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시골틱한 포크송들을 들려주고 있는 플로팅 하우스 밴드의 1969년도 유일작. 뭐라고 더 표현이 힘들 정도로 미국 시골틱한 감성을 물씬 풍겨내고 있음. 그런데 그게 마냥 촌스럽게만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세련된 리마스터링과 평화로운 화음들 속에서 빚어내는 내용적인 면에서의 '달관스러운' 분위기들 덕인 듯. 볼륨을 어떤 상태로 두든 귀에 자극을 안 준다는 점에서 생활 사운드트랙으로 심하게 적절, 그외 응용범위가 넓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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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거리
아사노 이니오 지음, 이정헌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작품의 무대인 빛의 거리는 특별하게 소개되지 않는다. 또한 딱히 특징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곳은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하게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전형적인 신도시, 대기업 자본과 거대 행정계획이 맞물려서 물질적인 모든 것들이 미래를 향해 진행되어가는 와중에 과거의 흔적들이 사라지는 그런 곳이다. 현대인에게 있어 거의 집단무의식적 친근함에 가까운 이같은 풍경이 담보하게 되는 것은 고독과 상실, 그리고 차가운 죽음의 이미지들.

[빛의 거리]는 그런 이미지들을 착실하게 쫓는다. 다수의 실패한 아버지들과 그 숫자만큼 망가진 아이들, 그리고 관조자로 이뤄진 이야기를 장식하는 인물군은 하나같이 빛의 거리에서 거기서 거기일 뿐인 자리를 멤돈다. 그들은 모두 삶에 대해 일찌감치 지치거나 혹은 갈 데까지 가서 지쳐버린 탓에 더없이 외로워하거나 지겨워한다. 그리고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하든 꿈틀거리는 폭력과 죽음 속에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빛의 거리]는 [고로시야 이치]가 아니다. 폭력의 쾌감을 노골적으로 쫓는 대신 은밀한 폭력의 세계를 서글프게 드러내는 이 이야기들의 배경이 되는 빛의 거리는 그 이야기의 어두움과는 반대로 내내 따스한 햇빛과 맑고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오직 타스쿠만이 유일하게 빛의 거리 바깥으로 나가서 어둠과 차가운 비를 경험한다. 그리고 마치 주박에 걸린 것처럼 그들은 다시금 자신들이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 고통스럽고 지겨운 생활이 있는 곳으로.

그렇다면 왜 사는가? [빛의 거리]에서의 삶에 대한 대답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엔 아무런 의미도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런 차원에서 고된 숙고를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붕괴의 시작이 된다. 원래부터 없던 의미를 수복하기 위해 가상의 유의미를 강제로 생성시키는 순간 종국, 즉 죽음이라는 '의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된다. 생활-삶이라는 일련의 작용이 끝나고 있을 원점회귀의 결과가 가상의 의미에 의해 계속 결여되어 있을 무언가로의 복귀라면 그것은 스위치가 되어 소거행위로서의 완전한 파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존재하지도 않을 의미에 의해 종속될 시간에 무엇을 믿으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생각하라는 조언을 한다. 그것은 연인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동지애일 수도 있으며 가족적인 애정일 수도 있다. 너무 긍정적이고 뻔하지 않냐고? 걱정할 것 없이, 그 모든 것은 흘러간다. 오래된 것이 지워지면 새로운 자리를 차지할 무언가가 나타난다. 그 연속성과 유지 자체가 삶인 것이다. 

삶의 문제에 대한 아사노 이니오의 보다 훌륭한 대답은 우리나라엔 먼저 소개됐지만 연표로 보면 후속작인 [소라닌]에서 내려진다. [빛의 거리]가 간혹 소재의 무거움을 치뤄내기에는 다소 가벼이 여겨질 정도로 도식적이고 거친 전개를 보여주는 것은 그 성숙도와 진중함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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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2008-01-2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유의미에 대한 강박 역시 하나의 믿음으로 대치되지 않을까?
책이나 문학을 신으로 삼는 것도 하나의 <문학부흥종교군>같은 느낌으로.

의미의 존재 여부는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이고,
그보다도 그런 의미를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삶쪽이 좋은데.

그보다도 옆의 푸코 얼굴이 너무 웃긴다 깔깔

hallonin 2008-01-2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서 잔뜩 썼다가 지워버린 게 의미의 강박으로 인한 문명과 종교의 성립에 대한 거였음ㅎㅎ 플라톤주의자를 마땅히 경멸하라야? 플라톤은 사람들에게 망상을 심어줬을지 몰라도 그 자신은 남들이 믿게 만들 망상을 만드느라 충실한 삶을 보냈으니 진정한 가치는 그쪽에 있는 건지도.

