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son☆Star

 

어렸을 적 마이클 잭슨은 제게 있어서 일종의 신과도 비슷한 개념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너무 좋아서 죽어미쳐버릴 것 같아서 신 같았다는 건 아니고, 마치 신처럼 정작 저 자신은 직간접적으로라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데도 사방에서 다 마이클 잭슨 얘기를 해대니 그 존재 자체가 계속해서 인지됐었던 거죠. 아마 그런 기억으로써 저에게 마이클 잭슨을 주입했던 건 보물섬에 연재됐던 [아기공룡 둘리]에서 나왔던 잭슨 사촌 마이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Bad"도 "Billie Jean"도 "Beat  It"도 어떤 노랜지 오랫동안 몰랐고(세 곡 다 제대한 다음에야 제대로 들었던가 그럴 겁니다), 메가드라이브용으로 나왔던 그가 주인공인 게임 [문워커]로 더 친숙했죠. 그 게임 잘 만들었었습니다.... 영화는 좀 꽝이었지만.

마침내 청계천 가서 사왔던 [Dangerous] 뮤직비디오로 그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보게 됐습니다. 그 비디오테이프, 마르고 닳도록 보고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뭐가 그리 좋아서 마르고 닳도록 보고 들었는지는 그 동기가 좀 확실히 잡히질 않네요.... 두 명의 데이빗(핀쳐와 린치)이 각각 뮤비와 콘서트연출로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인해서 호감을 가졌던 것도 있고 나오미 캠벨도 죽여줬고. 뭐 사실 노래도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그 때 제 나이대의 우상이라면 차라리 뉴키즈온더블럭쪽이었고. 잭슨형은 왠지 [Dangerous]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거부감이, 그러니까 하는 짓이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지금 보면 뉴키즈온더블럭의 촌스러움이 훨씬 압도적입니다만, 아무튼 그때의 제가 느꼈던 잭슨의 이미지는 촌스럽다, 였다는 것. 그와 더불어 건즈앤로지즈와 함께 락바보로서의 시간이 시작되면서 위정척사의 마음가짐으로 마이클 잭슨의 노래들을 쓰레기 취급하게 됐고. 이런 인지능력을 가졌던 판이니 그의 매 앨범이 당대 프러듀싱의 교과서라는 말을 듣게된 것도 훨씬 나중의 일이었죠.

 

[Dangerous]앨범이 너바나의 [Nevermind]에게 꺾여나갔다는 뉴스는 시대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스필버그-마이클 잭슨으로 대표되는 보수적 꿈나라 속 80년대의 종막임과 동시에 새시대 얼터너티브의 시작이란 의미에서 말이죠. 마이클 잭슨의 몰락은 그 시점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의 라이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제왕적 포멧과 제가 촌스럽다고 여긴 부분, 즉 그 특유의 정교하게 짜여있으면서도 강력한 자뻑의 기운을 풍겨내는 모든 제스춰들이 이젠 먹히지 않는 시대가 찾아온 거죠. 당시 헤비메틀계 또한 비주얼과 LA 계열로 대변되는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비르투오소적인 양상들이 빠르게 몰락해가고 그 자리를 얼터너티브와 장르혼합이 먹어들어가고 있었던 걸 보면 확실히 새로운 시대는 시대였던 겁니다. 그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이클 잭슨은 아예 [History]라는, 엄청난 물량전을 동원하는 독하게 에고이즘적인 앨범을 들고 시대에 반항했지만 결국 거기까지였죠. 그리고 뒤이은 스캔들의 연속으로 그는 완전히 소진됐습니다. 제왕에겐 내려올 계단밖에 남아있지 않은 거였죠.

 

Michael Jackson In Bucharest "Billie Jean"

 

그런데 UCC시대가 도래하자 그가 조금씩 재발굴되는 느낌이랄까요.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정교함과 고난이도성. 그리고 르펜슈탈 나치 다큐멘터리의 완벽한 현현이었던 라이브 현장에서의 그 무지막지한 지지와 열광이란 것은 21세기에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들이죠. 그럼으로 인해서 제왕이었던 그를 추억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열광적으로 올려지고 있습니다. 지나간 골동품에 대한 추억이자 어떤 신기한 것을 보는 서커스적 경험이란 측면에서 이것 또한 마이클 잭슨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요즘은 그의 [History] 앨범을 집중적으로 듣고 있는 중인데, 좋군요. 예전엔 싱글컷된 노래들만 들어봤고 전체를 다 듣는 건 요즘 얘기입니다만. 사실 "Scream"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무척 좋아하던 노래기도 했고. "History"와 "Little Susie", "Stranger In Moscow"도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