 먹긴 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본다면 기대에 값하는 아주 흡족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분량이 꽤 되는 장편이지만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느낌을 별로 전해주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작가의 데뷰작에 가까운 작품이라 하더라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점 과 선"과 "제로의 촛점"이나 "모래 그릇" 과 같은 초기작 보다는 약간 처지고, "나비성" 이나 "적색등" 과 같은 후기작보다는 나은 중간정도의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물론 당시의 사회상을 잘 반영하여 짜여져 있는 만큼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합니다. 평작이긴 한데 몰입시키는 맛은 뛰어났달까요? 뭐 이런 것이 거장의 실력이겠죠.

저의 별점으로는 3점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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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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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입니다. 이로써 국내에 출간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는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전부해서 "혼진 살인사건", "팔묘촌", "옥문도", 그리고 이 작품이죠.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긴다이치 시리즈는 아니니까 제외하더라도 말이죠.

일단 이 작품은 혼진 살인사건과 팔묘촌 중간 정도에 걸치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혼진 살인사건과 같은 완전 본격물은 아니지만 팔묘촌 같은 모험물 성격도 아니고, 본격과 어느정도의 드라마가 잘 조화된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이러한 작풍은 "옥문도"와 유사한 성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상기 타 작품들과 비교해서 이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은 긴다이치 시리즈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골 촌 마을의 독특하고 기괴한 가족 관계와 유별난 캐릭터들이 비중있게 등장하지 않는 것이죠. 물론 시골 촌 마을과 촌 마을을 지배하는 가문 (유라 가문 - 니레 가문)이라는 일관된 설정(?)은 유지하고 있고, 또 이 가문과 얽힌 여러 인물의 복잡한 인간관계 역시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부 정상적인 성격과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거든요. 외모적으로 장애를 지니고 있는 캐릭터가 한명 나오기는 하지만 비련의 공주같은 캐릭터이기에 다른 작품들 처럼 뭔가 호러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것은 아니기에 작품의 분위기도 한결 본격물에 가까와지는 것 같고 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전해 줍니다.

추리적으로는 총 4건 (과거의 살인까지 5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사건 자체의 트릭은 빼어난 것은 없지만 범인이 과연 누구인가? 와 진상에 대한 추리적 접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요 부분이 아주 잘 전개되고 있으며 독자에 대한 공정한 설명, 즉 단서에 대한 접근은 충분히 합리적으로 공평하게 제시되는 만큼 완성도도 높은 편이고요.

그러나 마을에 전해지는 "공놀이 노래"를 토대로한 범행은 솔직히 좀 작위적이었습니다. 이 동요 그 자체만으로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가문의 "옥호"를 통해 피해자가 특정된다는 전개는 너무 짜맞춘 티가 나거든요. 이 바닥 전설적인 작품 중 하나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비하면 억지스러움이 너무 커 보일 정도로 말이죠. 또한 "변장" 등의 설정은 사실 그렇게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며 마지막의 범인 체포를 위한 함정 수사 부분은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은 듭니다.

그래도 어쨌건, 무척이나 재미있었습니다. 단서가 아주 공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합리적이고 사건의 동기 및 진행과정 역시 설득력있게 전개되는 추리물의 미덕을 잘 보여주면서도 긴다이치 시리즈만의 독특함도 놓치지 않는 수작이네요. 뭐니뭐니 해도 긴다이치가 연쇄살인의 피해자로 예정된 사건을 한번은 막아낸다는 점이 참으로! 독특한 점이기도 하고요. 비련의 주인공들과 어두운 과거사, 아이돌 등 등장인물들만 놓고 본다면 하야미 레이카 - 겐모치 경감 등 올스타 캐릭터가 총 등장하는 만화판 "김전일" 시리즈의 분위기와 가장 유사한 작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결론은 추천작입니다. 별점은 추리적 요소가 약간 부족한 점으로 인해 3점이지만 재미만 따진다면 그 이상의 점수를 줄 수도 있는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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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90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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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딕슨 카 최고 작품 중 하나라는 "세 개의 관". 번역된지는 꽤 되었지만 솔직히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통 손이 가지 않던 차에 이제서야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기디온 펠 박사 역시 추리 소설 역사에 길이 남을 명탐정이긴 하지만 그 잘난척하는 캐릭터와 장황한 언변은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같은 짜증 계열 탐정으로 저한테는 분류되기 때문이죠. 솔직히 방코랑 탐정이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듭니다.

