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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와 카바리아 나무 ㅣ 웅진책마을 13
손춘익 지음 / 웅진주니어 / 199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92년 환경회담이 열리지 않았더라면, 리우에서 카바리아 나무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도도새와 카바리아나무, 스모호 추장은 영영 잊혀진 과거가 될 수도 있을뻔했다. 지나가 버린 기억들을 되새기는 것은 엄청난 상처를 불러오는 일임과 동시에 현재 잊고 살아가는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 된다. 하여, 지난 기억을 되불러오는 것은 현재에 대한 긴장감 높은 투쟁이 된다.
“나는 이 땅의 주인 인디오 추장 스모호다. 침략자들은 잔인무도하다. 그들은 하늘과 땅을 모르는 무법자들이다. 그들은 아름다운 도도새를 사라지게 했다. 도도새가 사라지면 카바리아 나무도 씨가 마른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그 뿐인가? 그들은 우리 인디오를 노예처럼 부리고 학살했다. 미리 일러 두거니와 침략자들이 땅과 숲에 저지른 만행은 반드시 먼 뒷날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만일 이 카바리아 나무가 끝내 살아남지 못한다면 지구는 머잖아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지어다”
리우에 단 한 그루밖에 남지 않았던 카바리아 나무는 그 땅에서 숲을 이루고 살았었다. 도도새들은 이 숲에 함께 살았다. 카바리아 나무는 딱딱한 껍질을 소화시켜 싹이 나게 해주는 도도새가 꼭 필요했고, 도도새는 깃들어 살 수 있는 숲이 꼭 필요했다. 이것을 스모호 추장은 잘 알고 있었고. 하지만, 어느 날엔가 포르투칼의 침략자들이 카바리아 숲에 불을 지르고 농장으로 삼더니, 아름다운 새 도도새를 잡아들였다. 한 쪽만 있어서는 살 수 없는 그들이었기에 둘은 멸종되는 길 밖엔 없었다. 그 불행의 와중에 딱 한 그루 카바리아 나무가 살아남았고, 스모호 추장은 위의 글을 그 나무에 새겨 놓았다. 무려 400년 동안, 이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 카바리아 나무는 생존해 왔던 것이다.
이 동화책엔 여러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소한 올바르다는 것은 건조하지만, 변화의 힘이 있고, 가슴 아프지만 무관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한다. 아이들에게 올바로 읽히는 것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삶의 기초를 만드는 일이다.
TV에서 보이는 걸프전의 불꽃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꽃놀이로 보였겠지만, 작가에게는 걸프 만을 시커멓데 오염시키고 갈매기가 이 기름밭에 죽어가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아이들의 눈에 화려했을 전쟁이 실상은 가장 잔인하고 가슴 아픈 현장이란 것을 작가는 조금도 놓치지 않고 ‘하느님의 눈물’을 통해 보여준다. 외딴 바위섬에 홀로 살던 등대지기 아저씨와 양과의 만남 속에서는 외로운 사람과 자연이 만나 하나가 되어야 함을 ‘외딴 바위섬’에서는 이야기한다.
<도도새와 카바리아 나무>에 실린 동화들은 이렇듯 자연과 따뜻한 만남, 회복을 그리고 있다. 아이들에게 왕자와 공주의 힘만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꼭 읽혀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