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나 : 오랜만이야. 이렇게 통화하는 것도. 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혹시 아까 전에 전화했었어?
A : 네? 전화했었잖아요.
나 : 아, 정말? 으음.... 전활 끊고 바로 잠들었거든. 그게 마치 꿈속에서 통화를 했던 것 같아서. 너랑 얘길한 게 꿈을 꾼 게 아닌가 하고 착각하고 있었어(꿈과 현실의 경계 붕괴).
A : ...정말 어디 이상한 거 아녜요?-_-
사례 2.
나 : 아, 응(도대체 뭔 대사로 시작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다만 틀어놓은 바그너 서곡 모음집이 꽝꽝거리며 음악을 토해내고 있었고 머릿 속엔 춘향전 생각밖에 안 났다.).
A : 괜찮아요? 하도 대답이 없길래 화난 줄 알고 전화해봤어요. 괜찮아요?
나 : 아, 응(아마 이랬던 듯 싶다). 그런데 춘향전은 다 봤어?(이미 이 시점에서 제정신이 아녔다)
A : 네?
나 : 춘향전. 임권택이 만든 거 말야. 그거 보고 있었던 거야?
A :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지금?
나 : 아.... 춘향전을 보고 있던 게 아녔어? 아, 잠깐 잠깐. 지금 막 졸다가 깨서.... 어떻게 된 거지?(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서곡이 흘러나오고 있다)
A : 피곤하신 모양이네요. 자야 할 거 같아요.
나 : 응. 아무래도 그래야겠어. 그래....
전화를 끊고 눈을 감고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1막 서곡이 나올 때까지 자빠져 있었다. 그쯤 되어서야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었다....-_-
보약이라도 만들어 먹어야 하나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