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섄 1 - 괴물 서커스단
대런 섄 지음, 최수민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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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판사에서는 하여간 해리포터가 히트친 이래 신문에 큼지막하게 '해리포터 금단증상을 겪는 독자들을 위한 해리포터풍 판타지'라고 해서 이런저런 책들을 내 왔었다. 이 책에도 그 타이틀이 붙어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조앤 롤링이 극찬한 책'이라는 엄청난 수식어가 붙어있는 것은 확실하므로, 그 범주에 넣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보면 멋진 문구가 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인용해보자면 ''톰 클랜시, 딘 쿤츠의 계보를 잇는...'등의 문구가 나오면 그 틀에 맞춰서 쓰려고 했지만 진부한 책이라 보면 틀림없다.' 얼추 이런 뜻이었다.

과연, 해리포터'풍' 판타지...라. 스티븐 킹의 혜안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달까. 해리포터를 그리 재미있게 읽었다고 볼 순 없는 나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해리포터가 왜 위대하다고들 하는지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출판사에서 나온 무슨무슨 시리즈들은 절대 읽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뭐, 3권까지 읽었으니 재미가 없다고 할 순 없다. 어쨌건 1권은 재미있었다. 뱀파이어라는 소재 자체를 워낙에 좋아하는 터라, 그 과정을 그린 1권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2권... 조금 갸웃했고, 그래도 3권을 집어들었다가 다 읽고 내려놨을 때... 4권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빨리 읽히긴 한다. 한권 읽는데 40분이라니. (7500원의 구실을 하느냐는 문제는 남지만. 두번 읽을 정도의 책은 아닌데 40분밖에 못 버틴다면 영화가 낫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으므로) 어쨌건 3권까지 다 읽은 처지에 재미없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헌데, 이 책의 문제점은, 저.학.년.용.이라는 것이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드룬의 비밀' 등 '저학년용'이라는 타이틀을 아예 달고 나온 책들을 들춰보기 두려워지는 순간이었다 -_-)

뱀파이어가 되는 과정이야 10살이건 1살이건 100살이건 흥미로운 일이다. 헌데 그 다음의 활약상까지 10살 수준에 맞춰져 있다 보니, 흥미를 계속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말 해리포터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이 어린애들이지만 '저학년용'이라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 들고 읽었던 것이다. (조앤 롤링이 애들 읽힐 것이 아니라 자기 읽으려고 썼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라는 깨달음이 새삼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애들은 좋아하겠다 라는 생각이 2권부터 들기 시작, 3권까지 읽자 확실해졌고, 더 이상은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화화된다고 하니, 영화가 되면 비주얼이 생기니 얘기가 달라지겠지. 하지만 역시나, 가.족.용. 영화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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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착각의 법칙
이철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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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심리의 법칙'을 대단히 유용하게 읽었었다. 처음 듣는 심리학 용어들도 많았지만 그걸 모두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돋보였었다. 그래서 이번 책도 주저없이 집어들었는데...

일단 출판사 쪽의 상술이 먼저 눈에 들어와서 좀 눈쌀이 찌푸려졌다. 전의 책보다 휑하고 페이지수도 줄어든 것이다!! 책값을 내리기 싫어서 한 짓인 것 같은데... 줄 휑한 거 무마하느라 아래위에 선 그은 것이 보기 거슬려서 읽는 내내 고생 좀 해야했다. (..휑하기로야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도 비슷하게 휑하지만 아래위 선 긋기 같은 잔재주는 안 부려서 차라리 눈으로 보기엔 나았다)

뭐, 책은 내용이 우선이니까 내용을 평하자면...일단 전작보다는 좀 구성미가 떨어진다는 것이 첫 느낌이었다. 전작은 '주식'이라는 하나의 일관된 주제가 있었는데 이건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인 듯 하다. 그리고 몇몇 대목은 전작과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주식에 관심없는 독자라면 이 책은 읽어볼만 하다. 이보다 더 쉽고 친숙하게 쓰여진 심리학 책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득의 심리학'이라든가 '이제는 절대로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는다' 등은 아무래도 외서 번역인지라 문장의 감칠맛이 토종에 비해 덜할 수밖에 없다.