근데 푸코 좀 무서운 남자였음.
 

1. [빨간 마후라] 사건은 당시의 비디오 복제 문화와 비디오의 기술적 운용에 대한 한 지표였다. 그것은 본격적으로 이슈화되는데 거의 반년 가까이가 걸렸다. 오양 비디오 사건은 국내 인터넷망 전파의 기폭제였다. 백양 비디오 사건은 이슈의 크기와 더불어 크래킹 기술력의 한계치를 시험한 사건이기도 했다. 당시 미국 성인사이트에 걸려있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주일 전에 만든 보안벽이 발정난 우리나라 크래커의 공격에 네시간만에 깨졌고 인터넷 공유정신에 의거한 무차별적인 사생활 파괴가 이뤄졌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먹이로 삼은 섹스 비디오의 이슈화는 각각 이슈메이킹을 담당하는 매체 문화의 어떤 한계치를 시험하는 현상들이었다.

그런데 근간 벌어진 놀이터 막장 사건은, 과거의 사건들에 비해 너무도 조용하게 다뤄지고 있다. 몇몇 언론의 주목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거의 묻히듯이 하면서 지나가는 중이다. 그저 조용하게, 그러나 막대한 양의 교환이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을 뿐이다. 그것은 그저 다른 야동에 비해 조금 더 신선한 이슈 이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 '그정도로는' 더이상 자극이 안된다.

근 10여년 동안에 일어난 이같은 변화는 감각에 대한 세상의 속도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지표다. 점점 이슈는 소수화, 파편화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감각해져가고 있다. 상상력의 견지는 줄어들고 코드화된 자극이 점점 고정화된다. 테라급 하드디스크도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각 개인이 가지게 되는 정보 보관함의 크기 또한 비대해지고 있다. 그 안엔 얻을 수 있는 기술적 수혜를 통한 자극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리하여 속도라는 지표와 반응성만이 남아가는 세상. 비판이나 공론으로서의 이슈는 되지 않은 채 다른 수많은 야동들보단 약간 특이한 소비 대상으로 기능하는 어떤 개인적인 섹스비디오의 운명. 항상 합리적인 도덕론자들이 과거의 섹스비디오 사건에서 지적한 바는 영상을 찍는 쪽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대상을 유통시키는 이의 공범의식과 더불어 스무스하게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점점 성숙해져서(?) 섹스 촬영과 공공장소에서의 성행위라는 행위 당사자들이 가진 상대적 특이성을 자극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김본좌에게 바쳐진 수많은 헌사에서 이미 예상됐던 바이지만(물론 그 헌사들은 프리미엄급 AV 동영상 보급자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관음증은 자연스러운 생활이 됐다. 우리는 정말 과부하 상태가 되도록 '보고 보임을 당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자극이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과연 충격이란 어떤 식으로 대답이 돌아올 것인가. 이것은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된 세상에서의 욕망이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상상하는 것과 같다.

 

2. 오타쿠 서사의 축으로서의 에로게임은 동력을 잃었다. 사실상 오타쿠 서사는 전방위적으로 표류중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디로인가. 보다 적극적이고 편의지향적인 소비대상인 패러디 동영상 문화로의 이입인가. UCC가 어떤 출구가 되리란 건 확실하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로선 동어반복에 가깝다. 그리고 그 시간의 길이에 반비례하여 에너지는 점점 고갈될 것이다.

 

3. 단단한 서사에의 욕구. 그 흐름은 이세계의 구축, 팩션물의 범람, 기술적 완성도의 고도화라는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그와 같은 흐름에 대한 만족스러울 정도의 반작용, 거대한 망치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실 망치에 대한 열망도, 그 열망 자체로만 소비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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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른 편의점에서 어떤 분이 생각나서, 충동적으로 내 몫까지 사게 된 시가. 미국산이란 걸 봐서도 알겠지만 한마디로 저가 시가. 하여, 태어나서 처음으로 팔자에 없을 거 같던 시가란 걸 피워보게 됐다.

 

음, 맘에 들었다.

