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네트 탐정사무소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14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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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뤼뺑 시리즈 단편입니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스스로 선정한 3대 뤼뺑시리즈 중 한편이라는 말도 들었고, 워낙 단편집을 좋아해서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일단 그간 나온 뤼뺑시리즈에 비하면 좀 얇은 편이라서 부담이 덜합니다. 장정도 예쁘고, 역시 시리즈 물 답게 책을 잘 만든 편입니다.

이 책은 뤼뺑이 바르네트라는 이름의 탐정을 자칭하며 가니마르의 후계자 베슈경감과 함께 '무보수'로 온갖 사건들을 해결해 주며 자기 주머니도 챙기는 유쾌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특히나 바르네트, 뤼뺑이 베슈를 놀려먹는 부분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왜 뤼뺑이 '괴도신사'로 불리는지 잘 알게 해주는 부분이랄까요? 마지막에 베슈경감의 전처까지 꼬셔서 밀월여행(?)까지 떠나는 부분은 정말 압권입니다.

8편밖에 수록되어있지 않아서 아쉽긴 하지만 내용적으로 충실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쾌한 단편집이었습니다.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영화화도 몇번 되었던 모양인데 상당히 보고 싶네요. 그간 너무 두꺼웠던 뤼뺑시리즈에 부담가지셨던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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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데 - 고양이 추리소설
아키프 피린치 지음, 이지영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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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상하게 고양이는 추리소설과 많이 연관된 친숙한 소재인 듯 합니다. 포우의 <검은 고양이>는 그렇다고 쳐도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고양이 홈즈'시리즈 도 있었죠. 이 책 <펠리데>도 고양이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이색적인 추리소설입니다. 다만 굉장히 의외였던 것이 다른 고양이 탐정 소설들이 거의 다 사람이 주인공이고 고양이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던가 하는 류의 역할을 해 왔던것에 반해 이 책은 완전히 고양이 1인칭 시점의 소설입니다. 고양이의 감각과 생태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일단 설정면에서 먹어주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 프란시스는 주인 구스타프와 새로운 동네에 이사온 굉장히 시니컬한 고양이입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서 발정기 수컷들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며 프란시스는 새로 사귄 친구 블라우바트와 함께 범인을 추적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발작적인 연구에 의한 '클라우단두스'라는 미지의 고양이라던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거대한 진화론적 음모에 따른 범행이라는 줄거리, 그리고 꽤 개연성 있는 복선들로 특이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추리 스릴러물로서의 역할에 교과서적으로 충실한 편입니다. 여러 고양이와 인간들에 대한 시니컬하고도 디테일한 묘사 역시 재미있는 부분이죠. (역시 고양이는 은혜라는걸 쥐뿔도 모르는 짐승인듯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장황하고 긴 묘사와 곁가지 설명들로 읽는 맥이 탁탁 끊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읽다가 졸음이 온 부분도 상당 부분 존재하고요. 잘 짜여진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완독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을 정도루 지루했습니다. 고양이 탐정 프란시스의 다음 활약은 기대되지만 보다 짧고 압축된 이야기로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저는 가격에 비한다면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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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마일은 너무 멀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96
해리 케멜먼 지음, 이정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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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교수이자 추론의 과정을 강조하는 탐정역의 니콜라스 웰트 교수와 화자역의 지방검사를 주인공으로 한 8편의 단편과 기타 2개의 단편이 실려있는 충실한 단편집입니다. 니콜라스 (닉) 웰트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이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주위에서 말하는 사건의 이야기만 가지고 진상을 추론하는 탐정입니다. '9마일이나 되는 길을 걷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빗속이라면 더욱 힘들다' 이 한마디를 분석.추론하여 열차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가장 유명한 표제작을 포함하여 나머지 단편들도 모두 고전적인 추리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물론 이 추론 자체는 셜록 홈즈의 그것처럼 독자에게 너무 일방적인 한가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애시당초 반론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이야기 구조상 그 추론 자체가 사실이 되는 구조입니다. 장편일때는 약점이 보일 수도 있으나 짧은 호흡의 단편인만큼 그러한 약점도 부드럽게 넘어가게 되네요.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 이러한 정통파 추리소설은 단편이 가장 적합한 듯 싶기도 하고요. 최소한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즐기고 쓴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행간행간에 유머와 위트가 느껴지거든요. 한마디로 홈즈의 맥을 제대로 있는 단편집이라고 할까요...