세 책을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맨 뒤의 '도어 인더 페이스' '풋 인더 도어' 등으로 대변되는 4가지 심리학 상술 기법일 것이다. 한권 전체를 그 내용 설명과 예시로 도배한 책도 있지만 이 책은 간략하게 핵심과 역시 간략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실제 실전에서 이용할 독자라면 보다 상세한 '이제는..'이 좋겠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만으로도 핵심은 충분히 들어있으니, 굳이 긴 책 읽느니 이 책을 읽고도 잘 활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착각의 법칙'. 확실히, 우리는 늘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착각을 일으키려 악을 쓰는 마케팅 기법의 홍수 속에서 우린 살고 있으니까.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마음의 늪'이었다. 오히려 스스로 결정한 것이기에 그 결정이 그릇된 것을 안 뒤에도 자력으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통찰은, 전작에는 없고 이 책에만 있으며 또한 매우 중요한 법칙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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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 1 - 애장판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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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 순정계의 큰 획이며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이미 십여년의 세월동안 쌓인 수많은 서평들이 있으니 굳이 제가 여기서 미흡한 글솜씨로 서평을 보탤 필요는 없겠지요.

저는 십여년 전, 댕기 창간호부터 '불의 검'을 보아온 독자로서 이번 대원판의 '사양'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매우 신경써서 디자인한 표지 디자인. 하드커버와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해주어서 반갑습니다. 일러스트가 좀 작아져서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전반적인 디자인은 대원에서 나온 책들 중 가장 멋지게 보인다고 할만 합니다. 내지 디자인 역시, 처음 표지를 딱 열었을 때 보이는 검은 바탕의 '불의 검' 흰색 글씨도 몹시 장중한 느낌을 줍니다. 합격. 전반적으로 종이의 질이라든가 인쇄의 질 등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으니, 일단 컬러 페이지. 대원에서 나온 책으로는 정말이지 눈 휘둥그레지게 나온, 대원에서 오랜만에 내놓은 야심작으로 보이고 게다가 정부 지원도 받았다고 껍질에 써있었는데, 그렇다면 기왕 컬러페이지 넣을 바엔 다 넣지, 일부는 컬러로 싣고 일부는 흑백으로 싣다니 무척 안타까운 느낌이 듭니다. (솔직히, 쪼잔해욧!!!)

그리고 가장 큰 문제인 권수 나누기 부분. 이게 결정적인 단점인데, 대원은 책을 낼 때 페이지 수를 제본의 편의에 맞추는 데 급급한 나머지 내용의 흐름과 상관없는 곳에서 책을 끊는 버릇이 있습니다. 물론 이 '불의 검'은 애당초 댕기에서 단행본 낼 때부터 '전혀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권 나누기'로 사람을 기겁하게 만들었었고, 그런 댕기에서 이미 8권 씩 나온 뒤에 대원에서 인수한 터라, 새삼스럽게 흐름을 고려한 권나누기를 할 여지의 폭도 좁았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대원도 그런 악덕에서 온전히 자유롭다고 하긴 어렵지요. 그래서 아르미안의 네딸들이나 비천무가 대원에서 새롭게 나왔을 때, 정말 엉뚱한 곳에서 한 권이 끝나버리는 일이 너무 잦아서 기겁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렇게 예쁜 하드커버, '애장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책을 내어줄 바에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분기점에서 책 권수를 나누어주리라 기대했었는데, 이것이 또 어긋난 모양이어서 몹시 슬픕니다. 한 애장본에 단행본 2권 분량이 들어간다면 사실 이번에 내온 애장본 1권은 기존 단행본 2권의 엔딩인 아라와 산마로의 재회 씬, 바로 거기까지가 실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독자들이 흥미진진함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가지고 2권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부분이 애장본 2권 앞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이래서야 그 엇갈리는 재회의 비극이 제대로 느껴지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댕기 시절의 '불의 검'은 심지어는 잡지 한 회 연재분의 중간(!)에서 책을 썽둥 끊어먹는 만행을 저질렀었는데 이번 건 최소한 그건 아니고, 한회 연재분이 다 끝난 뒤에 권수를 나누었다는 점에서는 기존 단행본보다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역시 아쉽습니다.

