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 1
마쓰오카 게스케 지음 / 룩스북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는 천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선전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일본産 미스테리 스릴러 물을 좋아해서 구입해 보았습니다.

일단 저자가 실제로 국가자격을 보유한 최면요법 카운슬러이기 때문인지 최면요법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특히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최면術" 이 아닌 최면요법으로서 과학적이고 임상병리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을 소설의 에피소드들과 결합시켜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뇌수술 후 갑작스럽게 안면 마비가 온 환자의 치료나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최면 요법 등이 그러하고요, 또한 가위바위보 이론이나 동전 맞추기 트릭과 독심술 등을 실제 응용 가능할 정도로 자세하게 써 놓아서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가위바위보 이론은 한번 써먹어 봐야 겠더라고요^^

하지만 이러한 최면요법이나 독심술 같은 부분을 제외한 실제 소설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사실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정말 간단합니다. "주인공 사가과장이 이리에 유카의 정신분열증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 전부일 정도거든요. 미스테리의 요인이 될 수 있는 두가지 요소, 유카의 횡령사건과 다중인격이라는 요소도 횡령사건은 순전히 심증으로 이루어지는 추론으로 해결되고 다중인격의 치료 역시 앞부분의 장황했던 설정에 비한다면 상당히 간단하게 끝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최면술이라는 것의 나쁜점만 모아서 가지고 있는 지츠소지라던가 사가의 애인 아사히나의 이야기, 사가의 상관 구라이시의 이야기 등은 정말 부수적으로 최면요법을 강조하기 우해 등장하는 사족일 뿐이고 실제 주 스토리하고는 별 상관이 없어서 이야기의 밀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최면요법을 과학적으로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한 티는 무척 많이 나지만 그로 인해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 자체도 위의 이유로 실제 스토리에 잘 섞이지 못한 것 같네요. 이럴바에야 "여의사 레이카"나 "사이코 닥터" 같은 정신과의사나 카운셀러가 등장하는 옴니버스 단편 만화보다도 격과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외발자전거를 못타는 소녀에게 실시하는 최면요법처럼 최면요법의 효용을 강조해서 오히려 일반인에게 만병통치약과 같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도 다분히 있다고 보이는데 이런 부분은 흡사 최면요법협회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네요. 초반의 이리에 유카의 다중인격이 발동하는 장면에서의 충격은 약간 있지만 그 이외에는 별달리 언급할 내용도 없습니다. 뭐 그래도 소설 자체로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다양하게 등장해서 그런대로 읽히는 편이기는 하니 절반의 성공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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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5-02-2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런대로 봐 줄만한 작품이기는 했으나 일본에서 천만부가 팔렸다는 것은 믿기지가 않더군요.
 
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유명 인기 작가 교코쿠 나츠히코의 데뷰 장편입니다. 꽤 비싼 가격이지만 괜찮게 디자인된 장정과 작가 이름에 혹해서 바로 집어 든 작품입니다. 좋은 책은 많이 사 주어야 추리장르가 활성화 되겠죠? (물론 저도 헌책방을 애용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손안의 책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디자인과 장정만은 정말 괜찮은 수준이더군요.

전쟁 직후인 1950년대, 작가 세키구치는 친분이 있던 탐정 에노키즈의 조수 역할을 한 것을 계기로 유서깊은 산부인과 병원 가문인 구온지 의원의 괴사건, 어느날 구온지 가문의 사위인 마키오씨가 밀실에서 행방불명 되고 아내인 교코는 20개월째 임신중인 상태로 지내고 있다는 사건에 참여하게 됩니다.

전쟁때 한쪽눈의 시력을 잃고 일종의 과거-원념을 볼 수 있게 된 에노키즈는 수수께끼와 같은 말을 남기고 사건에서 손을 떼고 과거 마키오와 학교 동창이자 교코와 마키오의 연애편지를 전달했던 역할을 했던 세키구치는 자신의 심약한 성격으로 잃어버렸던 과거에 쫓기며 사건에 점차 빠져들게 됩니다.