어쨌건 이 작품은 일종의 고딕 호러 물과 추리물의 결합을 잘 하는 딕슨 카의 작품 답게 호러적인 소재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른바 "트란실배니아의 흡혈귀 전설" 입니다. 흡혈귀 전설에서 유래한 관과 관에서 살아나온 시체라는 설정, 그리고 "불가능 살인"의 기묘함이 잘 결합됨으로 인해 작품의 재미를 더하는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눈 위에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 범인이라는 설정은 정말 흡혈귀나 마술사와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 생각되거든요.

또한 이러한 불가능 살인 사건은 전부 2가지 사건이 벌어지며, 의외의 진상을 보여주기에 추리적인 재미도 상당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하나보다는 두개가 낫지요^^ 2건의 사건 모두 밀실 살인사건으로 볼 수 있는데 한 건은 자신의 방에서 살해된 그리모 교수 사건이고 또 하나는 눈이 쌓인 거리 한 복판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마술사 프레이 사건입니다.
 
그런데 두 개의 사건 중 그리모 교수 사건은 완벽한 트릭과 장치에 의한 정교한 밀실 살인 사건이라면, 프레이 사건은 우연과 특수한 상황이 결합된 돌발 상황일 뿐이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범인 자신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과 몇가지 무대 장치의 조합이 어우러진, 우연과 우연이 여러개 겹친 상황은 아무래도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들죠. 첫번째 사건 역시 아주 정교하고 공들인 장치와 트릭이 어우러진 밀실 사건으로 명성에 값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범인의 "체력"에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고 있다는 것은 사실 납득하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트릭 면에서는 아무래도 알려진 것 만큼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대가 너무 큰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흡혈귀 전설에서 시작해서 마술에 이르기 까지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작품과 트릭에 녹여내는 솜씨 하나만은 과연 대단했습니다. 트란실배니아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또 기디온 펠 박사의 밀실 살인 사건에 대한 장황한 강의 역시 인상적이었고요. 아울러 해드리 경감과 랜폴같은 시리즈 캐릭터의 등장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고 기디온 펠 박사는 여전히 짜증 계열 타입이기는 하지만 재미, 작품의 역사적인 의의를 되새겨 볼 때 별 세개는 충분히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PS : 그리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국내에 출간된 딕슨 카 작품 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네요.

작품목록 :
연속살인사건 (고성의 괴사건) / 해골성 / 황재의 코담배갑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 세개의 관 / 화형법정 / 모자수집광사건 / 감미로운 초대 (밤에 걷다)

이 중 딱 세 작품만 꼽아 본다면 저의 영원한 베스트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정통 추리와 고딕 호러의 완벽한 결합체인 "해골성", "화형법정" 을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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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밀리언셀러 클럽 73
P.D. 제임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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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동안 너무나 읽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인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이 재 출간되었기에 도저히 안 사볼 수가 없었습니다. 국내 출간 P.D 제임스 여사의 작품도 이것으로 완독입니다!

