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가 게임한다고 10분 넘게 컴퓨터에 붙어있었다. 누리가 언니 의자 옆에 끼어 앉아서 자기도 눈으로 즐기고 있더라. 부엌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이서가 아파서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보니 누리가 언니 머리채를 낚아채고 있었다. 단단하게 부여잡고 있었다. 그냥 잡아떼려고 하니 안 떼졌다. 그래서 손등 오목한 부분을 힘주어 잡았더니 손을 놓는다. 그러면서 곧 눈에 눈물이 가득해진다. 안고 벽으로 데리고 가서 세웠더니, 울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빠, 밖에 가아."
"아빠, 밖에 가아."
이번에 들으면 두번째 듣는 소리다. 우습기도 하지만, 자기 딴에는 얼마나 억울했으면 이런 소리를 하겠는가 싶어서 대화를 시도했다.
"아빠가 누리한테 혼내니까 아빠 미워?"
"언니가 혼자서만 컴퓨터하고 누리는 안 시켜주니까 화가 났어? 그랬구나."
"으응."
그렇게 달래놓고 안아주었다. 온 얼굴에 눈물자국이 남아있다.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씻겼다. 씻기면서 이야기도 걸어주고 하니 마음이 풀린 모양이다. 나중에 감도 깎아주고, 똥 눈 뒤에 씻겨도 주고 했더니 아빠가 좋아진 모양이다. 등에 올라타서 목을 감싸안고 논다. 한참을 그러고 나더니 신이 나는지, 감을 찍어 먹다가
"콕 찍어 먹는다"하고 말하고 콩콩 뛴다.
이건 <훨훨 간다>를 매개로 하여 누리와 내가 통하는 부분이라서
"누리야. 황새가 고동을 콕 찍어 먹었제? 그러니까 농부 아저씨가 손뼉을 딱 치면서 예끼 이놈 했제?"했다. 그랬더니 누리도 신이나서 손뼉을 딱 친다는 것이 그만 포크를 던지고 말았다. 그러고 하하 웃는다. 나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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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화장실에서 씻고 있으니까, 누리가 묻는다.
"야. 뭐하니?"
이서는 갑자기 화가 나서
"야가 뭐야. 언니야지. 니가 나보다 네살이나 아래인데 그리 말하면 되나."
이런 다툼이 가끔 있다.
"야" 나 "이서야"하면서 친구처럼 대하면 당장 화난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온다. 듣고 있으면 나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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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우리 둘째 꼬맹이가 공부방에서 새모양 놀이감들을 가지고 나오면서 하는 말이다.
"아빠. 이거 같이 하자."
"응."
부엉이 모형을 들고 하는 묻는다.
"아빠. 이거 뭘까요?"
"글쎄."
"부엉이다.~ 후후후."
그렇게 하면서 새모형을 한줄로 죽 늘어놓는다. 크기는 겨우 손가락만하다. 그래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종알거리는 모양이 얼마나 귀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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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집에 불 났네

이규보

기생집에 불이 붙었는데
왜 아무도 꺼주지 않을까
만일 내 젊었더라면
머리털이 다 타도 뛰어가 꺼 줄껄
                                                          <동명왕의 노래>

 

어제 남부도서관에 갔다가 보리에서 나온 이규보의 시집인 <동명왕의 노래>를 보게 되었다. 북한에서 펴낸 번역본을 보리가 <겨레문학선집>이라는 이름으로 남쪽에서 펴내고 있는 판본이다. 번역이 참 좋았다. 그 중에 재미있는 시들도 많았지만 이 시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재미가 있어서 골랐다. 오언절구인지 오언율시인지 모르겠다. 한자가 다섯글자씩 네번이면 무언지? 늘 헛갈린다.

번역투가 문득 백태명 선생님의 문투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쪽의 학자들이 번역하는 투와는 다르게 말의 맛이 난다고 할까. 백선생님 늘 하시는 말과 말투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신기하다.

오는 해나 그 다음해에 보리의 책들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열하일기>나 <나는 껄껄선생이라오> 같은 책들은 보기만 해도 탐이 난다. 백선생님과 함께 읽어보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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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학교다. 교무실 컴퓨터로 이 글을 치고 있다. 오전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활기차더니 지금은 조용하다. 운동장을 내다보니 햇살이 모래를 환히 비추고 있다. 참 고요하다. 오히려 컴퓨터의 팬 돌아가는 소리가 더 시끄럽게 느껴진다. 학교는 이렇다. 아이들이 북적일 때는 지독한 소음의 장소이지만, 아이들이 없으면 이 큰 공간이 온통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산사가 따로 없다. 아이들 보내놓고 난 오후는 도 닦기에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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