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야 오래 전에 읽었고(그 엄한 설정 덕에 어렸을 적 아이들용 축약본 SF소설로 번역됐던 걸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읽고있으며 커트 보네것의 소설 중에서도 최고품의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 소설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도대체 행성 하나의 역사를 단 한마디로 요약해버리는 소설에 대해서 무슨 말을 써야 한단 말인가....
[허니문 샐러드]의 두 주인공, 미노리와 요코의 첫만남과 학생시절을 그린 일종의 프리퀄. 작가가 어른들의 내면심리를 보여주는덴 기가 막힌 센스를 가지고 있지만 어린 것들의 정신세계에 대해선 그렇지 못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범작. 분명히 어린애들인데 하는 짓이나 정신상태의 연출이 작가의 다른 능구렁이 어른들이 하는 짓이나 별 다를 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만들 정도로 설득력이 없다. 결정적으로 심심쩝쩝. 봉인.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16041
2003년에 음악적으로든 음악외적으로든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락의 미래라고까지 칭해졌던 이들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선 의외로 시들시들하다는 것은 저 조금은 과장된 상찬이 반대로 썩 보편타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꽤 안타까운 반응이기도 한 것이다. 이들을 2003년에 나온 최고의 '신인'밴드라고 착각하는 이들도 있거니와, 실은 저 세기말 마지막해에 데뷔할 때부터 꾸준하게 검은색-붉은색-흰색으로 이뤄진 대칭-비대칭의 스타일리쉬한 구상과 70년대 락의 세계 속에서 빚어진 틀을 유지하면서 앨범을 내놨으며 온갖 호들갑을 다 이끌어낸 이 앨범이 벌써 4집째라는 것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락의 미래가 어쩌면 원점회귀라는 것을 보여준 비극적 방점으로서의 가능성, 혹은 영원히 죽지 않을 장르의 영속성에 대한 감탄.
(CX-4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