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보긴 봤는데 작화가 탁월하다는 것과 종이질이 이상할 정도로 좋았다는 것외엔 별 기억이 나질 않는다.... 휘어잡는 게 없다고나 할까.

 

성인사이트 게시판에 가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오크내상 경험기를 그대로 옮겨 그린 듯한 전반부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챗에서 여자 한 명 낚아서 빠바박해볼려는 찌질이문화는 별 다를 바 없구나... 싶었음. 전작인 [르상티망]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이번에도 정말 지독한 리얼리티와 자학적 노출증의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한 찌질이의 어긋나기 시작한 일상을 파고들어간다.

 

우란이랑 아톰 겁나게 귀여움. 장난 아니게 귀여움. 간만에 보니 나오키 매너리즘도 그럭저럭 볼만은 하다는 생각. 우란 아톰 열라 귀여움.

 

작가의 바람직한 정치적 태도를 볼 수 있었던 16권이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뭐랄까, 이번 16권에선 스토리를 조이는 작가의 솜씨가 좀 무뎌졌다는 생각. 지금까진 거의 낭비가 없는 연출로 계속해서 끌고왔지만 이번엔 컷을 때우는 개그씬이 좀 억지적인 게 있었고, [수신연무]와도 겹쳐지거니와 신캐릭터의 등장이라든지 하는 스토리텔링의 왕도적 패턴이 은근하게 나이브한 인상을 준 모양. 뭐 납득가능하기도 하고 새로 나온 애들이나 배경도 맘에 들고 어떻게든 잘 해내겠지 싶은디.

 

치기어림. 그 한마디로 설명이 되버린다. 뭐 신통력이 생겨버린 건진 모르겠는데 이번에도 중간에 범인 맞추고 트릭 맞춰버려서 후반부가 좀 지루했음. 영 뻘쭘하기만 한 문장, 유명 탐정들의 이름을 빌어왔음에도 기이할 정도로 캐릭터성이 결여된 인물들과 작가후기의 오만함이 인상적이었다....

 

[십각관]보다는 훨씬 나아진(무려 열 편째이니만큼) 양상을 보여줘서 다행이라고 생각. 근데 역시나.... 하지만 이번 경우는 [십각관]을 봤으면 어느 정도 돌아가는 게 예상가능한 결말. 여전한 캐릭터들의 무개성이 돋보이는데 그런 작가적 한계를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관' 자체의 특성화로 메우려는 작가의 선택이 있었던 듯. 나름대론 선방이었다고 보는데 그래도 뭐 심심한 건 어쩔 수 없나.

 

잠깐 눈물 좀 닦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ackson☆Star

 

어렸을 적 마이클 잭슨은 제게 있어서 일종의 신과도 비슷한 개념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너무 좋아서 죽어미쳐버릴 것 같아서 신 같았다는 건 아니고, 마치 신처럼 정작 저 자신은 직간접적으로라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데도 사방에서 다 마이클 잭슨 얘기를 해대니 그 존재 자체가 계속해서 인지됐었던 거죠. 아마 그런 기억으로써 저에게 마이클 잭슨을 주입했던 건 보물섬에 연재됐던 [아기공룡 둘리]에서 나왔던 잭슨 사촌 마이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Bad"도 "Billie Jean"도 "Beat  It"도 어떤 노랜지 오랫동안 몰랐고(세 곡 다 제대한 다음에야 제대로 들었던가 그럴 겁니다), 메가드라이브용으로 나왔던 그가 주인공인 게임 [문워커]로 더 친숙했죠. 그 게임 잘 만들었었습니다.... 영화는 좀 꽝이었지만.

마침내 청계천 가서 사왔던 [Dangerous] 뮤직비디오로 그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보게 됐습니다. 그 비디오테이프, 마르고 닳도록 보고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뭐가 그리 좋아서 마르고 닳도록 보고 들었는지는 그 동기가 좀 확실히 잡히질 않네요.... 두 명의 데이빗(핀쳐와 린치)이 각각 뮤비와 콘서트연출로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인해서 호감을 가졌던 것도 있고 나오미 캠벨도 죽여줬고. 뭐 사실 노래도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그 때 제 나이대의 우상이라면 차라리 뉴키즈온더블럭쪽이었고. 잭슨형은 왠지 [Dangerous]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거부감이, 그러니까 하는 짓이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지금 보면 뉴키즈온더블럭의 촌스러움이 훨씬 압도적입니다만, 아무튼 그때의 제가 느꼈던 잭슨의 이미지는 촌스럽다, 였다는 것. 그와 더불어 건즈앤로지즈와 함께 락바보로서의 시간이 시작되면서 위정척사의 마음가짐으로 마이클 잭슨의 노래들을 쓰레기 취급하게 됐고. 이런 인지능력을 가졌던 판이니 그의 매 앨범이 당대 프러듀싱의 교과서라는 말을 듣게된 것도 훨씬 나중의 일이었죠.

