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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두 남자가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 권투라는, 오직 그들의 몸뚱아리만이 필요한 수단을 통해. 마침내 그 둘은 같은 링 위에 서게된다.
단순하고 간단한 이야기. 결말이 어떻든 완전히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류승완감독이란 사람이 선택한 이 소재는 너무 뻔하다. 말그대로 관객의 예상에서 거의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몰랐을까? 말도 안되지. 그래서 이 영화는 뻔한 내러티브에 먹혀버릴 뻔한 영화의 스펙터클을 배우들 간의 화학효과로 채워 보여준다. 아주 진하게.
이 영화의 지탱축은 두 남자, 두편의 이야기로 나눴을 때부터 배우의 힘에 의한 걸 미리 예고한 것이다. 최민식과 류승범이란 두 타이틀은 마지막에 단 한 번 만날 뿐이지만 달리 그 역할에 맞는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떨어질 때까지 떨어진 '남자'의 연기로 내내 경쟁하듯 화끈하게 부딪히고 있고 그외에 조연들(박찬욱영화의 팀원들이 그대로 옮겨온 듯한) 또한 딱히 지적할 부분이 없을 정도로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 가진 비루함, 정, 투박함과 난폭함을 찰싹 달라붙인 것처럼 지니고 움직인다. 그래서 핸드헬드 카메라로 그려지는 남루한 일상과 거친 폭력들이 입자 단위로 튀어다니는 영상 속에서 그 단순한 이야기만큼이나 우직하고 직선적으로 인물들은 어우러지고 충돌한다.
이 스트레이트 펀치는 우회하고 방황하던 류승완이 도달한 거친 방법론이기도 할 것이다. 류승완의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보여줬던 과도한 반응들에 대한 김지운감독의 우려는 맞았다. 그는 영화천재도 아니고 박찬욱처럼 광범위한 취향의 매니아도 아니며 쌈마이들의 삶 전문도 아니다. 그는 성룡영화의 매니아였지만 사람들이 그로 하여금 가이 리치풍의 [피도 눈물도 없이]라는 영화를 만들도록 강요했다고 봐도 좋다. 그래서 [주먹이 운다]는 그 구조적 통속성에도 불구하고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부터 시작된 제길 찾기의 연속선상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