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 책의 소개를 보고 이시이 카츠히토 감독의 <녹차의 맛(茶の味)>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물론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역시 <녹차의 맛>이 떠올랐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등장인물들은 엉뚱한 괴짜 가족들이다.  영화 <녹차의 맛>과 이 책 <도쿄밴드왜건> 은 가족이야기다.  그리고 <녹차의 맛>에 등장하는 자칭 마임 예술가 할아버지와 <도쿄밴드왜건>에 등장하는 전설의 록커라는 가나토 할아버지는 서로 많이 닮았다.  이 밖에도 등장인물들의 느낌들이나 가족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닮았다.  가장 큰 공톰점은 바로 가족들의 평범한 듯 한 일상다반사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이다.
 
  나는 책의 띠지를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살포시 솔깃한 띠지의 내용들....  띠지에 새겨진 대로라면 나는 일생일대의 귀한 책을 얻으리라 생각했다.  대절찬에, 모두가 입 모아 호평이라....  음~~  그렇지만 역시 띠지는 띠지일 뿐, 광고일 뿐이라는 것.  이번 역시 느꼈다.  이 책, 나에게 나쁘진 않았지만 솔직히 그리 좋지도 않았다.  음, 아서라!!  니가 오늘 본론부터 너무 섣불리 얘기하는 듯 하구나~
 
  이 이야기에서 새로운 점이 있었다면 죽은 할머니가 가족들 곁에 머물며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점이다.  시점을 보자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인데, 중요한건 이게 아니다.  시점이야 그렇지만 그 화자가 '죽은 자' 라는 것이 재미있는 발상이다.  가족(특히, 대가족)의 이야기라면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 그 집안의 어린아이를 화자로 삼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이야기가 무겁고 진지한 집안이야기가 아니라면 더욱이 그렇다.  익히 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 이다.  이 작품에서는 옥희의 입을 빌어 이야기들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비해, 이 작품에서는 실제 일어나는 사건들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개입되어 있지 않은 죽은 할머니가 화자라는 것이 참 새롭다.  마치 어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읽는 듯 한 어투.  '이 오누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지만 이야기 초반부에는 이런 어투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조금 거슬리는 듯 했다.   
 
  그리고 아무리 대가족이라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 어찌나 많은지....  책장을 펼치고 쭈욱 나열된 등장인물소개를 보고 '이거 완전 사돈의 팔촌까지 나오려는가보구만' 하고 한 숨.  이야기를 읽으며 한 동안은 앞장을 들추락 들추락해야만 했다.  게다가 이름들은 또 어찌나 비슷한지.  아오에다, 아미에다, 아이코에다....  개인적인 이야기겠지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오~ 두렵다.  기억력의 한계라고 봐야할지.  에혀~ 쩝쩝.    
 
  아, 이 가족들~  역시 범상찮구려~!!  전직 록커 할아버지, 미혼모, 아빠없는 딸, 밖에서 낳아온 아들, 가족을 버린 아버지, 여자가 졸졸 따르는 남자, 많은 고양이들....  역시 보통 집안은 아니야.  이 가족들의 참 재밌는 모습은 바로 대화의 모습이었다.  식탁위에서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 둥 그야말로 대가족다운 대화들이 오간다.  매일 매일을 명절처럼 온 가족이 모여살면 어떨까?  글쎄....  나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것인지 쉽게 '그거 내가 바라던 바요' 하지는 못하겠다.  그리고 이들의 가훈은 얼마나 재밌는지.  '식사는 가족이 모두 모여 왁자지껄하게 먹는다(p.15)'  이 가훈은 참 마음에 든다.  우리 가족이 다같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일이란 외식을 제외하고는 손에 꼽을 정도니 말이다.     
 
  <도쿄밴드왜건>은 사랑과 치유와 회복의 메세지다.  헌책방을 하는 한 가족들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보면 한 가지의 굵직한 이야기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따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실지, 나도 조금 따분했다는.  이 책은 가족들의 많은 사연들을 통해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게 되며 화합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가족을 버렸던 아버지가 노년이 되어 딸와 사위와 손녀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일, 외국인은 무조건 싫어라하던 남자가 그를 점점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 아버지의 외도에 상처 받았던 딸이 아버지와 여자를 용서하는 일, 딸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던 부모님이 딸을 용서하는 일, 책을 훔쳐갔던 자가 수년이 지나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 등 사연이 많고 아픔으로 얼룩진 가족들이 치유되며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는 과정을 소상히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흥미를 반감하지 않기 위해 등장인물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지만 너무 많은 사연이 많은게 아닐까?  마치 단편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성 싶을 정도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이 조금 어지러웠다.  그치만 이것이 가족들의 사는 모습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이들의 말을 빌자면 이것이 진정한 러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7-08-0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책 일어야지 하면서 아직도 못본 책 중 하나네요..저는 결혼전에 집에 갈때마다 너무 너무 좋았던게 가족 모두 둘러 앉아 함께 식사할수 있다는 것이였어요.

매우맑음 2007-08-06 16:02   좋아요 0 | URL
가족 모두 둘러앉아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참 소중한 일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