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레드메인즈 동서 미스터리 북스 32
이든 필포츠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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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경시청의 유능한 탐정 마크 브랜던은 다트무어에서의 휴가 도중 의문의 살인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로버트 레드메인과 마이클 펜딘이 외출하여 실종되고, 조사결과 근처에서 사람의 피가 흘러있는 장소가 발견되며 로버트 레드메인이 도주 중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진다.

마크 브랜던은 마이클 펜딘의 미망인 제니 펜딘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끼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시체도 발견하지 못하고 로버트 레드메인의 행방도 밝혀내지 못한다. 그러자 로버트 레드메인은 오히려 자신의 둘째 형을 상대로 두번째 범행을 저지르며 사건은 더욱 더 미궁에 빠진다.

레드메인 가문의 맏형인 앨버트 레드메인까지 로버트의 표적이 되자 앨버트는 자신의 친구 미국인 탐정 피터 건즈에게 사건을 의뢰하며 피터는 마크 브랜던과 같이 앨버트를 보호하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나가며, 결국 사건은 피터 건즈에 의해 해결된다.

이 책은 “세계 10대 추리소설”의 하나라고들 하더군요. 원래 책을 구입한 것은 굉장히 오래 되었지만 두께에 질려 미루어 두다가 겨우 읽게 되었네요.

제목의 의미가 제일 궁금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빨간머리 집안 레드메인즈 가문….

이든 필포츠는 원래 전원 소설가로 유명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 전체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자연 묘사가 많이 등장하고 문체도 상당히 유려하고 문학적 취향이 짙게 배어나는 소설입니다. 그래서인지 조금 지루하기도 합니다.
또한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서 그런지 (2차대전 이전의 유럽이 무대이니 만큼) 과학적 수사가 뒷받침 되어 있지 않아 가장 중요한 트릭들이 요새 감성에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트릭 자체도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등장하는 트릭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에는 주요 용의자가 너무나 적어져서 오히려 진상을 쉽게 이해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트릭으로 전개되는 사건들과 그 추리는 상당히 명쾌하고 재미납니다. 유머스러운 부분도 많고요. 거기에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보여지는 여러가지 복선과 그 전개들은 과연 명불허전임을 실감케 합니다. 어쩐지 한니발 렉터 박사가 연상되기도 하는 마지막의 범인의 수기 부분에 있어서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은 굉장히 독특한 범인의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 악인, 그야말로 태어나면서 부터의 악마 같은 존재의 범인에 대한 묘사는 이 당시 작품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이고, 그래서 이든 필포츠의 작가로서의 위대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거의 들러리인 마크 브랜던 대신 진짜 탐정 피터 건즈가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는 것도 특이합니다. 그래서인지 마크 브랜던에 대한 캐릭터 묘사는 확실한데 피터 건즈는 역사에 길이 남는 추리소설의 탐정 치고는 상당히 비중이 작아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브랜던이 더 마음에 들기도 해서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조금 지루한 감도 사실 있었고 지금 읽기에는 낡은 듯한 느낌도 주지만, 완독하고 나니 추리소설의 또 다른 면을 본 것 같아 흐뭇합니다. 추리소설의 매니아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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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4-09-23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저의 베스트 추리소설 10 안에 들어갈 정도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