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 양장본
200주년신약성서번역위원회 엮음 / 분도출판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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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 천주교는 기독교보다 대략 1세기 가량 먼저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주교의 교세가 개신교에 비해 훨씬 뒤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초기 선교 과정에서 문제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곧, 천주교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긴 했지만, 우리말 성경을 갖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데 반해, 개신교는 개신교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세의 종교 개혁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면서 꽃을 피웠듯이 초기 개신교는 성경 번역에 열의를 보임으로 선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후로, 천주교의 성경 번역사에 대해서는 잘모르겠지만, 200주년 성서주해는 참 부러운 역작이라고 느껴진다. 그 기간만도 30여년에 가까운 세월이었으니, 한 권 한 권 번역하며, 그것을 주해하는 노력들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천주교하면, 오직 교회의 성서 해석만이 유일한 해석 지침이자 나침반이라고 배웠지만, 이 주해 성경은 그간 개신교가 이룩한 어떤 업적보다도 뛰어난 것같다. 아직껏 우리 나라 신학자에 의해 씌여진 해설 성경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개신교회의 수준을 뒤받침하는 것이 아닐까?

200주년 성서 주해는 원문을 우리말로 직접 옮기면서,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의견들 가운데 가장 적합한 것들을 골라내고, 우리 현장에 맞게 적용했다. 물론 내외국의 학자들의 견해를 참고했으리라. 또한 매 권마다 해제를 붙여 신약 성경의 각 권들의 배경과 저자, 주제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개신교이건 천주교이건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면 꼭 한권 정도는 소장하고 가까이 한다면 믿음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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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읽는 신약성서
조태연 외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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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나게 읽었다. 신약학 학자들이 쓴 책을 재미읽게 읽을 수 있다니. 세 명의 젊은 학자들의 글들은 하나 하나가 감칠 맛이 났다. 이전까지 읽었던 무미건조한 신약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 살아있는 역사적 예수와 바울, 초대 그리스도인들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조태연교수가 쓴 예수에 관한 9개의 글들은 예수님이 살았던 당시의 콘텍스트,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직접 체험했을 그 정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한국 교회를 지배하는 교리에 얽매인 예수님의 모습이 아니라 살아 있는 예수, 말씀하시고 계시는 예수,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눈물 흘리고, 가슴 아파하며 형제애를 나누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교리에 얽매인 예수상이 무엇인가? 오로지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다가 사흘만에 부활하신 하나님과 같은 분. 예수님은 성육신 하셔서 우리 곁에 오셨고, 우리와 함께 고난 당하고, 고통 당하시면서 우리가 겪는 실존의 고민들도 함께 하신 분이셨음을 되돌이키고 있다. 2부에서 차정식 교수는 예수님의 복음이 바울에게로 옮겨지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예수님이 죽음 앞에서 겪었을 그 숱한 번민과 고뇌를 잘 살려놓았고, 성령의 역사와 바리새적 유대교와 유대교적 그리스도교라는 애매한 차이 앞에 길을 찾아나가는 헬라파 그리스도인들. 예수님이 점차 신앙의 대상이 되어가는 과정등을 그간의 역사비평적 방법을 이용하여 적절하게 그리고 있다.

3부에서는 바울의 복음을 다시 되짚어 보고 있다. 바울 그 역시 그가 겪어야 했을 컨텍스트 속에서 최선의 것으로 내놓은 그의 신앙 고백들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야고보서의 행동을 강조하는 믿음과 바울의 이신칭의가 과연 대립하는 것인지를 다루는 '믿기만 하면 된다구요?'라는 글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명확히 바울이 무엇을 지향하려 했는지를 알게 하는 빼어난 글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이러한 글들이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평신도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더욱 깊은 고민과 감동을 선사해 줄 글들. 세 분 교수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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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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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찾는 사람은 이미 가버렸고-그것도 처참하고, 쓸쓸하게-그 사람을 찾기 위해 사진을 내려놓는 다른 사람. 그 사람은 알고 있을까? 그가 왜 떠나가 버렸는지, 아니 사라져버렸는지..하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알 수 없을터이니 겉도는 술래잡기에 열중할 것밖에는. 이 소설은 예전의 단편인 '배드민턴 치는 여자'를 장편으로 옮긴 것이다. 군데 군데 예전 단편의 내용이 그대로 옮겨져 있고, 분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지만 예의 신경숙이 보여주는 문체의 힘은 여전히 강건하고 놀랍다.