 

전에도 뻐끔뻐끔 분위기 따라서 한두대 담배는 피우곤 했었지만 썩 즐기지도 않았거니와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끊어버린 건 담배가 주는 날카로운 맛 때문이었다. 피울 때 입안을 메우는 맛이나 내뿜는 연기나, 담배가 만들어내는 모든 부산물이 마치 면도날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주변을 풍성하게 메우는 연기, 부드러우면서 풍부한 느낌. 그런데 어째 리뷰들을 보니 쥬웰스 스위트는 하바탐파의 다른 종류 시가들에 비해서 쓰고 독한 편이라는 평이 전반적인데 난 뭐지 그럼-_-

 

하여튼 끽연이 즐겁게 느껴진 건 살아오면서 처음이었다. 시가 좀 피운다는 양반들은 쥬웰스엔 시가라는 이름 달기도 아깝다는 말도 있는데 아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언젠가 내 혓바닥도 신의 혀가 되서 대당 만원 훌쩍 넘기는 쿠바산 시가나 찾게 될지 모를 일이지만 일단 대당 1800원이면 그럭저럭.... 이 아니라 그래도 내 입장에선 상당히 무리-_- 그러나 뭐 매일마다 미친듯이 피울 것도 아니고 가끔씩 생각나면 피우는 정도면 괜찮을 듯. 한대 피우는 데만도 아주 배가 부를 정도로 피울 수 있으니. 조만간 스치다 보곤 했던 1호점 갈 일 생길지도.

 

살면서 좋아지는 게 너무 많아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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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날아간 황학동 모처에서 앨범이 몇 장 있는 델 발견. 영국 르네상스 음악가들을 집중적으로 발굴하던 시절의 하이페리온 레이블 음반들이 보임. 몇 개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골라낸 건 퍼셀.

킹스 콘소트와 로버트 킹의 합작품.... 인데. 검색하다보니.

 

영국 지휘자 로버트 킹 소년단원 성폭행으로 징역형 
 
 
[중앙일보   2007-06-05 17:03:54] 
 
 
[중앙일보 이장직]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고(古)음악 앙상블'더 킹스 콘소트(The King's Consort.이하 TKC)의 지휘자 로버트 킹(46)이 성폭행 혐의로 3년 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82~95년 당시 TKC의 합창단원으로 있던 당시 12~16세의 소년 5명에 대해 성추행을 가한 혐의다.

원고측은 소년 단원들이 레슬링이나 말타기 놀이를 할 때, 또는 단체로 샤워를 한 후 타월로 몸을 닦아주면서 이들의 성기를 만지고 더듬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게 맥주나 진 등 술을 마시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금은 20.30대 청년으로 성장한 원고들은 지난해까지 성폭행당한 사실을 숨겨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합창단원 시절 얘기를 나누다가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을 깨닫고 킹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킹은 22세부터 35세 되던 해까지 소년 단원들을 성폭행해온 셈이다. 런던 아이즐워드 크라운 법원에서 지난달 8일 시작된 재판에서 로버트 킹은 "고소 사실에 나도 놀랐다. 누군가가 내 라커 룸에서 도망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징역형이 선고되자 고개를 떨구고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고 데일리 텔리그라프지는 보도했다. 로버트 킹은 평생 성범죄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게 된다. 재판정은 앞으로 킹이 출옥 후에 어린이들과 함께 연주하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범행이 시작된 후 사생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언급했다. 로버트 킹이 소속된 세계 굴지의 매니지먼트사인 해리슨 패롯은 홈페이지에서 킹의 페이지를 슬그머니 삭제했다.

어려서부터 캠브리지 세인트 존스 칼리지 합창단에서 보이 소프라노로 활약했던 로버트 킹은 데카 레이블로 나온 베스트셀러 음반인 뒤뤼플레의'레퀴엠'에서 독창까지 맡았었다. 킹이 1980년에 창단한 TKC가 발표한 95장의 CD는 지금까지 100만장 넘게 팔려나갔다. 덕분에 TKC는 영국 음반사 하이페리온의 간판 아티스트로 자리잡았다. TKC는 비발디의 교회음악 전곡 음반에 이어 몬테베르디의 교회음악 전곡 음반을 녹음 중이다.

로버트 킹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The Kingdom of Heaven)'의 음악 자문을 맡았으며 영화'다빈치 코드''플러쉬(Flushed Away)'등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녹음에 참여했다. '슈렉 2'에서는 직접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기도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이 인간이 한창 애들한테 비누 줍게 할려고 시추에이션 짤 때 녹음된 거네요.

 

 

이거 두개도 건져올렸는데 현재까지 결론은, 호기심에 지지 말자는 것.... 그나마 윤희보단 윤연선쪽이 더 좋습니다. 이쪽은 매물이 좀 나와있던데,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구입이랄까.

 

스탠 묄러에 황병기까지 더하면.... 파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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