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어떻게 쓸까? 시네파일(Cine-file) 5
티모시 코리건 지음, 이권 옮김 / 시공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한 주에도 몇 편씩 생산되고 소비되는 영화. 아무리 영화가 산업의 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이건 좀 심한 것 아닐까? 우리 모두는 소비를 촉진하는 사회에 살고 있고, 소비가 점점 더 미덕이 되어가고 있고, 그래서 영화도 역시 소비되어져야 하는 한 부분인걸까?

그럼에도 한 편의 영화가 태어나기 위해서 걸리는 몇 년간의 제작 과정과 수 많은 스탭들의 피 같은 땀방울. 한 아기가 태어나듯 힘겹게 힘겹게 이 세상에 태어나는 영화들이 그러나 단 1주일만에, 때때로 몇일만에 사라져 가기도 한다.종종 영화는 오해되고, 그저 오락물이 되기도 하고, 일견한 후 잊혀지기도 한다.

영화에 대한 글 쓰기는 어쩌면 이런 미안함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영화 글쓰기에 대한 소극적인 의미라면, 이책은 좀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글쓰기를 권한다.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저 오락물이라고 소비해 버리기에 급급했던 우리 마음을 영화에 대한 글쓰기로 옮긴다면 '오락물'은 더욱 큰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즐거움을 갖기를 권한다. 그리고서 영화와 관련된, 또 영화에 대한 글과 관련된 기초적인 그림을 큰 윤곽으로 그려준다. 영화형식의 요소들에 대해 웬만한 것은 다 이야기하고 있고, 영화 비평 이론에 대한 것들도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도는 이야기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은 아주 많은 질문을 담고 있다. 질문들 모두는 영화를 어떻게 더욱 깊게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그냥 지나쳐 버렸을, 그래서 의미를 찾는데 무관심했을 부분에 대해 구체적 질문을 제시해 주고 있다.

또 하나 장점이 있다면, 아주 세심하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영화를 보며 메모할 것을 권하며 이렇게 설명하는 식이다.
- 영화를 두번 이상 봐라!
- 첫 번째 메모 : 시간의 경제적 활용, 주요 시퀀스와 숏, 내러티브 요소의 파악
-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너 개의 씬, 숏, 시퀀스만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
-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상세해야 한다.
- 프레임 자체와 그것의 사진적 속성이 카메라 앵글, 조명, 심도 조절, 편집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 내용을 설명하는 지 기록.
- 특정 씬에 나타난 공간의 연극적 활용, 밝은 컬러의 뛰어난 효과
- 섬세한 오버램이나 사운드의 이미지의 분리에 주목.... 뭐 이런 식이다.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점(굳이 이렇게 비싸게 책을 만들어야 했을까, 우리 형편에 잘 맞지 않는 표기 방법 등등)이 있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무엇인가 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가져본 사람에게는 아주 적합하고 유용한 책이 될 듯 싶다. 영화를 소비하기만 하던 내 자신에게 좀더 부지런할 것과 좀더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yoyster 2004-07-1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평 내용만큼이나 상세하고 구체적이고 섬세한 서평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