홈즈나 기타 고전 명탐정에 비하면 탐정에 대한 묘사가 약한것이 단점이고 표제작과 같은 수준의 추론을 하는 단편은 주전자 소리 하나로 사건을 꽤뚫어 보는 '말 많은 주전자'정도인것 같지만 (다른 작품들은 정보도 좀 많고 일반적인 추리물 경향을 많이 따라가는 편이죠.) 제대로 된 추리 게임을 즐기기엔 손색없는 단편집인듯 합니다. 8편의 단편은 조금 짧은 듯 하여 아쉬운데 나머지 2개의 단편-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살인의 소리'와 휴 펜티코스트의 '다이아몬드 살인'-도 역시 상당히 수준작이라 위안을 줍니다. 두 편 다 주인공역의 탐정이 개성이 넘치고 문장도 상당히 미려하여 나머지 시리즈가 역시 기대되는 괜찮은 소품들이었습니다. 다만 '살인의 소리'는 전체적인 작품집의 분위기하고는 조금 동떨이진 느낌을 주네요.

동서추리문고에는 유난히 괜찮은 단편집이 많고 개성있는 탐정들도 넘쳐나지만 이 '9마일은 너무 멀다' 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단편집이라 생각됩니다. 짧은 호흡에서 깊이있는 지적 유희를 즐기려는 모든 분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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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마틴 크루즈 스미스 / 김영사 / 199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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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두께와 모르는 작가의 두려움으로 인해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번 손에 잡고 나니 끝까지 손에서 떼기 힘든 재미를 주는 책이더군요. 특히나 주인공인 아르카디 렌코라는 캐릭터의 묘사가 굉징히 재미있고 맛깔스럽습니다. 냉소적인 부분은 미국 하드보일드의 계보를 충실히 잇고 있으면서도 러시아의 몰락한 정보부원 출신의 하층 어부라는 설정으로 인해 이국적이고 허무적인 면까지 첨부한 그야말로 완전무결한 외국형 하드보일드 히어로인듯 합니다.

내용은 미국과 소련의 (당시는 소련이었죠) 합동 선단에서 발생한 지나라는 소련의 북극성호의 여 승무원의 추락사고가 발생합니다. 선장은 선원 에서 전 정보부원 (KGB) 출신인 아르카디 렌코를 불러 사건의 조사를 맡깁니다. 미국과의 합동 조업이기도 하고 지나라는 선원의 남자관계도 복잡하고 해서 고민하기 싫어 내린 조치였겠죠.하지만 의외로 렌코는 우직하게 수사를 해 나아가며 미국 선단의 감추어진 음모와 복잡한 인간관계를 모두 밝혀내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개인적으로 여승무원이 한명 추락사 (나중에 살해당한것으로 밝혀지지만) 한 일이 결국은 여러명 죽어나가는 거대한 음모로 커지는 이야기 구조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사건의 개연성같은게 좀 부족한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쓸데없는 여러 묘사로 지나치게 소설이 길어진것은 짜증납니다.

하지만 뭐 나름대로 추리스릴러적인 재미는 충분하고 앞서 말씀드린 아르카디 렌코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발군입니다. 렌코의 룸메이트나 여러 선원들의 묘사도 충실하고요. 구소련시절에 대한 여러 설정은 굉장히 치밀하고 선단의 구성이나 배의 구조같은것에 대한 묘사도 대단합니다. 작가의 정보수집능력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마틴 크루즈 스미스라는 작가, 기억해 둘만 하겠네요. 요거보단 조금 짧은 정통파 하드보일드를 쓰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지루함을 조금만 참으면 괜찮은 스릴러 하나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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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아래아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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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 독일 문학의 거장이라는 프레드리히 뒤렌마트의 소설로 베를락 형사와 악당 가스트만의 40여년에 걸친 대결을 다루고 있습니다. 뭐 40여년에 걸친 대결..이라고 하면 소설이 굉장히 장편같이 느껴지는데 소설은 오히려 중편에 가까운 소품으로 짤막하지만 상당히 깊이있는 울림을 줍니다.

도로변에서 슈미드형사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슈미드형사의 상관인 베를락은 젊은 형사 찬즈와 같이 사건을 맡게 되고 이들은 슈미드형사가 가명으로 지역유지이자 명사인 가스트만의 파티에 참석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가스트만은 베를락 형사와 40여년 전부터 알고 온 사이로 둘 사이에는 가스트만이 죄를 지으면 베를락이 밝혀내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베를락이 한번도 이기지 못한 내기가 성립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악은 처벌받고 병마와 싸우던 베를락 형사는 '딱 1년만 더'를 중얼거리며 묘한 여운을 남기고 소설은 끝납니다. '추리적 기법이 사용된'운운 하면서 책을 소개하는것이 이 땅에 널리 퍼져있는 추리소설 경시풍조탓인것 같습니다만, 평단의 평이야 어찌되었건 개인적으로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사건의 발생과 그 수사과정, 곳곳에 숨어있는 반전과 트릭 등이 잘 짜여져 있는 추리소설이죠. 물론 독자와의 승부같은 정통파 추리적인 묘미는 약하지만 추리 매니아로서도 읽는 재미가 상당한 소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극적 반전이 기막힌 것이 한편의 영화로 꾸며도 괜찮겠더군요. 베를락 형사이야기는 시리즈로 몇편 더 나와 있나 본데 꼭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순문학은 어렵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추리소설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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