결국, 사건은 평소 친하던 고서점 교코쿠도의 주인이자 세이메이의 계보를 있는 신사의 신주인 추젠지 아키히토의 추리로 구온지가문의 숨겨진 역사와 사건의 뒤에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작가 교코쿠 나츠히코의 작품은 이 책 말고는 단편집 “백귀야행”을 구해서 읽어보았는데 추리소설가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괴담류의 공포소설적인 분위기가 더 강하더군요. 작가 이력을 보니 일본 요괴에 대해 권위자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이 소설도 “우부메”라는 일본 전통 요괴, 즉 아이를 낳다가 죽은 어머니의 집념이 형상화 된 요괴를 테마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거기에 20개월이나 임신을 하고 있다는 임산부나 밀실에서 사라진 의사, 그리고 구온지 가문 병원에서 발생한 계속된 신생아 실종 사건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전통 요괴 이야기를 꽤 그럴싸하게 현대적인 감각의 추리 작품으로 재 가공하고 있습니다. 변격물과 유사하지만 그 감각을 따와서 보다 현대적인 작품으로 발전되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단점이라면 일단 너무 말이 많은 주인공 탐정 추젠지 아키히토라는 캐릭터는 그다지 맘에 와 닿지 않는군요. 그야말로 똑똑하고 잘난척 하는 탐정의 전형이라 왠지 거부감이 느껴집니다. 그의 추리의 바탕이 되는 논리를 설명하는 여러 부분은 읽기에도 조금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해설자역의 실질적 화자 세키구치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추리소설의 해설자 역으로는 빵점에 가깝습니다. 본인 스스로 너무나 심약하고 마음의 병도 있어서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도 없고 사건에 간접적으로 관여되었던 과거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혼돈상태를 계속 보여서 결과적으로 사건을 근본적으로 미궁에 빠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추리소설에 보아왔던 것 중에 가장 터무니없는 밀실 트릭 때문에 추리소설로의 가치가 많이 떨어집니다. 이 트릭 만큼은 작가의 논리 –추젠지의 말을 빌린-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수긍하기 힘들더군요.

그래도 일본 정통 변격물이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에 비해 보다 현대적인 문체와 세련된 감성으로 포장된 기본 줄거리, 즉 구온지가문의 어두운 숨겨진 역사와 그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끔찍한 결말을 일본 전통 요괴와 엮어서 끔찍한 결말로 치닫는 이야기는 정말 높이 사 줄만합니다. 트릭이 너무 약해서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좀 다른 작품, 어떻게 보면 스릴러물에 가까운 이야기라 생각되지만 이야기의 흡입력은 상당하다 생각됩니다. 제가 아는 추리 매니아이신 decca님은 집어들고 하루만에 다 읽으셨다고 하더군요.

다만 초반의 추젠지의 장황한 이야기나 등장이 별 의미 없었던 괴인 탐정 에노키즈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래도 후속작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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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4-09-23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밀실트릭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밀실트릭만 가지고 이야기를 저렇게 장황하게 끌었다면 다 읽고 나서 아마 책을 집어 던졌겠지요.
저의 경우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나서 전율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씨가 말라버린 현대 본격추리소설에서 이런 느낌은 점성술살인사건이나 시계관의 살인사건 이후 처음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거기에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빨강머리 레드메인즈 동서 미스터리 북스 32
이든 필포츠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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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경시청의 유능한 탐정 마크 브랜던은 다트무어에서의 휴가 도중 의문의 살인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로버트 레드메인과 마이클 펜딘이 외출하여 실종되고, 조사결과 근처에서 사람의 피가 흘러있는 장소가 발견되며 로버트 레드메인이 도주 중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진다.

마크 브랜던은 마이클 펜딘의 미망인 제니 펜딘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끼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시체도 발견하지 못하고 로버트 레드메인의 행방도 밝혀내지 못한다. 그러자 로버트 레드메인은 오히려 자신의 둘째 형을 상대로 두번째 범행을 저지르며 사건은 더욱 더 미궁에 빠진다.

레드메인 가문의 맏형인 앨버트 레드메인까지 로버트의 표적이 되자 앨버트는 자신의 친구 미국인 탐정 피터 건즈에게 사건을 의뢰하며 피터는 마크 브랜던과 같이 앨버트를 보호하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나가며, 결국 사건은 피터 건즈에 의해 해결된다.