저는 실은 '불의 검'을 단행본으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댕기 연재시절부터 댕기의 극악 편집발에 기가 질렸기 때문에 아예 제가 직접 잡지를 분철하여 본드로 묶은, 수제책으로 갖고 있습니다. 9권부터는 어쩔 수없이 단행본으로 갖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저는 모든 컬러페이지가 온전히 수록돼 있으며, 흐름에 맞춰 제대로 권단락이 된(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판본을 갖고 있는 셈이지요. 심지어 판형도 큽니다(잡지 사이즈인 B5). 다만 종이질이 열악한 것이 문제여서 이번에 애장본이 제대로 나와줬으면 10년 정든 수제책을 대신하여 새로 애장본을 장만할 생각도 있었는데... 역시나 조금 더 생각해봐야될 것 같습니다. 일단 애장본이 끝까지 다 나오거든, 그때 다시 고려해봐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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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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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서평들은 많이들 해주셨으니 저는 좀 다른 의미의 서평을 할까 합니다. 책이라는 것은, 그것이 일단 종이 위에 인쇄되어 '물질화'된 이상, 외양 없이 내용만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열린책들은 옛날 책을 B6 하드커버로 다시 내는 데 재미붙인 것 같습니다. 뭐, 꼭 옛날 책이 아니더라도요. 하여간 참 B6 하드커버 많이 내더군요. 그리고 대개는 표지들이 참 예뻐서 사고싶게 만듭니다.

하지만, 열림원들의 이 소형 하드커버들은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옛날 판형에 값이 인상되는 빌미가 되었다는 점도 그렇지만(파트리스 쥐스킨트의 단편선들 경우엔 100페이지도 안되는데 하드커버라는 이유로 책값이 6500원. 너무 바가지라는 느낌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일단 하드커버덕에 읽기가 불편합니다. 작으면 손의 움직임에 따라 잘 휘어지기나 해야할텐데, 크기는 작으면서 딱딱한 겉 껍질 때문에 손 가는데로 책을 적당히 휘면서 볼 수 없으니, '향수'같은 경우는 나중엔 손이 저리더군요. 그나마 얇은 책들은 덜하지만 두꺼운 책은 참 그 점이 두드러집니다. 게다가 '푸코의 진자' 같은 경우는, 두권이 세권 됐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맞춤법과 편집이 더 엉망이 된 개악이 되기도 하고요.

또한 편집을 보면, 책이 작다고 여백도 작아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지나치게 여백을 적게 남겼는데 이게 또 볼 때 불편한 점을 야기합니다. 가장자리 글을 읽으려면 손을 끝부분에 놓고 봐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두껍고 휘어볼 수도 없는 책 그렇게 보고 있노라면 손 저립니다. 여백이 작다보니 지나치게 꽉 찬 느낌이 들어 보기 부담스러운 점도 있고요.

그나마 표지 디자인들이 대개 예쁘다는 점에서 그 모든 악덕들을 참아넘겨보자고 한다면, '개미'는 그 점에서조차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뭐, '푸코의 진자'처럼 두권이 세권 된 건 아니고 오히려 여섯 권이 다섯 권 됐으니 진일보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열린책들 사람들은, 사이즈가 달라지면 디자인도 달라져야 한다는 기본 개념을 망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개미의 책은 신국판(A5)일 때와 지금이 디자인이 똑같습니다. 그래서 실로 우스꽝스러운 언밸런스를 일으키고 있죠. 간단히 예를 들어 만약 이 표지를 A4 사이즈로 확대한다면 느낌이 어떨까요? 참 허하고 썰렁하겠지요? 마찬가지입니다. 애당초 A5 사이즈로 기획된 디자인을 작게 축소해버리다보니 오밀조밀 답답하고 보기에도 안 좋습니다. 디자인 컨셉 자체도 하드커버와 어울리지 않고요. 지나치게 현대적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용도 하드커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대적인 내용이 하드커버의 중후함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내용 자체와, 그림 자체도 하드커버와 어울리지만 책의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언밸런스한 것으로는 대표적으로 '장미의 이름'이 있습니다. 저 그림은, 저 디자인은 아무리 봐도 A5 용입니다. 표지를 보면 '예쁘다'라기 보단 '답답하다'라는 느낌이 먼저 떠오르니까요. (그나마 개미보다는 나은 표지입니다)

