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검 1 - 애장판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내용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 순정계의 큰 획이며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이미 십여년의 세월동안 쌓인 수많은 서평들이 있으니 굳이 제가 여기서 미흡한 글솜씨로 서평을 보탤 필요는 없겠지요.

저는 십여년 전, 댕기 창간호부터 '불의 검'을 보아온 독자로서 이번 대원판의 '사양'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매우 신경써서 디자인한 표지 디자인. 하드커버와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해주어서 반갑습니다. 일러스트가 좀 작아져서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전반적인 디자인은 대원에서 나온 책들 중 가장 멋지게 보인다고 할만 합니다. 내지 디자인 역시, 처음 표지를 딱 열었을 때 보이는 검은 바탕의 '불의 검' 흰색 글씨도 몹시 장중한 느낌을 줍니다. 합격. 전반적으로 종이의 질이라든가 인쇄의 질 등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으니, 일단 컬러 페이지. 대원에서 나온 책으로는 정말이지 눈 휘둥그레지게 나온, 대원에서 오랜만에 내놓은 야심작으로 보이고 게다가 정부 지원도 받았다고 껍질에 써있었는데, 그렇다면 기왕 컬러페이지 넣을 바엔 다 넣지, 일부는 컬러로 싣고 일부는 흑백으로 싣다니 무척 안타까운 느낌이 듭니다. (솔직히, 쪼잔해욧!!!)

그리고 가장 큰 문제인 권수 나누기 부분. 이게 결정적인 단점인데, 대원은 책을 낼 때 페이지 수를 제본의 편의에 맞추는 데 급급한 나머지 내용의 흐름과 상관없는 곳에서 책을 끊는 버릇이 있습니다. 물론 이 '불의 검'은 애당초 댕기에서 단행본 낼 때부터 '전혀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권 나누기'로 사람을 기겁하게 만들었었고, 그런 댕기에서 이미 8권 씩 나온 뒤에 대원에서 인수한 터라, 새삼스럽게 흐름을 고려한 권나누기를 할 여지의 폭도 좁았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대원도 그런 악덕에서 온전히 자유롭다고 하긴 어렵지요. 그래서 아르미안의 네딸들이나 비천무가 대원에서 새롭게 나왔을 때, 정말 엉뚱한 곳에서 한 권이 끝나버리는 일이 너무 잦아서 기겁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렇게 예쁜 하드커버, '애장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책을 내어줄 바에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분기점에서 책 권수를 나누어주리라 기대했었는데, 이것이 또 어긋난 모양이어서 몹시 슬픕니다. 한 애장본에 단행본 2권 분량이 들어간다면 사실 이번에 내온 애장본 1권은 기존 단행본 2권의 엔딩인 아라와 산마로의 재회 씬, 바로 거기까지가 실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독자들이 흥미진진함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가지고 2권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부분이 애장본 2권 앞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이래서야 그 엇갈리는 재회의 비극이 제대로 느껴지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댕기 시절의 '불의 검'은 심지어는 잡지 한 회 연재분의 중간(!)에서 책을 썽둥 끊어먹는 만행을 저질렀었는데 이번 건 최소한 그건 아니고, 한회 연재분이 다 끝난 뒤에 권수를 나누었다는 점에서는 기존 단행본보다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역시 아쉽습니다.

저는 실은 '불의 검'을 단행본으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댕기 연재시절부터 댕기의 극악 편집발에 기가 질렸기 때문에 아예 제가 직접 잡지를 분철하여 본드로 묶은, 수제책으로 갖고 있습니다. 9권부터는 어쩔 수없이 단행본으로 갖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저는 모든 컬러페이지가 온전히 수록돼 있으며, 흐름에 맞춰 제대로 권단락이 된(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판본을 갖고 있는 셈이지요. 심지어 판형도 큽니다(잡지 사이즈인 B5). 다만 종이질이 열악한 것이 문제여서 이번에 애장본이 제대로 나와줬으면 10년 정든 수제책을 대신하여 새로 애장본을 장만할 생각도 있었는데... 역시나 조금 더 생각해봐야될 것 같습니다. 일단 애장본이 끝까지 다 나오거든, 그때 다시 고려해봐야 할 것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