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저명했던 선배 밴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메탈리카 또한 클래식과 자신들의 음악의 융합이 만들어낼 적당한 신선함과 익숙함을 동시에 동반하는 결과물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것은 고전적이지만 더없이 고도화된 형식과의 결합을 통한 권위의 보장일까 아니면 매너리즘에의 극복을 위한 절치부심 끝의 선택일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거니와 개인적으론 이런 류의 음악(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 편성과 일렉사운드의 결합)엔 환장을 하는 습성을 가진 탓에 메탈리카의 [S&M] 앨범 또한 학수고대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뭐라고 해야 할까. 절반의 만족 정도. 예상했던 바이기도 했지만 메탈리카의 어떤 곡들은 오케스트레이션 편성과 맞지 않아 성기는 느낌마저 주거나 오케스트라 파트가 그저 곡의 뒤에서 생색내기쯤으로 들어간 곡들이었던 반면, 어떤 곡들은 무척 흡족하다 싶을 정도로 메탈리카의 사운드와 오케스트레이션이 잘 들어맞아서 유난히 맘에 들었던 곡도 있었다.

'no leaf clover'는 단연 후자쪽에 속하는 곡이었다. 메탈리카의 옛곡들의 어레인지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이 이벤트를 위해 만들어진 오리지날이었던 'no leaf clover'는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곡들에 비해 메탈리카의 영역과 오케스트라의 영역이 따로 놀지 않고 무척 매끄럽게 들러붙는다.

나로서는 개인적인 중독성을 갖고 있는 노래로 어느 날인가는 하루종일 이 노래만 들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어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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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는 8월 19일로 되어있는데 일정이 변경되서 9월 2, 3일 양일간 홍대 클럽 툴에서 공연을 가지는 걸로 결정된 것 같습니다. 7월 12일부터 예매를 시작했고, 2, 3일 각각 300명씩만 받는다는군요. 하긴, 툴이 워낙 좁으니-_-

예매는 싸이월드 클럽툴다음 클럽툴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티셔츠 및 앨범 판매, 사인회는 일요일에 할 것 같군요. 예매가는 3만 5천원, 현매는 4만원이라고 합니다. 혹여나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플라시보, 퍼디난드, 블랙 아이드 피스가 나오는 펜타포트를 애초에 포기한 저로선.... 이것도 놓쳐야 하나.... 하는 생각에 심하게 안타까운 느낌이-_- 이계에서 사는 자선사업가 여신님이 거울에서 튀어나와줬으면, 하는 말도 안되는 망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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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은 일종의 신화이자 의무에 가까웠던 영화였다. 타르코프스키와 그의 영화들에 대한 수많은 전설들은 문화불모지인 한국에서 계속 퇴적되어 종내 이 영화에게 거의 통과의례와 같은 지위를 부여했다. 그의 절절한 에세이들, 그의 심오한 의도, 그의 기구한 운명. 그리고 그 담론들이 이뤄졌던 EBS 시네마천국, 시네마떼끄들, 수많은 말과 소문들. 아직 신화적 기운이 가시지 않은 때에 [희생]은 영화의 이해 수준에 대한 척도이자 강박과도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연 안개가 걷히고 극장개봉이란 형태로 이 영화가 지상에 강림하였을 때 우리나라 관객들은 10만명이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관객수로 화답했다.

 

그러나 난 잤다. 아주 푸욱.

 

이후 다른 세대의 시네필들, 보다 확장된 정보 네트워크에서의 논의들로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에 덧씌워진 신화적 외피들은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오래 전 시절에 금지된 영화를 본다는 건 일종의 특권이었던 때가 있었고(김종학PD가 비디오 복제대마왕이라는 별명을 당당히 잡지에 드러낼 정도였던 시절) 그와 관련하여 논의 또한 특정된 소수-동시에 커뮤니티의 여론주도자들인 이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영화를 (나처럼) 자면서 봤다는 사람, 수면제 대용으로 최고라는 사람, 이 영화의 가치가 개인적으론 [우뢰매]와 별 다를 것도 없다고 적극적으로 밝히는 사람들(이런 감상에 대해선 취향의 상대성이 가지는 절대적 관용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리라)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은 특정적인 심미안이 가졌던 권력의 분산으로도 볼 수 있는 현상이었거니와 그에 동조하는 의견들이 너무도 쏟아져 나온 탓에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풍경을 졸지 않고 볼 수 있는 이들은 다른 의미에서 예전과 같은 소수의 위치를 점하게 됐다. 어떻게보면 필터링이 된 것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은 나의 얘기다. 시간이 흘러서 20대 중반. 이제 후반으로 넘어갈 즈음, [희생]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다시 보게된 [희생]은 무엇 하나 말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감동적이라는 수사만으로, 그리고 그와 연결되는 모든 찬탄으로만 가능한 영화였다. 아니, 달리 말하자면 그것은 내 눈, 그리고 눈물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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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맷은 어디 있어?

 

 

뭐랄까.... 볼 때마다 시원해진다고나 할까. 존경하고 싶어질 따름.

 

음악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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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06-07-1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감동적이네요 정말.

sudan 2006-07-1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어쩐지 행복해지는데요?

hallonin 2006-07-1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시제의 노스탤지어.
 



                                                                                                 

바로 여기서 나오더군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9화이자 실질적인 마지막화에서 .

나가토 유키의 설정이란 게 달리 일이 없으면 책읽는 것이 전부인 독서광 겸 전 문예부원이기 때문에 곳곳에서 책들이 튀어나옵니다. 물론, 이야기의 성격과 맞추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보이는 일종의 미장센들이죠. 주로 SF 소설이나 추리소설 같은 장르소설들이나 현대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오른쪽에 꽂혀 있는 책은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제작진이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에 애착이 있는지 그 책만은 유독 자주 보여집니다. 어쩌면 나가토 유키라는 캐릭터에 대한 제작진의 애정이 우회해서 드러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제작진이 나가토 유키를 유난히 애호한다는 건 인터뷰 등을 통해서 기정사실화됐죠).

 

나가토 유키가 읽던 책들

 

나가토 유키의 추천 100선(스니커즈 2004년 12월호-애니 방영 전에 발표된 것으로 일종의 기획성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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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7-11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봤다 싶었더니, 되려다 마려다 말았다는 그거군요.

hallonin 2006-07-12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자체는 흥미로울 뻔 하다가 마지막에 가닥처리를 좀 못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