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보면서 재밌다고 느끼기엔, 내가 너무 늙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게 해줘서... 고맙다-_- 클램프 만화의 가장 심심한 파트들을 모아놓은 거 같은 흐름에 보는 내내 닭살.

 

쉬지 않고 달려오던 이야기가 코간류 수장의 죽음으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간다. 이야기의 축을 지배하는 두 인물의 과거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7권. 그런데다 다음권에선 어전시합 전에 한 판 미리 붙어서 겐노스케의 팔 한쪽을 날려버릴 예정인 듯. 돌아가는 걸 보아하니 그 짧다는 원작 가지고도 10권 채우고 더 나갈 수도 있겠다.

 

북박스에서 실험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한잡지 내에서 만화들을 통째로 라이센스 빼와서 레이블 만들기'인 시리우스 랜덤 코믹의 하나인 만화. http://boxcomics.egloos.com/594111 참고. [괴물왕녀]의 애니화 결정으로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을... 려나?

만화 자체로 보자면, 이 시리우스 코믹에서 나온 것들 중 가장 맘에 들었다. 박력 있는 연출이나 적절한 완급조절, 정감 있는 캐릭터와 스페이스 오페라의 향취까지. 현재의 트렌드를 지양하고 고전적인 옛 모험물의 아우라를 짙게 낸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느낌.

 

[천재 유교수의 생활], [불가사의한 소년].....

이런 경우를 가리켜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표현은 '원숭이도 나무 위에서 떨어져 골로 갈 수 있다.'

 

암튼 이런 거 보면서 순수와 재미를 동시에 느끼기엔 역시나 너무 늙어버렸다. 그리고 작가의 전력인 에로만화도 대강 별 일어날 거 같지도 않은 시추에이션에서도 기어이 일어나고 마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바굴휘였던 기억이 있어서, 보는 내내 언제 덮쳐버릴 것인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

 

얘기 들은지는 오래 됐으나 무척이나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잡게 됐다. 가슴 페티시들을 위한 너절한 청춘 동감 스토리. 그런데다 히어로물. 유감스럽게도 본인은 보는 것보단 만지는 게 좋기 때문에.... 뭐야 이거 내 얘기인 건가.

하하하 농담농담.

 

사놓고선 초반에 캉주대로를 달려가는 묘사에서 멈추길 수차례, 결국 거의 10개월 만에 완독했다. 이거 리뷰를 올려야 하나, 라고 생각은 했는데 나중에 맘바뀌면 생각해보고. 일단 책 뒤에 해설이 두 개나 붙어서 할 말을 거의 다 해주고 있기 때문에 달리 부연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

무엇보다도 재밌음. 이런 전쟁을 다룬 정극 드라마는 역시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하는데 [새의 노래]는 그중에서도 충분히 수위에 꼽힐 자격이 있다.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라는 걸 꾸준히 인지하게 만드는 처절한 현장감과 더불어 1차 세계대전사에서 상대적으로 언급이 안되었던 굴착병이란 인물군이 가졌을 절절한 감정, 지독한 상황묘사 등등이 진흙탕 참호 전쟁이었던 1차 세계대전을 여기선 언제 무너질지 모를 토굴 안을 등과 배가 흙벽에 달라붙은 채로 기어가 폭탄을 설치해야 하는 악몽 같은 땅속으로까지 끌고 내려간다.

구성상의 응용으로 1979년 현재 시점에서의 인생사 드라마도 하나 배치시켜 놓고 있지만 의도적으로나 효과적으로나 좀 진부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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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6-12-31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사길 잘했군요. 덕분에 네거티브 목록을 잘 작성하고 있습니다. 완결도 안 난 책 애장판이 나온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인지 -.-;;
이제 내일이면 새해군요. 미리 새해 인사나 드려야 겠습니다. 복많이 받으세요. 누구나 받는 '복'은 이미 그 자체로 복이 아니지만… (세뱃돈은 적립금으로 주시면 됩니다) !!!!

hallonin 2007-01-01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적립금으로 주문한 나초칩이 3일째 상품준비조차 되질 않아서 슬픔에 빠져 있다는....
 

http://chik.egloos.com/2710885

 

요점 : 클럽박스는 웹하드를 빙자한 비동의 p2p방식이다.

