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투 킬 1
존 그리샴 지음, 김희균 옮김 / 시공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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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타임 투 킬을 영화로 먼저 보았다. 이블 티비를 돌리다가 산드라 블록이 나오길래 채널을 고정시켜서 본 영화였는데... 뻑 갔다. 감동했다. 주인공인 변호사의 마지막 최종 변론은 정말 압권이고 백미였다. 그 마지막 한마디, '그 소녀는 백인입니다.' 모든 것을 함축한, 더할나위없이 깔끔한 그 대사. 반전을 이끌어내는 클라이맥스. 영화는 내게 감동과 재미를 함께 안겨주었고, 그래서 스토리를 다 알면서도 나는 케이블 채널에서 그 영화를 틀어줄 때마다 채널을 고정시키고 보고 또 보곤 했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낳은 원작 소설을 한번 들춰보았다. 결론은.....뭐, 제목처럼. 역시 존 그리샴의 처녀작이라서 그런지 미숙하였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깊은 인상의 정점을 찍었던 클라이맥스의 처리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길었다니... 쇼크다;;; 물론 각인 효과라는 것이 있다는 건 안다. 내가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영화를 더 좋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정말이지 비교해 보란 말이다. 마지막 최종 변론 부분은 특히!!!!

모든 영화가 소설보다 나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소설만큼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원작의 미숙한 군더더기를 정리 잘 해줬다고 안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영화를 낳게 한 모태는 바로 이 소설이고, 어쩌면 먼저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이 소설에서 똑같은 감동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본 골격은 똑같으니까. 내용 자체가 좋으니까. 어떻게 보면 진부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정면으로 다룸으로서 멋지게 감동을 끌어내고 있었다.

그래도... 소설 보신 분은 영화로도 꼭 보시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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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블루스 - 설탕,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 개정판 마이너스 건강 3
윌리엄 더프티 지음, 이지연.최광민 옮김 / 북라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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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설탕과 사탕을 꼭꼭 숨겼다. 크림도 숨겼다. 나는 원두커피를 진하게 갈아서 설탕과 크림을 넣어 먹는 것을 굉장히 즐겼다. 앞으로는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하고 싶은 마음은 사실 지금도 굴뚝같지만,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얼굴이 증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울긋불긋했던 내 얼굴은, 지금은 도로 뽀얀 살결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설탕만 끊은 건 아니다. 고기도 삼가고 음양식사법에 의해 밥따로 물따로 식사도 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내 얼굴은 지금 좋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설탕과 설탕 파생물들을 멀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할 것 같다.

이 책의 설득력은 장황한 역사적 사실(흥미롭긴 했지만)보다도 저자의 체험에서 나온다. 어릴 때부터 여드름을 달고살았던 저자, 그 원인이 설탕물에 있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전쟁 통의 반강제적 식이요법 당시에 반짝 좋아졌으나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도로 원래의 식사로 돌아갔다가, 마침내 글로리아 스완슨이라는 현자(!)의 도움으로 설탕을 버리기까지의 긴 여정.

그리고 지금 나 역시, 나 자신의 임상실험 끝에 비슷한 결말을 얻었다. ...그래도, 맛있는 커피를 못 먹게 되는 건 슬프군.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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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1
존 로빈스 / 아름드리미디어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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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새는 가능한 한 덜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역시 길가를 돌아다니면 풍겨 나오는 고기 굽는 냄새들은 상당한 유혹이었다. 내가 육식을 자제하려는 이유는 단지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였으니, 동기가 약하다면 약할 것이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책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나 역시 이 저자가 쓴 예처럼, '닭은 괜찮겠지' '달걀은 괜찮겠지' '우유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첫 장에 나온 닭 얘기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저런, 저런 참혹한 상황의 닭들, 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먹는 우리들....

닭보다 더 끔찍했던 건 송아지 얘기였다. 좋은 꽃등심을 위해 쇠사슬로 소를 묶어놓는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 자세한 실태가 이토록 참혹할 줄이야... 특히나 송아지, 아름다운 송아지 고기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식'-철분이 제거된 먹이를 먹여서 그 불쌍한 것들이 미친 듯이 철을 갈망하다 못해 자기 오줌마저 먹도록--그나마도 못 먹게 만들다니.... 그 한, 그 분노... 끔찍했다. 그런 짓을 하는 정육업자들을 나무랄 수 있을까? 없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건, 고기를 먹는 우리들이다. 더 싸고 더 맛있는 고기를 찾는 우리들이다.

