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음. 데이트용 영화로 최적.
하고 끝내면 뭐 너무 쓸게 없어보여서 좀 뻘줌하긴 한데 사실입니다. 정말 웃기고요, 적절하게 멜로 코드 타구요, 이쪽 방면 문화적 코드들을 알고 있으면 아주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러나 그 이상은 썩 안 보이는, 남녀관계에 대한 잘 빠진 섹스코미디쯤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섹스신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건 아니고 덜 익은 베드씬이 두번 나오는데 이 영화의 음란함은 그런 시각적인 것보다는 대사빨에서 더 튀어나옴.
줄리 델피가 감독 각본 편집 주연 엔딩송까지 맡은 원맨쇼 영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 뭐 연출은 나쁘지 않다.... 라고 후하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의 수습이 썩. 그래도 전중반부에서 신나게 낄낄거릴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강점. 주고받는 대화에서 나오는 유머감각은 비포 시리즈가 생각나게 하는데 그보다 더 센스 있고 웃김. 어디 평에선 파리에 대한 환상을 깨느라 정치적으로 치우친 감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코미디 장르의 관용정신으로 어느 정도 감안을 해야 할 거 같고, 같이 갔던 분이 파리 있다가 온 양반이었는데 영화속에서 나온 마리온의 카페난동 시퀀스랑 똑같은 일 겪어봤다고 하니 뭐 그렇게 신경쓸 필요는 없을 듯.
그러고보니 비포 시리즈에서나 여기서 보여주는 줄리 델피의 역할적 아우라가 스스로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한 인정을 유예하면서 마지못해 남성의 도움이랄지, 그 대시를 바라는 슬그머니 철면피적 면모를 보인다... 는 얘기가 같이 갔던 분에게서 나왔습니다. 음, 슬쩍 동의.
암튼 줄리 델피 좋아하고 비포 시리즈의 숙달된 개그 버전을 원하면서 비포 시리즈 만큼의 성찰은 기대하지 않는다면 만족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