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페이지에 이르고 99명에 달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방대한 분량의 가십성 보고서를 다 읽는데는 생각외로 오랜 시간, 30분이 걸려버렸다. 확실하게 이슈감인데다 보고서 자체의 성격이 스포츠신문에서 이니셜로만 떠돌던 가십덩어리들을 노골적으로 분명하게, 그리고 통합적으로 묶어놓은 것이라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 파급력은 꽤 셀것이다. 이미 조선일보에서 기사가 올라갔다.

보고서 자체만 놓고보면 이 보고서는 가장 흥미가 있어야 할 스캔들-소문 부분이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일단 대부분의 문장들이 ~라고 한다, ~하는 소문이 있다.. 식으로 팩트라기 보다는 루머성이 다분한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데 이것은 물론 작성자가 후에 (이런 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머뭇거리는 태도의 일환으로 보고서가 실제로 쓰여졌다는 사실엔 신빙성을 더해주지만(이미 관련 기사에서 나온 작성자 중 한 명은 그와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는 걸 인정했다) 정작 내용 자체에선 신뢰성을 죽여버린다. 따라서 이 보고서의 내용에 흥분하는 건 엄밀한 의미에선 섣부른 일이다. 또한 소문이 인용된 탓에 보고서의 내용 중엔 틀린 사실들이 가끔씩 보이곤 한다. 비록 기획사 내부 사정에 밝은 점이나 몇몇 연예인에 대한 확신에 가까운 사실들이 보고서의 진실성을 뒷받침해주지만 결정적으로 보고서의 문장이 소문과 인용에 중점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걸 주목하자. 하지만 그것이 무슨 걱정이랴. 대중은 흥분할 수 있는 멋진 거리를 발견해냈다. 그것은 악담으로 가득한 이 보고서의 작성자들이 제각각 호불호의 연예인들을 구분한 다음 그들을 일종의 상품보고서와 다를 바 없이 묘사하고 별점을 매긴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유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2004년 11월에 작성된 이 보고서가 왜 지금에서야 퍼지게 된 것일까. 일단 가장 흔하게는 관련회사의 보안 실패를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음모론이 있다. 한일협정 파문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박근혜에게서의 시선을 거두려는 의도된 배포라는 설. 연예 기획사 간의 알력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어째서 이걸 퍼뜨리지 않는거지?' 이다.

연예계라는 곳은 어쩔 수 없이 특화되어 일상과는 유리된 공간으로 그곳에 자리한다. 그곳은 꿈과 욕망이 서로를 잡아먹으며 뒹굴고 있는 공간이고 또한 그 자체가 꿈과 욕망이기도 하다. 효리가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것마저도 기사가 되는 세상이다. 그 이야기의 생산자의 의도가 어떻든, 그리고 우리가 그 한심한 내용을 신문에서 확인하든 무시하든 연예계는 너무 민감하여 살짝만 스쳐도 이슈를 만들어내버리는 과민성의 공간이다. 그것은 점점 무감해져가는 현대에 있어서 보다 정밀해지고 세세해진(역으로 그만큼 쓸데없어진) 정보의 소비이며 그 소비성에 주목한 모든 언론 매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연예팀을 불려서 이슈의 생산에 전력을 다했다. 생산과 소비의 밀접한 결착은 연예계라는 공간이 가진 이슈성의 과민함을 점점 증폭시킨다. 사람들은 온갖가지 연예계와 연예인에 대한 정보들 속에서 흘려듣느라 바쁘다. 놀랍다. 완전하게 똥으로 싸서 버려버릴려고 만들어지는 정보의 도래. 별로 세련되게 가공되진 않은 스캔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소문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것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일들이다. 우리는 김태희가 언제 화장실을 가고 언제 애인과 만나고 언제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 안다 해도 김태희를 바라보는 실천적인 스토커가 아닌 한, 그것은 철저하게 유리된 세계의 이야기다. 이런 정보중독이 불러 일으키는 대리 체험적 관음증의 세계에 드디어 월척이 낚인 것이다.

 

덤으로 30킬의 전설 욘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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