얼마 전, 아는 사람과 대화를 했었다. 그는 옷값이 너무 비싸다면서, 불과 1~2만원 짜리 티셔츠도 이윤이 남는다면 대체 우리가 얼마나 폭리를 당하고 있는거냐고 항변했다. 아마, 그 얼마 전 한겨레21의 한 기사를 읽지 못했다면 나 역시 공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달랐다. 나는 그 1~2만원 짜리 옷을 위해 중국의 여공들이 전태일 시대를 살고 있음을 안다. 그 여공들을 전태일 시대 속에서 살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다. 더 싼 옷을 찾는 우리들.

마찬가지다. 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한우는 미국의 소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길러질 거라고 생각한다. 값이 그토록 비싸니까. (실제로 맛도 월등하다) 하지만, 비싸기 때문에 이제 곧 개방화 시장 앞에서 쓰러질 것이다. 사람들은 싼 값을 좋아하니까. 그리곤 저런 참상이 알려질 때마다 정육업자들을 손가락질하겠지. 이게 얼마나 큰 위선인지.(중간에 예로 나온 톨스토이 가족의 고모의 우화는 정말 폐부를 찌르는 것이었다)

고기는, 세상을 망치고 나를 망친다는 말에, 절절히 공감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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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망치는 7가지 변명
로라 슐레징어 지음, 정영목 옮김 / 황금가지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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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를 내리기에 꽤 딜레마가 생기는 책이다. 아주 단도직입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아이라면 탁아소에 보내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싶으냐 아니면 직접 기르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고 싶으냐' ...말이야 백번 옳은 말이다. 나 역시 하루종일 집에서 징그러운 자식새끼 뒤치다꺼리를 해주시는 어머니의 체력과 정신력을 쪽쪽 갈취하며 살아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저자가 자식을 어떻게 길렀는지 꽤 궁금하다. 그녀 역시 직업을 가진 여성인데, 그녀는 자식을 100% 자기 손으로 기를 수 있었는가? 아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모가 옆에 붙어있어주는 쪽이 좋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일도 해야 한다. 그건 딜레마다.

게다가 이 저자는, 아이를 기르는데 있어서 남자의 책임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하긴, 그건 비현실적이긴 하군. 남편과 분담해서 자식을 기른다는 거, 이상적이긴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대체 얼마만한 세월이 흘러야 할지.

자식에 대한 보수적인 면은 걸렸지만, 대체적으로 이 저자의 말은 쓸모있다.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혹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도덕과 원칙을 지키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덕과 원칙을 지키는 게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는 더 좋을 수도 있다. 마음이 떳떳하다는 건 분명 높은 가치를 지니는 일이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런 상황들을 하나하나 제시함으로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얽히고 설킨 상황을 더 잘 풀어나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도 보여준다.

읽다보면 한편으로는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한 책. 그래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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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퍼레이션 1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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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이름은 참 많이 들었고, 엄청 히트친 작가라는 것도 알고,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잘 안 팔린다는 것도 알고. 참 많이도 영화화되었다고도 들었고. 실제로 영화로 본 '돌로레스 클레이본'과 '쇼생크 탈출'은 감동적이었고. 직접 보진 못했지만 '캐리'나 '샤이닝'도 명작 반열에 오른 영화라고 들었다. 그리하여 사서 본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짓기'는 매우 재미있었으므로, 한번 소설도 봐볼까 하고 책장을 기웃거렸다.

우리나라에선 잘 안 팔린다고 하더니, 과연 대여점에 책이 몇개 없었다. 그래서 몇개 없는 것 중, 개중 이름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매우 두꺼운 책을 골랐다. 그것이 '데스퍼레이션'이었다. 영화화가 안 된(것으로 알고 있는) 소설이라는 것이 좀 께름했지만...

....결론은. 실망.

아래의 서평들을 읽어보니 이 작품이 그 작가의 책 중 범작에 속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쨌건 실망이다. 너무 일찍 그 악령의 정체가 밝혀져서 그런지 뒤로 갈수록 맥빠지는 스토리, 게다가 주인공 쪽의 빽이 너무 든든해서 별로 긴장되지도 않고(여호와가 빽이라니....) 맨 마지막의 '희생'은... 그야말로 상투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기본 구조 자체가 너무나 흔해빠졌다. 으흐흑, 대여료와 들인 시간이 아까웠다. 하필 그놈의 대여점에는 왜 그 숱한 영화화된 소설들은 하나도 없었단 말인가. (왜 그 대여점엔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나 '그린마일'조차 없었단 말인가? T T)

어쨌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작가이니, 필경 히트작들은 재미있겠지만... 우리나라엔 잘 소개도 되지 않고.... 아무래도 스티븐 킹 소설들은 영화로 읽어야 하는 게 팔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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