 

[Dangerous]앨범이 너바나의 [Nevermind]에게 꺾여나갔다는 뉴스는 시대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스필버그-마이클 잭슨으로 대표되는 보수적 꿈나라 속 80년대의 종막임과 동시에 새시대 얼터너티브의 시작이란 의미에서 말이죠. 마이클 잭슨의 몰락은 그 시점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의 라이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제왕적 포멧과 제가 촌스럽다고 여긴 부분, 즉 그 특유의 정교하게 짜여있으면서도 강력한 자뻑의 기운을 풍겨내는 모든 제스춰들이 이젠 먹히지 않는 시대가 찾아온 거죠. 당시 헤비메틀계 또한 비주얼과 LA 계열로 대변되는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비르투오소적인 양상들이 빠르게 몰락해가고 그 자리를 얼터너티브와 장르혼합이 먹어들어가고 있었던 걸 보면 확실히 새로운 시대는 시대였던 겁니다. 그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이클 잭슨은 아예 [History]라는, 엄청난 물량전을 동원하는 독하게 에고이즘적인 앨범을 들고 시대에 반항했지만 결국 거기까지였죠. 그리고 뒤이은 스캔들의 연속으로 그는 완전히 소진됐습니다. 제왕에겐 내려올 계단밖에 남아있지 않은 거였죠.

 

Michael Jackson In Bucharest "Billie Jean"

 

그런데 UCC시대가 도래하자 그가 조금씩 재발굴되는 느낌이랄까요.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정교함과 고난이도성. 그리고 르펜슈탈 나치 다큐멘터리의 완벽한 현현이었던 라이브 현장에서의 그 무지막지한 지지와 열광이란 것은 21세기에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들이죠. 그럼으로 인해서 제왕이었던 그를 추억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열광적으로 올려지고 있습니다. 지나간 골동품에 대한 추억이자 어떤 신기한 것을 보는 서커스적 경험이란 측면에서 이것 또한 마이클 잭슨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요즘은 그의 [History] 앨범을 집중적으로 듣고 있는 중인데, 좋군요. 예전엔 싱글컷된 노래들만 들어봤고 전체를 다 듣는 건 요즘 얘기입니다만. 사실 "Scream"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무척 좋아하던 노래기도 했고. "History"와 "Little Susie", "Stranger In Moscow"도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둑드라마가 어떻습니까!"

"바둑?"

"그렇습니다! 바둑 초고수들의 사랑과 애환을 다루는 거죠! 어렸을 때부터 처절한 영재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두 명의 라이벌이 국수의 자리에 올라서 펼치는 사랑과 야망의 대서사시! 사실은 알고보니까 라이벌 둘은 배다른 형제였고 한 여자를 사랑하며 동생쪽이 실은 서자였는데 가문의 비밀 때문에 어렸을 때 버려져서 자랐다는 것으로 형은 엘리트갑부지만 마음의 어둠이 있고 동생은 반항아 아웃사이더지만 인간의 정이 있다는 한국인을 울리는 기본이야기구조를 바탕으로 결국엔 형제간의 우애를 확인하게 되지만 그들 앞에는 남극에서 수련하고 돌아온 인류최강의 사나이가 등장합니다! 바둑의 기보를 더듬는 장면에서 CG를 적극적으로 도입, 초클로즈업 바둑알 및 바둑판 촬영과 박력과 속도감이 넘치는 테이크로 볼거리와 긴박감을 더하는 겁니다! 어렸을 때 수련 장면에선 폭포수를 맞으며 바둑을 둔다던지 10킬로그램 짜리 팔찌와 발찌를 차고 바둑알을 옮긴다든지 하는 장면 넣고, 결정적인 수를 둘 때마다 뒷 배경에선 호랑이가 울부짖고 폭풍이 일고 지진이 일어나며 우주에서 혹성이 떨어지고 피를 토하고 앗싸...."

"기각."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iamX 2007-05-01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둑의 왕자!!!!

hallonin 2007-05-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하의 기사 드라마판 보고선 좌절.
 

다 보고난 뒤에 든 생각이 뭐였냐면, 요시나가 후미는 이제 뭘 그리든 먹고는 살겠다.... 라는 거. 표정이나 동선이나 심지어 한결 같은 캐릭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작화적인 면에서의 어떠한 엄청난 부분은 없는데도 그녀의 만화가 멋진 화학효과로 가득 차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컷구성에 있어서 발휘되는 감각 때문인 듯 합니다. 날잡아서 뜯어봐야 할 듯.

마치 정석처럼 모든 것이 시작됐던 시점으로 돌아가는 2권에서 요시나가 후미는 사랑의 원론적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이것은 [사랑해야 하는 딸들] 3화에서 보여줬던 주제를 보다 심화시킨 결과로 보이는데 그 덕에 현재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오오쿠] 2권의 자체적인 밀도는 상당히 꽉 차 보입니다. 시대극의 틀을 사용하면서도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챙겨야 할 건 다 챙기는 조율감도 훌륭하며 결정적으로 3권을 절절하게 기다리게 만든다는 점에서(2권이 얼마만에 나온 거더라) 이 작가는 독자를 노예로 만드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ttp://www.davidlynch.com/

자기 사이트 운영중. 꽤 열심히 운영중인데 데이빗 린치라는 존재 자체의 브랜드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컨텐츠가 유료인, 강력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충만한 사이트.

 

http://www.inlandempirecinema.com/

최신작 [인랜드 엠파이어]. 스폰지하우스에서도 안 틀어줄 것 같다.

 

별 희한한 것도 다 올려놓네. 린치 찾으니 튀어나왔음.

 

덤으로 생각나서 "Perfect Dru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