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본 유진 그림체가 왜 그렇게 이상했는가를 드디어 깨닫게 되었는데, 이 양반 여기 와선 뭔 이유로 캐릭터마다 일관되게 누구쪽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탱탱하게 부풀어오른 상태로 유난히 강조해서 보여주는지 모르겠음. 나름 페티시즘인가.

아 뭐 내용은 여전히 개차반.

 

인공 진화 연구소라던가. 어떻게 된 게 이름만 들어도 긴장감이 허탈하게 풀려버릴 정도로 대놓고 위험천만한 인상인 걸 그리도 쾌활하게 얘기한다는 부분에서부터 이미 몰입감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웹코믹으로 연재했을 땐 볼만 했는데 어째 이렇게 보니 영. 걍 덕후 망상용이라는 점에서 가끔씩 진지한 체 하는 부분조차도 코드적 되씹기로 해석할 수 있는, 추호의 증폭도 축소도 없는 순도 백푸로 덕후물. 가끔씩 근친스러워지기라도 하면 실은 난 니 애비가 아니다 설정을 들이밀면서 피 안 섞인 딸 동거 루트로 들어가지 않을까도 예상됨.

 

축축 쳐져가고 있음.

 

여전히 존나 짱이니까 많이들 보도록 합시다.

 

텐션 저하.

 

플롯상으로 이가 좀 안 맞는 부분이 있음. 그리고 기어코 나오리라 생각했지만 '놈은 내 먹이니까 건들지 마' 루트 진입.

 

삼엽충.

 

추천사에서부터 북한의 기계화부대 공습에 대한 대비 운운하는 건 직업상 형상기억합금적인 반응으로 인해 그렇다 치더라도 히틀러의 광기를 프롤레타리아적 성격이라고 과감하게 규정해버리는 부분들에서 이 책의 정치적 수준을 대충 예상할 수 있겠음. 뭐 전쟁 책임을 히틀러에게 모조리 돌려버리고 휘하 장성들의 눈물 겨운 노고를 복권시키려고 애쓰는 것도 그렇고. 그외엔 자료 풍부하고 주석도 빠글빠글한 게 밀덕후들을 환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함. 내용은 기존에 알려진 전격전에 대한 해체와 신화의 재구축 작업.

 

동어반복이 너무 많아서, 뭔가 역시나 대학교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위치에 대한 이야기. 자기-정체성과 우리-정체성이라는 개념의 차이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신중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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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8-03-2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먹이니까 건들지 마 내 먹이니까 건들지 마 내 먹이니까 건들지 마 내 먹이니까 건들지 마 내 먹이니까 건들지 마 내 먹이니까 건들지 마 내 먹이니까 건들지 마 내 먹이니까 건들지 마… 벗겨도 벗겨도 변함없고 먹어도 먹어도 깊은 그 맛… 어? 생쥐도 들어 있네?(성장기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 보강) 와, 신난다!
고객을 위한 반 세기 - 야심

hallonin 2008-03-2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구리 순한 맛 빼면 농심 제품 중엔 애용하는 게 없어서....
 

이지리스닝으로서의 누재즈 장르를 괜찮게 소화해 낸 거 같음. 클래지콰이가 엠피삼 뿌릴 때의 추억이 솔솔. 최고다, 뿅 간다라고 외칠 수는 없겠지만 이 장르의 음악들이 완성도 있게 구축됐을 때 들을 수 있는 세련된 세공미라는 표현은 받을 만하다. 다만 듣기 전에 개인적으론 좀 더 복고풍으로 밀어부쳐주길 바라기도 했었는데, 그런 인상을 들을 거면 우선 미나(익히 알려진 92학번 그녀 말고) 앨범부터 구해놓고 말해야한다는 생각이. 어쨌든 프러듀싱이 너무 깔끔한 건지, 복고적인 이미지는 많이 약함(뭐 윤상 스타일의 사운드를 복고의 기준으로 본다면 복고적이랄 수도 있겠다). 재료의 성질은 다른데 묘하게 몬도 그로소틱하다고나 할까. 전반적인 템포의 흐름이 쉴 틈을 안 주기 때문에 통시적으로 듣다보면 좀 피곤해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 것도 몬도 그로소랑 비슷했고.

뭐 지친 몸뚱아리 위로하기엔 적절하다. 그리고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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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 서는 법이란 걸 모르는 염병할 경기도 버스들을 여러 대 보내버리고 예정 시간보다 한시간 늦게 도착한 고양시에 있는 창고에는 이미 세 명의 일꾼이 도착해서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인력사무소에서 고용한 두 명의 우즈벡인과 한 명의 중국인이었다.

 

작업은 무미건조하게 진행됐다. 쓰레기 양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여유는 있는 편이었다. 우리들은 쉬는 시간에 둘러 앉아서 맛대가리 없는 뻑뻑한 샤니 빵을 씹고, 사이다와 요구르트를 들이키면서 제법 적적하게 시간을 보냈다. 귀수술을 한 건지 보청기인지 모를 괴상한 플라스틱을 귀에 끼고 있던 통통한 중국인은 당연한 말이긴 한데 너무도 능숙한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지만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밖에 모르는 상태였다. 우즈벡1은 한국어 회화가 상당한 수준까지 가능했고 우즈벡2는 그보단 떨어졌지만 말을 알아듣는 건 가능했다. 당연히 나는 우즈벡어와 중국어 양쪽에서 젬병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의 대화는 그럭저럭 공용어인 한국어로 이뤄지곤 했다.

 

그 과정은 꽤 재밌는 것이었다. 우즈벡인들은 중국인하고 얘기할라 치면 하오하오 밖에 할 줄 몰랐고 중국인은 그래서 말보로 레드에 걸신 들린 우즈벡인들끼리 떠들 때면 가만히 앉아서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주변을 보는 일밖에 할 수 없었지만,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에 있는 우즈벡 식당 위치와 우즈벡 맥주 맛이 어떤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지만, 곰팡이와 곤충똥, 썩은 나무들로 구성된 동굴 같은 비닐하우스 창고 안에서 하루 종일 4톤 가량에 이르는 그 빌어먹을 쓰레기 종이 더미를 옮기느라 허리 병신이 될 거 같았던 우리들은 작은 틈새 시간들 속에서 아마도 어긋났을 의미의 대화들과 표정과 몸개그를 통해 웃을 수 있었다.

 

일당은 1인당 팔만원이었다. 나는 월급이고.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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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한계를 넘어 불가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향년 90세. 결국 오버로드와 만나지 못하고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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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의 발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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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 자신을 죽은 것으로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54~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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