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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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고,
끊어진 경의선이 다시 이어지고,
장기수들은 북송되고,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모두가 잊혀지기를 원하는 지금.
기어코 지나간 이야기를 끄집어내 다시금 우리 갈길을 재촉한다.
오래된 정원은 어느 누구나의 가슴 속에 있다.
지나가버린 시절이 자신에게 역사의 현장이었든,
한 인간의 실존적 문제로 한없이 흔들리는 시절이었든
오래된 정원은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우리를 부른다.
황석영씨는 이 소설에서 비교적 역사의 현장과 개인의 실존의
문제를 균형있게 그렸다.
후일담 소설들이 가지는 한계들,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한
끊임없는 회한이 아닌 그 시절을 지금에 다시 살려내는
꿋꿋한 문체가 믿음직스럽다.
갈뫼에서의 만남과 헤어짐,
한윤희의 머나먼 이국땅에서 최후는 사실 같은 의미가 아닐까?
지금 세상은 놀랍게 변화해 가고 있지만,
그리고 예전에 그렇게 목청껏 소리높여 불렀던 목표들이
조금씩 성취되어 간다 해도,
잊거나 잊혀져 버린 나와 그들의 만남은 어찌할 수 없다.
마음 속의 오래된 정원을 찾아가는 일이 내게는
나를 버리는 일이 될 수 있음으로,
오래된 정원을 읽는 내내 후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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