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용 서평들은 많이들 해주셨으니 저는 좀 다른 의미의 서평을 할까 합니다. 책이라는 것은, 그것이 일단 종이 위에 인쇄되어 '물질화'된 이상, 외양 없이 내용만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열린책들은 옛날 책을 B6 하드커버로 다시 내는 데 재미붙인 것 같습니다. 뭐, 꼭 옛날 책이 아니더라도요. 하여간 참 B6 하드커버 많이 내더군요. 그리고 대개는 표지들이 참 예뻐서 사고싶게 만듭니다.

하지만, 열림원들의 이 소형 하드커버들은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옛날 판형에 값이 인상되는 빌미가 되었다는 점도 그렇지만(파트리스 쥐스킨트의 단편선들 경우엔 100페이지도 안되는데 하드커버라는 이유로 책값이 6500원. 너무 바가지라는 느낌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일단 하드커버덕에 읽기가 불편합니다. 작으면 손의 움직임에 따라 잘 휘어지기나 해야할텐데, 크기는 작으면서 딱딱한 겉 껍질 때문에 손 가는데로 책을 적당히 휘면서 볼 수 없으니, '향수'같은 경우는 나중엔 손이 저리더군요. 그나마 얇은 책들은 덜하지만 두꺼운 책은 참 그 점이 두드러집니다. 게다가 '푸코의 진자' 같은 경우는, 두권이 세권 됐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맞춤법과 편집이 더 엉망이 된 개악이 되기도 하고요.

또한 편집을 보면, 책이 작다고 여백도 작아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지나치게 여백을 적게 남겼는데 이게 또 볼 때 불편한 점을 야기합니다. 가장자리 글을 읽으려면 손을 끝부분에 놓고 봐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두껍고 휘어볼 수도 없는 책 그렇게 보고 있노라면 손 저립니다. 여백이 작다보니 지나치게 꽉 찬 느낌이 들어 보기 부담스러운 점도 있고요.

그나마 표지 디자인들이 대개 예쁘다는 점에서 그 모든 악덕들을 참아넘겨보자고 한다면, '개미'는 그 점에서조차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뭐, '푸코의 진자'처럼 두권이 세권 된 건 아니고 오히려 여섯 권이 다섯 권 됐으니 진일보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열린책들 사람들은, 사이즈가 달라지면 디자인도 달라져야 한다는 기본 개념을 망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개미의 책은 신국판(A5)일 때와 지금이 디자인이 똑같습니다. 그래서 실로 우스꽝스러운 언밸런스를 일으키고 있죠. 간단히 예를 들어 만약 이 표지를 A4 사이즈로 확대한다면 느낌이 어떨까요? 참 허하고 썰렁하겠지요? 마찬가지입니다. 애당초 A5 사이즈로 기획된 디자인을 작게 축소해버리다보니 오밀조밀 답답하고 보기에도 안 좋습니다. 디자인 컨셉 자체도 하드커버와 어울리지 않고요. 지나치게 현대적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용도 하드커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대적인 내용이 하드커버의 중후함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내용 자체와, 그림 자체도 하드커버와 어울리지만 책의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언밸런스한 것으로는 대표적으로 '장미의 이름'이 있습니다. 저 그림은, 저 디자인은 아무리 봐도 A5 용입니다. 표지를 보면 '예쁘다'라기 보단 '답답하다'라는 느낌이 먼저 떠오르니까요. (그나마 개미보다는 나은 표지입니다)

'개미'는, 아무 거나 하드커버로 만든다고 책이 예뻐지는 게 아니라는 사례의 대표로 꼽을 만 합니다. 내용과도 안 어울리고, 사이즈와 표지 디자인의 언밸런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차라리 도로 옛날 사이즈로 내줬으면....하지만, 지금 와서 옛날 사이즈로 책을 내본들 '뇌' 처럼 8500원씩 받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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