결론 : 당신의 컴퓨터 자원이 당신 모르게 딴사람에게 쓰일 수 있다.

 

세상은 엄하고 어둡습니다?

 

 

 

나우콤은 나우누리 시절부터 데이터베이스와 관련해서 뭔가 불법적인(아니, 불법적이라기 보다는 초법적인) 분야에서의 새시대를 개척해간다는 인상을 많이 줬는데.... 만약에 바닥을 보이지 않는 엄청난 용량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나우누리 무한자료실의 실체도 저 그리드 컴퓨팅 변종의 프로토타입이었다면, 정말 시대를 앞서나가고 있었던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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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백승주 아나 '걔네들'도 맞다"

상플은 안 보지만 얘네들이 재미있게도 몇 달 전에 디시 언어갤러리에서 논의했던 것을 다시금 불러오는 사고를 쳤다.

 

 

http://kr.dcinside8.imagesearch.yahoo.com/zb40/zboard.php?id=language&page=1&sn1=&divpage=2&banner=&sn=off&ss=on&sc=on&keyword=걔네&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1285

 

 

그리고 현재진행형의 간단한 정리.

http://kr.dcinside8.imagesearch.yahoo.com/zb40/zboard.php?id=language&page=1&sn1=&divpage=2&banner=&sn=off&ss=on&sc=on&keyword=걔네&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2380

 

 

더해서 관련된 쌈질이 아직 진행중인 동네.

http://www.korean.go.kr

 

 

순수한 우리말, 아름다운 우리 언어라는 모토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그런 개념들에 매달리는 양반들을 보면 내셔널리즘 중독자들을 보는 것과 비슷한 거부감이 일어난다. 언어란 순수한 것도, 그 임시 가건물 같은 순수의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것도 아니거니와.... 무엇보다도 불확정성의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사전보다는 말, 말보다는 사람이 앞서야 하는 법 아니던가. 또한 역설적이게도 그 법칙을 통해서만이 언어는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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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닌 1
아사노 이니오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의 치명타가 서서히 가해진다. 시간은 흘러가고 나이는 먹어가며 사회는 요구하고 의식은 번민한다. 인생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 씨X놈의 선택은 계속된다. 분단위 초단위로 계속된다. X같이.

날아가버리고 싶다. 그러나 착지할 땐 어떻게 하지? 너무 높이 날았다가 다다른 곳에서 다리가 부러진 사람들. 혹은 부러지는 것이 두려워서 영원히 날아다니는 사람들. 조금만 더 나이가 들면 우리는,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침을 뱉으면 내 얼굴에 고스란히 날아든다. 억지로 뚜껑이 닫힌 머리통은 터져나갈 것처럼 끓어오른다. 우아아아아아악! 악! 악!

 

 

폭발할 거야?

그래.

뭐 그러라지.

 

 


 

 

 

