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네것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없게 읽었던 소설. 인간 퇴화의 과정에 대한 점층적 관찰기. 뒤의 해설지에서 보네것팬덤에서도 가장 크게 호불호가 나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거니와 난 당연히 안 좋아하는 쪽. 실상 이 소설을 기점으로 커트 보네것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졌다. '그래서 어쩌라고?'

커트 보네것 자신이 인정한 최고품인만큼, 아마 앞으로의 그의 소설에 대한 하나의 비평적 이정표로 남을 [제5도살장]은 어쩌면 40줄 들어서서 겨우 문단과 대중의 지지를 얻게된 보네것 자신의 소설형태가 비로소 완성을 맺은 순간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아마도 이후의 그의 작품세계의 원형.

1985년에 발표된 [갈라파고스]에서 매너리즘의 무책임함을 느껴야했던 나는 보네것 소설의 희망을 엉뚱하게도 1963년에 발표한 [고양이요람]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의 장기인 인류파멸극의 모범적이고 세련된 풍경을 보여주는 이 소설에서 그가 바라는 대안적 세계의 일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 속 보코논교가 보여주는 가치가 없기 때문에 되려 가치있는 종교라는 역설이 전해주는 교훈은 어쩌면 그의 소설 전체가 보여주는 장엄하면서도 웃기는 허무주의의 세계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변론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여기서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쾌적한 안락사를 부여받은 인물들을 통해서 인간이란 존재 자체보다는 인간'성'이 가질 수도 있을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udan 2005-06-23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라파고스 너무 박대하지 말라구요. 마지막이 좋잖아요.
물론, 나도 갈라파고스부터 시작했기때문에 보네것을 안 좋아할 뻔 했지만 말이에요.

hallonin 2005-06-24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성야서부터 시작해서 어떻든, 보네것을 안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흘...
 



....

음란한 몸이면 포르노를 봐야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언젠가 나이가 먹어 벽에 똥칠을 하면서 방바닥을 죽죽 기어 댕길때쯤에..

이미 장성한 나의 손자가 정신이 혼미해진 나의 손을 붙잡고 한마디 하겠지.



"할아버지!! 파이브스타 스토리 21권 나왔습니다. 마도대전이 끝났어요..이제 새로운 에피소드
입니다 마모루 나가노jr가 이번달은 특별히 6페이지나 그렸네요"



그럼 갑자기 정신을 차린 난 조용히 만화책을 읽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면서 한마디 하겠지.


"설정 또 바꿨네 개색히"

 

-DCINSIDE 만화갤러리 스네이크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udan 2005-06-2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아 공감.

hallonin 2005-06-2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리 코멘트가 필요없는 촌철살인의 미덕.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두 남자가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 권투라는, 오직 그들의 몸뚱아리만이 필요한 수단을 통해. 마침내 그 둘은 같은 링 위에 서게된다.

단순하고 간단한 이야기. 결말이 어떻든 완전히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류승완감독이란 사람이 선택한 이 소재는 너무 뻔하다. 말그대로 관객의 예상에서 거의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몰랐을까? 말도 안되지. 그래서 이 영화는 뻔한 내러티브에 먹혀버릴 뻔한 영화의 스펙터클을 배우들 간의 화학효과로 채워 보여준다. 아주 진하게.

이 영화의 지탱축은 두 남자, 두편의 이야기로 나눴을 때부터 배우의 힘에 의한 걸 미리 예고한 것이다. 최민식과 류승범이란 두 타이틀은 마지막에 단 한 번 만날 뿐이지만  달리 그 역할에 맞는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떨어질 때까지 떨어진 '남자'의 연기로 내내 경쟁하듯 화끈하게 부딪히고 있고 그외에 조연들(박찬욱영화의 팀원들이 그대로 옮겨온 듯한) 또한 딱히 지적할 부분이 없을 정도로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 가진 비루함, 정, 투박함과 난폭함을 찰싹 달라붙인 것처럼 지니고 움직인다. 그래서 핸드헬드 카메라로 그려지는 남루한 일상과 거친 폭력들이 입자 단위로 튀어다니는 영상 속에서 그 단순한 이야기만큼이나 우직하고 직선적으로 인물들은 어우러지고 충돌한다.

이 스트레이트 펀치는 우회하고 방황하던 류승완이 도달한 거친 방법론이기도 할 것이다. 류승완의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보여줬던 과도한 반응들에 대한 김지운감독의 우려는 맞았다. 그는 영화천재도 아니고 박찬욱처럼 광범위한 취향의 매니아도 아니며 쌈마이들의 삶 전문도 아니다. 그는 성룡영화의 매니아였지만 사람들이 그로 하여금 가이 리치풍의 [피도 눈물도 없이]라는 영화를 만들도록 강요했다고 봐도 좋다. 그래서 [주먹이 운다]는 그 구조적 통속성에도 불구하고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부터 시작된 제길 찾기의 연속선상으로 보여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5-06-18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06-1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은 오크도 춤추게 만듭니다. 흐.
 



이토 아키히로가 소년화보사로 가서 대규모 액션활극 [지오브리더스]를 내기 전에 카도카와에서 부정기적으로 연재했던 [벨스타 강도단]은 그의 실질적인 데뷔작이자 샘페킨파와 오우삼을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이 짬뽕이 된 결과물로 후반부는 [지오브리더스]와 같이 연재가 진행됐던 만큼 그의 스타일의 변화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1권이 정통 서부극과 헐리웃 활극액션이 결합되어 엠티비적인 모양으로 드러났다고 하면 3권에 이르러선 재주넘기에 쌍권총에 저런 3인 동시 대치포즈에 쏟아지는 건액션이 완전하게 오우삼의 자장 안에 들어간 진행을 보여준다. 스토리적 측면에선 비교적 흔치않은 여유와 센스를 보여줬던 2권까지의 진행에 비해서 3권은 위에서의 압박 탓인지 동시연재에 따른 부담 때문인지 이야기를 끝맺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했던 나머지 다소 엉성하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