미나리 군락지에서 그 어릴 적 박탈의 경험은 이후의 삶 속에서 무의식을 지배하는 바탕이 되었다. 거세 공포증처럼 인간의 무의식 속에 끊임없이 내재된 박탈의 불안감. 어렸을 적 경험과 관련없이 사람은 누구나 그 박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폭발하거나 사라져 버린다. 세상이 받아줄 수 없는 슬픈 존재가 되어 존재를 상실하게 된다. 그가 꽃을 돌보면서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늘 물을 머금고, 햇빛을 보게 하고, 정성스럽게 키워내지 않으면 썩어버리는 화초들을 대하면서 그는 자신의 삶과 어떤 연관을 지었을까?

그가 그토록 지향하는 그 남자에게, 그 남자가 보이는 어느 외진 공터에 바이올렛을 심으면서 그녀는 어떤 느낌을 견디어 냈을까? 그에 대한 욕망이 터오를때마다 심어 논 바이올렛. 결국 그를 삼켜버린 포크레인에 의해 역시 삼켜져 버린 욕망과 지향의 대상 바이올렛. 오산이는 강제로 박탈되었고, 떠나게 되었고, 사라지게 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붙잡아 주지 않는다. 그가 떠난 곳을 아는 사람도 없었으며, 가버린 곳을 찾아 나서는 사람도 없다. 부질없이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작은 손짓만이 남겨져 있다. 다시 건져 올린, 삶에 대한 비관.

처음 먹던 녹차처럼 쓰디 쓴 경험들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어느 날 한순간 문득 느껴지다가 사라지는 녹차의 단맛과 같은 고단한 삶. 그 삶 속에서 제 감정, 제 느낌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이제는 그 비관을 넘어서게 하는 힘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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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팔아 산 핸드폰 - Best of ohmynews, 사는 이야기 1
최성이 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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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흔히 말하는 수필집이다. 본디 짧은 글들은 읽기를 싫어하기에 이 책을 사는데는
많은 주저함이 필요했다. 짧은 글이 주는 깊은 고민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책 제목과 같은 제목의 글을 읽고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오마이뉴스에서 나온 수필집이라는 것이 선택에 중요한 몫을 했다. 제도 언론과는 다른 대안 언론이라고 자부하는 오마이뉴스가 내놓은 책.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앞섰다.책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세 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2부에서는 정체성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고백을, 3부에서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1부의 16개의 글들을 읽으면서 참 답답했다. 아직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나라에 손이 가야할 곳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경찰관에게 신고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복잡해지지 않나, 실수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도 모른 척 해버리는 얌체정신,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을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 등등. 한결같이 생활의 작은 부분들이지만, 하나같이 열 받는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무심해 하고 있는 사이, 어느덧 나도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밀려 왔다. 2부에서는 어느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가 큰 제목으로 되어 있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이혼해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이다. 이 세상에서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따로 놀지만,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느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아픔이리라. 누구나 접할 수 있는, 혹은 접하고 있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야기들. 어떻게 매듭을 풀지 못하고 파국을 맞은 상태. 그 상태에서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는 진심이 다시 서로를 묶어 주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한발 양보해서 지금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주는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 3부에서는 모두 찡한 사연들로 채워져 있다. 아버지를 팔아 산 핸드폰은 그 제목만큼이나 코 끝을 찡하게 했다. 딸을 사랑하는 아빠, 아빠를 사랑하는 딸. 형편이나 처지가 사랑을 저울질하지는 않으리라. 장애인 카드를 내밀며 핸드폰을 알아보라는(사라는 것도 아닌, 알아보라는...혹시 무료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아빠. 마치 아빠를 파는 것 같아 망설이는 딸. 3부는 이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중간에 끼워져 있는 사진글들. 몽골에서의 여행, 어느 작은 분교에서의 운동회 등등. 남들은 찾기 힘든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안목이 부럽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되는 일이라 해도 애써 무시하고, 어떤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가 되는 일이라 해도 바로잡으려 한다. 어떤 것이 더 옳은 사람일까? 끊임없이 참여하며 끊임없이 연대하는 그런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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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장 쓰기 오늘의 사상신서 15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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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기사를 쓸때마다 수동형의 문장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늘 늘어지는 만연체의 문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간단히 사람을 주어로 ~했다 라고 마치면 될 것을 ~은 ~을 ~해서 ~되었다 식으로 기사를 쓴다. 그 자신은 이렇게 쓰는 것에 길들여져 있어 별 문제를 느끼지도 못한다.

우리가 늘상 접하게 되는 영어를 번역한 문체들, 일어의 흔적들, 중국어 말투들에서 벗어난다면 훨씬 더 입맛나는 우리말을 쓸 수 있게 된다. 곧 문장에 힘이 생기고, 생기가 돌고,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생동거리는 느낌을 얻게 된다. 우리문장쓰기를 정독해 보자. 그리고, 나도 모르게 중독되어 있는 죽은 말투를 버리고 살아 있는 말투로,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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