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기술 - 점수, 마구 올려주는 공부의 법칙
조승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다들 너무 심하게 씹는 것 같아서, 책 잘 읽은 독자로서 옹호글을 올린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 되더라도 양해 바라며한창 공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을 때였다. 서점에서 ‘공부기술’이라는, 참으로 간결하고도 폐부를 찌르는 제목의 책을 보게 되었다. 일단 서서 읽었다. 그리고 나는 즉석에서 샀다. 인터넷에서 사면 할인이 되지만 이 책은 정가 다 주고라도 빨리 집에 가서 정독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교보문고 강연회에도 쫓아가고 SBS TV의 방송도 부지런히 챙겨 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 조승연이라는 젊은이가,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를 한국의 동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매우 열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은 자기 잘난체(...사실 그 부분은 나도 부정 못하겠다. 잘난체로 느껴지는 부분은 분명 있다)만 한다고, 그 부분만 비판하는 것인가? 조승연 학생의 성의는 느껴지지 않는가? 그는 주지하다시피 ‘자기 잘난체’를 할 만큼 ‘이미’ 잘 나가는 사람이고, ‘경쟁자를 늘릴지도 모르는’ 이런 책 안 써도 된다. 실제로 그는 강연 중에 “사업하다가 온 같은 과 형에게 공부 방법 가르쳐줬다가 자기보다도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기분이 오묘하더라”는 얘기를 한 적도 있었다. (학비 벌려고 책 냈다지만 그렇다고 그가 당장 학비 없어 쪼들리는 집안의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내용 부실이라고 비판하는 것 같은데, 세상의 서가를 둘러보라. 특히 부자가 되는 법 관련 책들 둘러보면 대부분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하고 또 한다. 물만 부으면 되는 원스톱 인스턴트 라면같은 비법을 소개하는 책은 없다. ‘영절하’가 바로 그런 인스턴트 라면 같은 단 한가지 비법을 소개하여 열광을 얻었지만 그 결과가 어떤가? 수많은 젊은이들을 본인과 맞지 않는 ‘비법’의 길로 몰아넣은 셈만 되지 않았는가? 공부 ‘기술’이라는 제목에 혹해 단박에 효과나는 즉석 복권 비법을 원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한번 냉정히 생각해 보자. 그가 한 말이 틀렸던가? 그는 원론을 말하고 있다. 그것도 한때 공부 못했던 본인이 힘들여 얻어낸 원론이다. 조승연 학생이 말하는 공부 ‘기술’은 즉석 복권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저자도 2,3년의 시간을 언급하고 있다-쌓아올려야 하는, 말하자면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길을 말하고 있다. 물 부으면 되는 비법이 아니라, “맛있는 밥을 먹으려면 쌀을 도정하는 방법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즉석 비법을 원했던 성질 급한 사람에게는 사기 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 스스로를 조금씩 훈련해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아마 이 책에 적힌 대로, 그리고 저자의 바램대로 공부 기술을 온전히 터득하는 독자는 몇 년 후에 살펴보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초베스트셀러가 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걸 생각해 봐도, 어차피 원론적인 얘기고 그거 실천하려면 몇 년씩 걸리는 얘기 아니던가? ‘부자 아빠’ 책 읽고 갑자기 부자된 사람이 과연 있느냐 말이다. 왜 유독 이 책만은 사람들이 ‘신포도’라고 손가락질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이 책이야말로 사실적인 이야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다른 이런저런 교육학자들이며 교사들이 쓴 공부방법 책들이 있지만 그런 책들보다 훨씬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책이라고. 성공 처세서에 비유하자면 관찰자가 관찰하고 분석하여 내린 ‘무슨무슨 7가지 비결’ 책이 아니라 성공한 바로 그 본인이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찰자의 책보다 덜 정리된 부분도 있겠지만, 오히려 날것의 생생함이 실제로 그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에겐 더 와닿지 않을까?정말 책을 비판하려면 '잘난체'라느니 '내용이 비었다'라고만 하지 말고, 문제점이 보인다면 그 점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아니면 실제로 실천해본 뒤에 이런저런 문제점이 있더라-고 체계적인 비판을 한 것을 봤으면 좋겠다. 무작정 '저건 신포도야~'하면서 가버리는 여우의 우를 범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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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2004-08-1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굿 이런 평을 원했음
제대로 읽지도 않은 사람들이 대충 한번 읽고는 구리다 사지마라 이따위 악평 하는거 짜증남..
비판을 하려면 오히려 이 책을 자세히 몇번씩 훑어보고 논리적인 비판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대충 읽고서 별말없다고 악평하는 그대들... 책은 한번 읽는다고 끝이 아니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