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나온 지 10년이 되어간다. 우리 나라에서 유독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 요즘 들어 존 그레이의 시리즈물들을 보며 얼른 읽어야 할 텐데 하다가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되며 진지한 자세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읽고 나서 여자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전부터 다르다는 것을 어슴푸레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화성에서...>를 통해 비로소 어떤 것이 어떻게 틀린 것인지가 분명해졌다.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 멜 깁슨이 연기한 닉처럼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사랑을 느끼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바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 사람이란 이기적인 존재인지라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점점 소극적으로 변화해 가면서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결국 이혼 직전 혹은 결별 직전에 이르게 되고, 뭔가 극적인 계기가 없다면 그 관계는 끝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목적과 용도는 분명하다. 남녀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 본래 서로 다른 출생 성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이 목적을 위해 세운 대전제는 이렇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것. 차이를 인정하고 자기 자신이 중심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할 것. 그리고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 것.

다른 점들을 말하는 방식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세세하게 묘사한다. 화성인(남성)들의 언어는 정보를 전달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는 것뿐이지, 말 속에 다른 의미들을 담고 있지 않다. 감정을 표현하는 말일 경우에 특히 금성인(여성)들에게 상처를 주기 쉬운데 느낀 그대로를 말하기 때문이다. 금성인들의 언어는 이중적 의미일 경우가 많다.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금성인들은 말 속에 정보보다는 감정 또는 마음을 더 담고 있다는 것이다. 화성인들은 금성인들의 말을 정보로써 받아들이기 때문에 숱한 오해를 하게 되며, 금성인들은 화성인들의 정보만을 전달하는 말 때문에 극심한 상처에 시달리게 된다. 스트레스를 대하는 방식에서 있어서 화성인들은 동굴에 들어간다고 존 그레이는 표현한다.

화성인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옆에 와서 왜 그러냐고 묻는 것 대신에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함께 사는 금성인으로서는 불쾌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회의가 들기도 하겠지만, 화성인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반면 금성인은 누군가에게 자기 문제를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이야기를 화성인이 듣게 되면 마치 자신에 대한 비난인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금성인들은 한바탕 자기 이야기를 해 놓고 나면 금방 기분이 나아진다. 이때, 화성인이 해야할 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가끔 맞장구를 쳐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대부분의 관계 악화는 이러한 서로의 차이를 잊게 될 때 시작한다.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상대방과 나 자신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니라고 저자는 줄곧, 때때로 지루할 정도로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이 책은 남자와 여자의 1:1 관계,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면, 왜 남녀간의 그런 차이가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사실이다. 원인은 알지 못한 채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남녀가 생겨난 이후부터 계속 지금까지 쭉 이런 방식의 차이가 존재했다고만 서술하고 있다. 남녀간의 차이가 무엇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남녀간의 차이에 대해 이해하려는 열심 정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 단점은 가정을 넘어선 이웃, 직장, 사회에서 남녀 관계에 대한 고찰의 부족이다. 물론 가정 안에서, 1:1의 관계만을 말하는 것도 해야할 말이 무척이나 많겠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들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의 미덕은 차이를 인정하는 법에 대해 확신있게 설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는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자 다른 사람과의 구별, 나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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