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1
존 로빈스 / 아름드리미디어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고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새는 가능한 한 덜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역시 길가를 돌아다니면 풍겨 나오는 고기 굽는 냄새들은 상당한 유혹이었다. 내가 육식을 자제하려는 이유는 단지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였으니, 동기가 약하다면 약할 것이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책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나 역시 이 저자가 쓴 예처럼, '닭은 괜찮겠지' '달걀은 괜찮겠지' '우유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첫 장에 나온 닭 얘기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저런, 저런 참혹한 상황의 닭들, 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먹는 우리들....

닭보다 더 끔찍했던 건 송아지 얘기였다. 좋은 꽃등심을 위해 쇠사슬로 소를 묶어놓는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 자세한 실태가 이토록 참혹할 줄이야... 특히나 송아지, 아름다운 송아지 고기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식'-철분이 제거된 먹이를 먹여서 그 불쌍한 것들이 미친 듯이 철을 갈망하다 못해 자기 오줌마저 먹도록--그나마도 못 먹게 만들다니.... 그 한, 그 분노... 끔찍했다. 그런 짓을 하는 정육업자들을 나무랄 수 있을까? 없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건, 고기를 먹는 우리들이다. 더 싸고 더 맛있는 고기를 찾는 우리들이다.

얼마 전, 아는 사람과 대화를 했었다. 그는 옷값이 너무 비싸다면서, 불과 1~2만원 짜리 티셔츠도 이윤이 남는다면 대체 우리가 얼마나 폭리를 당하고 있는거냐고 항변했다. 아마, 그 얼마 전 한겨레21의 한 기사를 읽지 못했다면 나 역시 공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달랐다. 나는 그 1~2만원 짜리 옷을 위해 중국의 여공들이 전태일 시대를 살고 있음을 안다. 그 여공들을 전태일 시대 속에서 살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다. 더 싼 옷을 찾는 우리들.

마찬가지다. 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한우는 미국의 소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길러질 거라고 생각한다. 값이 그토록 비싸니까. (실제로 맛도 월등하다) 하지만, 비싸기 때문에 이제 곧 개방화 시장 앞에서 쓰러질 것이다. 사람들은 싼 값을 좋아하니까. 그리곤 저런 참상이 알려질 때마다 정육업자들을 손가락질하겠지. 이게 얼마나 큰 위선인지.(중간에 예로 나온 톨스토이 가족의 고모의 우화는 정말 폐부를 찌르는 것이었다)

고기는, 세상을 망치고 나를 망친다는 말에, 절절히 공감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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