이 책은 “세계 10대 추리소설”의 하나라고들 하더군요. 원래 책을 구입한 것은 굉장히 오래 되었지만 두께에 질려 미루어 두다가 겨우 읽게 되었네요.

제목의 의미가 제일 궁금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빨간머리 집안 레드메인즈 가문….

이든 필포츠는 원래 전원 소설가로 유명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 전체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자연 묘사가 많이 등장하고 문체도 상당히 유려하고 문학적 취향이 짙게 배어나는 소설입니다. 그래서인지 조금 지루하기도 합니다.
또한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서 그런지 (2차대전 이전의 유럽이 무대이니 만큼) 과학적 수사가 뒷받침 되어 있지 않아 가장 중요한 트릭들이 요새 감성에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트릭 자체도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등장하는 트릭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에는 주요 용의자가 너무나 적어져서 오히려 진상을 쉽게 이해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트릭으로 전개되는 사건들과 그 추리는 상당히 명쾌하고 재미납니다. 유머스러운 부분도 많고요. 거기에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보여지는 여러가지 복선과 그 전개들은 과연 명불허전임을 실감케 합니다. 어쩐지 한니발 렉터 박사가 연상되기도 하는 마지막의 범인의 수기 부분에 있어서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은 굉장히 독특한 범인의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 악인, 그야말로 태어나면서 부터의 악마 같은 존재의 범인에 대한 묘사는 이 당시 작품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이고, 그래서 이든 필포츠의 작가로서의 위대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거의 들러리인 마크 브랜던 대신 진짜 탐정 피터 건즈가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는 것도 특이합니다. 그래서인지 마크 브랜던에 대한 캐릭터 묘사는 확실한데 피터 건즈는 역사에 길이 남는 추리소설의 탐정 치고는 상당히 비중이 작아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브랜던이 더 마음에 들기도 해서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조금 지루한 감도 사실 있었고 지금 읽기에는 낡은 듯한 느낌도 주지만, 완독하고 나니 추리소설의 또 다른 면을 본 것 같아 흐뭇합니다. 추리소설의 매니아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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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4-09-23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저의 베스트 추리소설 10 안에 들어갈 정도로 말이지요.
 
L.A. 컨피덴셜 1
제임스 엘로이 지음, 한영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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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다알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 된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입니다.

2차 대전의 전쟁영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비겁자로 혼자만 살아남은 비밀을 가지고있는 에드 엑슬리, 마약범들과의 총격전때 약물에 취한채로 민간인을 사살했던 과거를 숨기고 있는 “쓰레기통” 잭 빈센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폭력성향에 이끌리는 버드 화이트, 이 세명의 경관을 주인공으로 하여 “나이트 아울” 사건이라는 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잔혹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1950년에서 1958년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명의 경찰관은 1950년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유치장에서의 있었던 폭력 사건인 “유혈의 크리스마스” 사건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동료들을 팔아넘긴 에드 엑슬리와 친구와 파트너와의 의리로 증언을 거부한 버드 화이트, 거래를 통해 실속을 챙기는 잭 빈센즈는 서로 밀접하게 얽히게 됩니다. 이후 에드 엑슬리가 조사하던 “나이트 아울” 사건, 에드 엑슬리가 조사하던 창녀 연쇄 살인사건, 잭 빈센즈가 조사하던 불법 포르노 제조 사건 3가지의 사건이 주요 용의자와 관련 인물들의 조합을 통해 서로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세명은 힘을 합쳐 사건의 배후에 있던 피어스 파쳇, 그리고 진정한 배후의 “거물”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 방대하고 복잡한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네요. 워낙 등장인물도 많고 죽는 사람도 많고 이름도 제각각일 뿐더러 사건도 워낙 많아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하드보일드의 대가인 제임스 엘로이 답게 이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결국 하나로 엮어서 큰 줄기로 훝어 내리는 재미와 흥분을 주는 소설입니다. 그저 복잡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거의 모든 묘사들은 다 복선이나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지고 등장인물 한명 한명 모두가 사건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도 대단합니다. 몇 명 등장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묘사가 조금 과하다 싶지 나머지 부분은 지루한 만큼 후반부에 재미를 안겨주는 복선의 요소로 뛰어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각종 기사와 보고서, 캘린더, 편지 등을 소설에 잘 융합시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제임스 엘로이 다운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묘사도 여전하며 왠지 모를 작가의 경찰 조직에 대한 혐오감 역시 잘 나타나 있습니다. 50년대의 LA 시민들이 대체 어떻게 경찰을 믿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인간 쓰레기에 가까운 경찰들에 대한 묘사가 돋보인다고나 할까요?

