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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자식 잃은 참척의 고통과 슬픔, 그 절절한 내면일기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지난번 도서전 이벤트에서 박완서 선생님의 친필 사인이 든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참으로 오래전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는 아마도 몇 편 읽는둥 마는둥하고 그냥 반납해 버렸던 것 같다. 아들을 잃고 절절한 슬픔과 고통을 호소하는 이 책이 재미가 없어서 그랬나보다. 어제는 일기형식의 이 책이 술술술 잘 읽히면서도 아들 잃은 한 어미의 슬픔과 고통에 같이 아파했다. 신을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왜 내가 이런 고통을 주시나이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가혹한 벌을 주시나이까, 제발 이유만이라도 설명해주소서, 제발제발 한말씀만 하소서. 나도 8여년 전에 사랑하는 소중한 분을 먼저 보내드렸다. 평온하던 내 삶에 마치 벼락같은 일이었다. 나는 무신론자였지만 하느님, 부처님, 세상의 모든 신을 원망했다. 내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시냐고. 착하디 착한 그 분을 왜 우리에게서 데려가셨냐고. 비슷한 경험을 나에게 이 책은 공감을 뛰어넘어 마음이 많이 불편하고 아린 책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스스륵 잠이 들었다. 꿈에 먼저 보내드린 사랑하는 그 분과 박완서 선생님을 뵈었다. 나는 그 분과 절을 찾았고, 박완서 선생님은 시어미니를 모시러 절에 들르셨고, 우리와 잠시 스쳐 지나갔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온몸에 힘이 빠져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 어떻게 꿈에서 그 두 분을 뵈었을까. 이렇게 신비한 체험을 하고 남은 이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자식 잃은 그 고통과 슬픔은 작가를 가장 밑바닥까지 끌고 내려간다. 밥 한 톨 삼키지 못하고, 눈물과 통곡으로 많이 지새우고, 세상의 모든 신을 원망하고 원망할 수 밖에 없는 한 어미의 절규. 같이 아파하고 같이 원망했다. 그리고 그 수렁 속에서 죽음과 대면하고, 신을 용서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작가를 만나면서 먼저 가신 그 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괴롭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좀더 멋있고 씩씩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프고 고통스러워하며 떠나갔던 그 분의 모습이 아니라 함께여서 행복하고 감사했던 그 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실 것이다.
당신을 먼저 보내고 힘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빈자리가 허전하여 그러하기도 했지만 좋은 것을 대할때면 해드릴 수 없었기에, 좋은 일이 생겼을때 함께 할 수 없었기에 많이 슬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건 당신의 존재가, 당신의 얼굴이, 내 기억 속에서 조금씩 희미해져간다는 것을 느낄 때입니다. 그런 저를 용서하소서.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제가 되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