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얼굴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6
시드니 셀던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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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가" 시드니 셀던의 장편 추리소설 데뷰작입니다. 시드니 셀던의 B급 드라마 소설은 익히 많이 읽었었지만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은 처음 읽어보네요. 그래도 로렌스 샌더스 정도의 작품은 써주지 않았을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읽어보니 역시나 입니다. 문장에 싸구려 티가 잘잘 흐르는 것이 펄프픽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 같네요. 영화와 드라마쪽 일을 많이 한 작가답게 어느정도의 기본 구성력과 서스펜스는 갖추고 있지만 추리물로서의 기본 요소는 거의 빵점입니다. 거기에 기본 스토리가 허무맹랑하고 알맹이가 없네요. 그나마 등장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도 일종의 말장난과 비슷하고, 진범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도 범인에게 끌려 가는 것이니 이 작품의 어디를 보고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심스럽기 까지 합니다. 그나마 극적 재미라 할 수 있는 범인과 협력하는 공범자의 정체마저도 사실 중간부분을 넘어가면 너무 티가 나서 도저히 모르고 넘어갈 수 없어서 스릴러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나마 추리적으로는 비서가 잔인하게 살해된 진짜 이유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부분 정도는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영화판에서 일하던 전력탓인지 스피디한 전개나 중간중간 시선을 잡아끄는 서스펜스가 요소요소 꼭 필요한 부분에 들어가서 지루함을 덜어 주는 점과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으므로 쉽게쉽게 빨리빨리 읽을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이 책이 세계 추리 걸작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까닭 자체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시드니 셀던 책은 두번 다시 거들떠도 보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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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살인사건 - 파일로 반스 미스터리 1
S.S. 반 다인 지음, 김민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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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다인의 파일로 반스 시리즈로 해문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출간한 책입니다. 사실 해문같은 추리 전문 출판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시리즈를 기획하고 출간해 주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반 다인의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미루고 있던 차였는데 마침 기회가 닿아 읽게 되었네요.

반 다인의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제가 읽었었던 "벤슨"과 "비숍" 두 작품 모두 와 닿지 않았던 것이 큽니다. 가장 큰 이유는 탐정인 파일로 반스가 저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두 작품 다 추리적으로 저에게 그다지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벤슨은 그다지 평가할 만한 내용도 별로 없었고 지루하기만 했으며, 비숍은 추리적으로는 괜찮긴 했지만 동기의 현실성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이 작품 역시 같은 점에서 불만을 품게 합니다. 파일로 반스는 언제나 처럼 잘난척의 연속으로 읽는 저의 짜증을 불러 일으키며, 추리적으로도 사건 자체의 미스테리는 그다지 복잡한 트릭은 아니지만 동기 자체의 현실성이 떨어져서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범인의 동기가 전혀 와 닿지 않았거든요.

또한 마지막의 해결부에서 사건의 증거 자체가 거의 전무하므로 "추리쇼"를 통한 범인의 방심을 노리는 전개는 "추리쇼"에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다면 모를까 사실상 "방심" 하나만 믿고 연극을 하기 때문에 최악의 해결 방법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심리적인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반스 특유의 추리법으로 포장되긴 하지만 동기나 단서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그러한 심증만으로 추리를 전개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넌센스라고 느껴집니다.

반 다인이 스스로 말한 것 처럼 "추리소설 작가는 6편 이상의 걸작을 쓸 수 없다"라고 했는데 이 작품은 반 다인의 총 12편의 장편중에서 9번째로 발표된 작품이라 격이 좀 떨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새롭게 번역되어서 야심차게 나온 작품답게 번역은 깔끔하고 책 자체도 이쁘게 나온 편이라 소장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PS : 책 표지와 디자인은 좀 더 깔끔하고 이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조금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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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잡은 범인
M. 리 고프 지음, 황적준 옮김 / 해바라기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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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연구, 사례를 인용해 가며 법곤충학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일종의 소개서입니다. 저자가 하와이에서 곤충학을 전공하다가 법 곤충학과 인연을 맺어 미국에 법곤충학회를 창설하는 등 법곤충학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 온 인물이라 그런지 이론적인 면에서 굉장히 충실하다는 것이 일단 마음에 듭니다. 법곤충학은 요사이 영화들에서 접해보아서 그런지 별로 낯설지 않지만 의외로 미국에서도 증거로서 인정받고 법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학문이더군요.

 이 책은 법곤충학의 역사, 연구 방법, 그리고 방대한 자료 및 사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법곤충학에 대한 애정이 많이 엿보여서 역시 좋아해야 잘 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해 주더군요. 특히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보여지는 시체에서 발견된 곤충들과 유충, 번데기 등 각종 곤충들을 가지고 사후 경과시간을 추리하는 부분은 왠만한 추리소설 못지 않게 흥미진진합니다. 예를 들자면 서두에 나온 해변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사후 경과시간 추정 - 금파리와 쉬파리의 구더기의 크기와 시체가 발견된 곳의 당시 기후와 온도, 시체가 있던 땅에서 채집된 각종 곤충들의 분석을 통해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 -하는 부분부터 "코카인 등 마약을 흡입한 시체에서 발견된 구더기의 성장속도는 보다 빠르다" 등 여러가지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하여 독자를 사로잡는 재미가 충분하다 보여집니다.