범죄와 범죄자, 경찰들에 대한 하드보일드로서, 특히 후반부에 독자들도 이미 전부 알고 있는 정보들을 토대로 진정한 배후를 유추해내는 추리적인 부분까지 뛰어난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영화를 몇 년전에 꽤 재미있게 본 이후 계속 읽고 싶다기 겨우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는데 영화를 본 직후에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흐릿하지만 상당히 각색이 많이 되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군요. 특히 세 주인공의 과거와 비밀 부분에 대한 묘사는 소설에서 상당히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는데 그러한 부분은 전부 삭제되어 있고 복잡한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 거의 빠져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소설은 그러한 부분에서 지나칠 정도로 자세한 묘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도 굉장히 뛰어난 편이지만….소설과 비교해 보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다시 한번 구해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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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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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생명 보험 교토지사에 근무하는 와카쓰키 신지는 어린 시절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고모다 시게노리라는 보험 가입자가 불만사항을 토로하며 방문을 요청하고 고모다의 "검은집"에 방문한 신지는 고모다의 아들 가즈야의 자살한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가즈야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을 느끼는 신지는 보험금 지급을 미루며 사건을 독자적으로 조사하게 된다. 점점 공포스러운 과거의 여러 사건들을 발견하는 신지에게 점차 위험이 닥치게 되고 결국 신지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된다....

이전부터 읽고 싶었었지만 절판되어 구하지 못해 아쉬워 하던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이 양장본으로 재간되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검은집"이라는 흉가를 무대로 한 호러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서스펜스 스릴러라 할 수 있더군요. 가즈야의 죽음을 토대로 고모다와 그의 아내 사치코를 조사하며 알게되는 공포스러운 과거와 여러 죽음들의 실체, 그리고 신지와 그 주변인물들에게 닥치는 위협과 죽음을 세련된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이나 클라이브 바커류의 소설처럼 유령이나 초현상, 괴물 같은 존재를 주 악역으로 설정하는 것 보다도 오히려 평범하면서 주위에 얼마든지 있는 보통 사람들 중에 "감정이 없는 인간 (싸이코파스)"을 악역으로 설정하여 그러한 인간의 광기와 잔인성을 묘사하는 부분이 다른 호러소설과 구분됩니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꺼리낌없이 살인을 반복하는 "싸이코파스"들.....저는 유령이나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보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극한으로 치닫는 잔인성이라는 것이 더 무섭다고 느껴지네요. 이 소설에서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잔인성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신지의 과거에 있었던 형의 죽음과 그에 따르는 괴로움을 묘사하는 부분은 불필요 했다고 생각되며 "감정이 없는 인간", 즉 "싸이코파스"라고 현대적으로 정의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부분 역시 아주 약간 지루했지만 워낙 문장이 흡입력있고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쉬지않고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작가의 능력에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서스펜스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유명한 작품들에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또다른 악몽을 예감하며 전율하는 신지의 모습을 그리며 끝맺는 엔딩도 인상적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대했던 것 만큼의 공포스러움을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소설적인 재미는 기대치 이상이었습니다. "생명보험"이라는 사회적 장치를 토대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에 기반한 실질적인 공포와 위험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카드빛으로 인한 신용 불량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살인을 소재로 다룬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사실적인 소재로 다룬 이야기 전개는 정말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조금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영화화가 되었는데 소설을 거의 각색없이 찍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비쥬얼과 공포를 충분히 전해줄 것 같아 한번 구해볼 생각입니다.

PS :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잇는 공포를 그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신지의 애인 메구미의 말처럼 "인간은 근본적으로 모두 선하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게 훨씬 세상 사는데 도움이 되겠죠?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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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2004-09-2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코파스라는 개념의 도입과 공포의 전개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입니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