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cat Diary 1
권윤주 지음 / 애니북스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기존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스노우캣의 혼자 놀기’를 잘 봤던 터라 이번에 새로 책이 나온다기에 서점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하지만... 이번 책은 사지 않게 되었다. 뭐랄까, “복사본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 는 느낌이랄까? 또는 “핵심요약판 있는데 뭘...” 이랄까? 책은 ‘혼자놀기’보다 두꺼워졌는데 내용은 오히려 부실한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 책의 제목은 ‘다이어리’다. 이 다이어리에는 중의적인 뜻이 있는 듯 하다. 홈페이지의 다이어리란에 연재된 다이어리라는 것과, 다이어리처럼 생긴 책이라는 뜻의 두 가지 뜻이. 사이즈도 그렇고 장정도 그렇고 다이어리와 흡사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장정 때문인지 이 책 보고 느낀 첫 인상은 “동인지 하냐?” 였다. 상업지라기보단 아마추어 동인지스러운, 깔끔하게 한다고 한 것 같은데 미숙해보이는 디자인이 되고 말았다는 느낌. 시커먼 표지에 스노우캣 그림 은박은 너무 작다보니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내용면에서도, 뭐랄까, 같은 그림 갖고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혼자놀기’를 볼 때, 또는 홈페이지에서 직접 다이어리를 볼 때는 그림이 크게 보인다. 눈에 확 들어온다. 그런데 이 책은 ‘독자들아, 여백을 다이어리로 써라’라는 의도인지 그림이 너무 작고 여백이 휑해서 책이 비어보인다. (그렇다고 진짜 다이어리로 쓰라는 의도같지는 않은게 날짜가 건너뛴다) ‘혼자놀기’보다 값은 따블인데 이렇게 휑하다니... 물론 두께도 따블이지만 두께가 두께값을 못하고 있다.

‘스노우캣’은 본질적으로 ‘그림’이다. ‘글’이 아니다. 그림을 그림답게 돋보이게 하려면 ‘혼자놀기’ 스타일이 훨씬 나았다. 판형을 키우고 그림도 키우고 그래서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오도록 했어야 했다. 어차피 스노우캣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반복된다. ‘귀차니즘’으로 대표되는 젊은이들의 소외이다. 매일 한컷으로 인터넷에 올라올 때와 이렇게 한권으로 묶여나올 때는 그 느낌이 달라지게 된다. 매일 한컷씩 볼때는 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볼 수 있지만-보는 사람의 기분도 매일매일 달라질테니-이렇게 한꺼번에 본다면 독자는 그걸 하루, 아니 한시간 안에 다 보게 된다. 이렇게 많은 비슷비슷한 컷을 한꺼번에 보면 물릴 수밖에 없다. 분량이 얇은, 그래서 가장 재미있는 내용만 뽑아서 실었다고 보이는 ‘혼자놀기’가 핵심요약판으로 느껴진 이유이며, 그쪽의 전략이 훨씬 옳았다고 판단되는 까닭이다.

스노우캣 다이어리 ‘1’인 걸 보니 ‘2’ ‘3’이 계속 나올 모양인데... 으으음... 으으음.... 시리즈물로 기획했다면 장정이나 책 사이즈를 어쩔 순 없을테고, 그림이나마 크게 키워서 싣는 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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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이미 인터넷에서 다 봤는데 새삼 책으로 사는 것도 좀 아까운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