가끔 너무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부분이 나오기도 하지만 번역도 깔끔한 편이고 문제도 무난하여 전체적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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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요리에 담긴 중국
고광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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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중국에서의 10여년의 생활 경험이 있는 저자가 중국 음식을 4개의 요리 (광동 / 사천 / 상해 / 북경)으로 구분하여 각 요리의 특징은 물론 대표적인 요리와 그 요리에 얽힌 여러가지 이야기, 또 그 지방의 여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일종의 요리+문화서입니다. 그리고 4개 지방의 요리이외에도 "궁중요리"와 "요리의 아웃사이더"라는 항목을 뒷부분에 추가하여 4대 요리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잘 알려져 있거나 언급할 만한 요리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리"라는 것에 관심이 많고 이런 좀 잡학스러운 책을 좋아해서 구입해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각 요리들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재미난 것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위에 언급한 개고기 이야기를 비롯해서 저자거리 돼지고기 장수가 장원급제를 하는 "급제죽"이야기나 뱀고기이야기, 거지닭구이 이야기 같은 에피소드나 손씻는 물, 동파육의 유래 등 실제 역사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비롯해서 실제로 유명한 요리에 대한 유래, 그 맛에 대한 평가 및 분석, 유명한 가게에 대한 소개 등 실질적 정보까지 가득 차 있는 유용한 책입니다.

특히 제목 그대로 저자가 중국을 크게 4개 지역으로 구분하여 요리와 더불어 각 지방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고 독특한 발상인데 꽤 그럴 듯 하기도 해서 즐기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간접적이고 재미있게 우회하며 접근하는 것이 중국이라는 국가의 지방과 문화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각 요리에 대한 자세한 도판과 조리법이 빠져있는 것은 아쉽지만 (조리법은 아무래도 비밀스러운게 많겠죠?)"맛의 달인"과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상당히 유용하면서도 재미난, 값어치는 충분한 책이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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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랍인형
피터 러브제이 지음 / 뉴라이프스타일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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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형사"와 "가짜경감 듀"로 이미 접해본 영국작가 피터 러브시의 작품입니다. 원래 작가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도 있지만 이 작품에 대한 다른 여러분들의 평을 인터넷 상에서 익히 접해왔기 때문에 헌책방에서 눈에 띄었을때 주저없이 구입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하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저 고전 황금 시대인 19세기 후반의 영국을 무대로 한 것이 눈에 띕니다. 이 작가 작품의 시대는 3편의 장편 모두 시대가 다른데 전부 손에 잡힐 듯한 당시 시대 묘사를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현대가 무대인 "마지막 형사"야 그렇다 치더라고 20세기 초엽의 "가짜경감 듀"나 이 작품 모두 창문 밖 거리를 보고 쓴 듯한 현실감 넘치는 묘사가 압권이네요. 특히나 이 19세기 후반의 영국이라는 무대는 "적당히 수사와 재판 등의 조직이 살아 있으면서도 무언가 2% 부족한 듯한" 고전 추리소설적인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가 그것을 의도하고 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탐정역의 크리브 형사 부장은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는데 다른 작품은 접해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상사에게 치여살며 만년 형사부장에 머물러 있는 궁상맞은 모습도 마음에 들지만 나름 자존심도 있고 행동력, 추리력이 탁월한 능력있는 캐릭터의 모습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홈즈를 의식하진 않았겠지만 익히 알려져 있듯 무능한 인물만 있었던 것이 아닌 당시 경찰에도 능력있는 인물이 있었다는 설정은 (출세는 못하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보여지네요. 뭐 레스트레이드도 우직하고 성실하다는 점에서는 능력있는 인물이지만...

하지만 이 크리브 형사 부장보다 이 작품을 빛내는 인물은 역시 미리엄이라는 영국 스타일의 "팜므파탈"이 아닐까 싶네요. 사형선고를 받았음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은 굳은 마음과 치밀함을 가지고 시종일관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비록 마지막 장면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하며 무너지긴 하지만 주로 "몸"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짙은 미국식 팜므파탈에 비교한다면 상류계급의 귀부인이라는 사고방식과 엄숙하고도 단정하면서도 곧은 행동거지로 무장하고 약점과 눈물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치밀하고 독사같은 면모를 갖춘 독특한 악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림과도 같다는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있죠.

이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스토리텔러로서의 피터 러브시의 진가를 보여주는 "물건"입니다. 크리브 형사부장이 서서히 사건을 파헤치며 드러나는 과거의 또 다른 자살 사건, 과거의 사건과의 이해할 수 없는 연관성에서 비롯된 추론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승부! 결국 마지막에 "일사부재리 원칙"이라는 결정적 법 조항을 바탕으로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와 전체 사건의 반전은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뒤로 갈 수록 독자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나중에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준비하는 그 솜씨가 정말 탁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 제목 그대로 사형집행인과 타소 밀랍인형관의 이야기를 교차시켜서 보다 긴장감을 자아내며 당시 시대상을 느끼게 해 주는 연출 역시 발군이고요.

하지만 정통파에 가까운 추리소설 답게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가장 큰 의문 "도대체 그 여자는 어떻게 자물쇠를 열 수 있었을까?"에 대한 답을 마지막 승부에서 크리브 형사부장이 이끌어내는 부분에서 약간 치밀함이 부족하여 (물론 이 사건에서는 증거를 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나름대로의 전제조건이 있어서 좀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너무 해답 자체가 급작스럽게 돌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래도 중편정도의 부담없는 길이에 상당한 수준의 트릭과 지적 흥분, 재미를 가져다 주는 책입니다. "마지막 형사"와 "가짜경감 듀"는 물론 엄청나게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좀 길었다고 느껴졌었는데 이 책은 깔끔하네요. 아무래도 이 정도 길이가 저한테는 딱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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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5-02-2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혹시 [마담타소가 기다리다 지쳐]와 같은 작품인가요?

maettugi 2005-04-2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