[소라닌]은 공황이 일상이 된 젊은이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니, 굳이 들어간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은 나와 당신과 그 누군가의 이야기, 표현대로라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려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세계에서 젊음을 보내야 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흔한' 이야기다. 보라구, 결국 그들은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하고 그래도 뭐 그냥저냥 삶을 살게 되겠지? 뻔한 이야기야. 뭔가 화끈한 반전을 원하겠지만 그래, 모든 것에 질려버려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려도 코웃음만 칠 누군가의 예상처럼 [소라닌]은 그렇게 뻔한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가 겪는 흔한 고통에 대한 비웃음은 잠시 접어두자. [소라닌]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 그리고 그 섬세함이란 소위 감상적인 사소설적 만화들에서 발견되는 두서없는 신변잡기의 나열이나 뻔한 우울증적인 쿨함과는 확연하게 다른 자장을 가지고 있다. 후루야 미노루의 스타일에서 영향받은 듯 하면서도 독자적인 평범함을 뿜어내는 인물들, 얼굴에 주근깨가 잔뜩 나거나, 희멀건 안경잽이이며, 비만형 체질이거나 80년대 마초풍 패션을 한 시대착오적 겉늙은이인 이들의 표정, 동선, 사고, 그리고 결과는 일상의 오소독스함과 풍부한 감정선을 살려내는 그들 캐릭터의 원초적인 매력과 더불어 그 모든 과정의 점착성과 인과의 부드러움을 통해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켜서 지독할 정도로 절절하게 공감토록 만든다. 즐거워하고 달리고 소리지르고 우울해하는 그들의 손짓과 말 한마디한마디는 자꾸만 어디서 본 것처럼 눈에 밟힌다. 한탄하고 화내며 원망하는 그 극명하고 실감나는 모습들은 또한 라디오헤드, 오아시스와 벡의 노래를 귀에 꽂고 다녔던 이들이 현실적으로 가졌을 감정의 소용돌이와도 같다. 그렇다고 [소라닌]이 그저 궁상맞게 질질 짜기만 한다고 생각지는 말자. 두 권 동안의 짧은 이야기, 청춘의 한순간 동안 이들은 딱 한 번씩만 울 뿐이다. 단 한 번, 그들에게 주어진 눈물의 순간은 현실의 냉기가 만들어낸 결과에 대해 허용된 잠깐동안의 흐트러짐이다.

울어라. 사실, 처음부터 그들은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꿈은 부러지고 현실은 가혹하다. 생활은 엄연하게 존재하고 시간은 흘러간다. 행복에 대해 물어봐도 아무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는다. 꿈을 몰아부치거나 현실을 몰아부치거나 그들에겐 결국 한가지 길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싫다면 종교적인 광기에 젖는 수밖엔 없다. 결국 [소라닌]은 그 제목에 준하게 내밀하게 거칠고 잔인한 이야기다. 아무데도 갈 수 없었던 이들에 대한, 그러나 어디로든 가고 싶어했던 이들의 모습. 마치 어떤 이의 소망처럼 단지 조금만이라도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주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구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구원.

그래서 그들은 사랑을 한다. 혹은 했다. 그리고, 하고 있다. 지켜봐줬었고 지켜보고 있다. 그들로 하여금, 우리로 하여금 살아있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 보잘 것 없는 위로에 의해서 모두는 그 얼마나 오랜 삶을 부지하고 있는 것인가. 이 추레한 삶에 대한 [소라닌]의 대답은 그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다. 구차하다고, 진부하다고 성급하게 결론내리지 말자. 그러기 전에 살아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뒤늦게서야 불러오는 오래 전 기억을,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갈 짐과 공동체의 아련한 풍경들을 보자. 추레하지만, 눈부시다.

 

왜 울고 있니 너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왜 웅크리고 있니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너를 위로하던 수많은 말들 모두 소용이 없었지
어둠 속에서도 일어서야만 해 모두 요구만 했었지

네가 기쁠 땐 날 잊어도 좋아
즐거울 땐 방해할 필요가 없지
네가 슬플 땐 나를 찾아와 줘
너를 감싸안고 같이 울어 줄게
네가 친구와 같이 있을 때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게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은
너의 길동무가 되어 걸어 줄게

<무지개> - 산울림

 

아아, 꿈을 꾸고 있는가. 그러나 꿈속에서든 현실에서든 우리는 살아간다. 줄어든 희망과 작은 기대, 보이지 않는 안타까움과 저 가슴 깊이 새겨진 따스함을 안고.

 

 

 

 


폭발한 거야?

그래.

 

그럼, 이제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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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욕의 음악을 들으려면 적막에 익숙해져야 한다. 마치 진공 속에서, 나지막하게, 기괴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쾌하게 울려퍼지는 비욕의 목소리는 불협화음의 도가니 속에서도 그녀만의 상쾌함을 뿜어낸다. 그녀의 목소리는 땅을 파고 달려가는 것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지만 처음 땅을 내딛는 것처럼 수줍고 조심스럽다. 모든 경계가 뒤섞이고 파해되지만 그 모두는 사랑스럽게 웃고 있다.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자. 이제 곧 아침이니까. 그리고 밤은 다시 찾아오니까.

 

그래, 마치 새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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