'개미'는, 아무 거나 하드커버로 만든다고 책이 예뻐지는 게 아니라는 사례의 대표로 꼽을 만 합니다. 내용과도 안 어울리고, 사이즈와 표지 디자인의 언밸런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차라리 도로 옛날 사이즈로 내줬으면....하지만, 지금 와서 옛날 사이즈로 책을 내본들 '뇌' 처럼 8500원씩 받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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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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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에게만 조국이 없는 건 아니죠. 오히려 진정으로 조국이 없는 건 여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에 보면 나오지요. '인권 국가 스위스에서 왜 '살다보면 여자는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된다'라는 말이 나와야 할까' 라고요. 뭐, 읽을 당시에는 피식 웃었습니다. 그 말 자체가 어때서가 아니라, 여성에게 투표권을 1990년대 들어서야 준 나라 스위스가 인권 국가는 아닌데... 라는 생각에서였지요. 하지만 그런 지식들은 피상적인 것이었고, 또 다른 마음 한켠에서는 '그래도, 우리나라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출가외인에 시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자신들의 성조차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 우리나라보다야' 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은, 그런 저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단 서평 제목 말마따나 '여성에게는 조국이 없음'을, 세상 모든 여성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굴레를 짊어지고 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줬지요. 그걸 보고 나니 참 소름끼치더군요. 어쩔 수 없이 남편의 그늘에 시달려야 하는 유부녀들뿐만 아니라, 보다 자유롭게 살아가고 또한 그것이 눈치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유분방한 독신여성들조차 그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신여성이 많은 남성들을 사귀고 헤어지고 하면 별별 험한 소리를 다 듣잖아요? 그런 것이 보편화된 서양은 그래도 우리나라같은 꼴은 안 당하겠거니... 부럽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공지영(..많이 인용하게 되는군요)의 착한 여자에 나오잖아요. 여자들이, 남편에게 가령 죽도록 얻어맞으면서도 그것을 감수하고 사는 것은, 그 홑껍데기같은 울타리마저 없을 때의 불이익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그런 선진국에서조차 '남자가 없는 여자는 어딘가 이상하게 보여지는', 그 시선이 똑같이 사회에 만연해 있었다니. 정말 놀랍고, 화가 났습니다.

남자의 권력은 성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근육에 있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조물주의 최대의 실수는, 남자와 여자의 근력 차이를 너무 현격하게 만들어놓아 모든 여자의 운명이 남자의 너그러움에 좌지우지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고요. 실제로 전 세계 여성들의 운명이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성차별로 귀결되고 있다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정말 조물주의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마치 자신들의 권력이 그 잘난 '좆'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고, 그것이 또 전세계적 공통점이라니... 하긴, 어디서 보니까 남자들은 자신들만이 여성에게 쾌락을 주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에 레즈비언을 싫어하고, 또한 여성이 능동적으로 쾌락을 찾으면 몹시 당황한다고 하더군요. 알면 알수록 '사내'라는 존재가 끔찍해집니다.

PS : 얼마전 우리나라 신문 서평란을 장식했던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에 나온 브루스-데이비드 사례가 아직 실패로 판명나기 전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그 사례가 '성은 사회적으로 길러지는 것이다'라고 실제와 정반대로 인용되는 것은, 이 책이 나온 시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오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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