어쨌건 이 작품은 코델리아 그레이의 데뷰작이기도 하고, P.D 제임스 하면 떠오르는 명탐정 달그리쉬 총경이 주인공이 아닌 점 등 여러가지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미녀 코델리아가 주인공인 탓인지 젊은이들이 많이 등장하여 작품이 좀 시끌벅쩍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역시 다른 작품과는 달라 보이고요. 철학적이고 사려깊은 달그리쉬 총경보다는 아무래도 가벼운 느낌을 많이 전해 주더군요. 뭐 저야 좀 생각좀 할라치면 철학적 문체와 사고가 난무하는 달그리쉬 시리즈보다야 이 작품 분위기가 더 읽기는 즐겁고 편했습니다. 참고로 코델리아 그레이는 명탐정 코난의 "하이바라 아이" 이름의 유래가 된 명탐정이기도 하죠.

그런데 솔직히 읽으면서 느낀 점은 왜 그렇게 이 작품이 유명했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단지 절판되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나?

일단 사건부터 이야기하자면 자살사건의 진상 조사라는 의뢰야 이바닥에서는 뻔한 결과를 항상 낳는 법이죠. 바로 자살로 위장한 살인이라는 결과인데, 이 작품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 이면에 있는 진실 역시 대체로 출생의 비밀이나 유산 관련 이야기라는 것도 뻔하고 말이죠.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하면 흥미진진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작품의 키 포인트나 다름 없는데 이 작품에서는 코델리아의 조사가 너무 일방적으로 흘러가서 설득력은 있지만 의외성이나 호기심 유발 부분에서는 좀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립탐정이 하는 조사가 별게 없는 만큼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대보다는 추리적 요소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요.

게다가 마지막의 진상을 밝혀내는 일종의 깜짝쇼와 그 이후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들 역시 당혹스러웠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극심한 심리변화는 물론이고 사고가 연달아 벌어지는 개연성이 뚜렷하지 않거든요. 너무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끝나는 결말은 왠지 개운치가 못했습니다. 마지막에 달그리쉬 총경이 등장해서 전체적인 헛점을 마무리 해 주는 부분은 팬으로써 반갑기는 했지만 반칙 같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아울러 과거가 좀 복잡하고 (현실세계에서 가능한 하야테 수준의 복잡한 어린시절 정도랄까...) 생각많은 주인공 코델리아 그레이 역시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좋았지만 개성은 별로 없어보였습니다. 너무 스테레오 타입의 미녀 탐정 캐릭터 그 자체였으니까요. 또한 코델리아의 복잡한 과거에 얽힌 기억이 수사 도중 도중마다 튀어나오는 것은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색적인 요소로만 삽입되었다는 느낌이 강할 만큼 불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했고요. 차라리 "원 포 더 머니"의 스테파니 플럼쪽이 개성이나 현대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어울리는 캐릭터라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심리묘사도 여성 작가 들이 흔히 쓰는 여성의 심리묘사라는 특징이 너무 뚜렷이 드러나 보여서 좀 지루했습니다. 흡사 알렉산드라 마리리나의 작품같았달까요. 여성 작가들이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키면 정말이지 이젠 작품들이 너무 비슷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 (죽은 인물인 버니와 마크를 제외한) 이 사악하고 뭔가 음모를 지니고 있는 듯이 묘사된 페미니즘 적 묘사도 약간 거슬렸는데. 차라리 미네트 월터스의 작품들처럼 델마와 루이스 마냥 그냥 달려주는 것도 아니라서 뭔가 약간 애매하고 가다 만 듯한 인상만 전해 줍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P.D 제임스 여사의 작품 완독의 의미가 개인적으로는 더 컸던 독서였습니다. 단점만 너무 절절이 늘어놓긴 했는데 분명 재미는 있었고 달그리쉬 총경이 깜짝 등장해서 명추리를 펼쳐 주는 것 같이 시리즈 독자로서는 반가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고 명성에도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원래 알려진 제목과 다른 번역판 제목도 용서가 안되고요. 그래도 여사의 다른 장편들 ("어떤 살의", "검은 탑", "나이팅게일의 죽음") 중에서는 중간 정도는 되는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번역도 문제겠지만 많이 지루한 편이라서 말이죠...

별점은 3점. 전 관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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