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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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전 쯤이었을까. 그때 다니던 직장은 참 편했다. 지하철이 끊기기 전까지 혹은 끊겨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 한 적이 많아서 몸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무척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직장 안의 인간관계가 즐거웠다는 이유이다. 다들 사회문제에 적고 많음은 존재했지만 관심이 있었다. 한겨레21과 씨네 21을 읽으면서 수다를 떠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그때 김규항을 만났던 것 같다. 씨네 21에 연재한 코너가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단행본도 구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한참동안 잊고 지냈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칼럼집인 줄 알았는데 대강 내용을 넘겨보니 인터뷰집이다.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읽기 시작하자 너무 재미있고 내가 이런 책을 한동안 안읽어서 잊고 있어서 그렇지 바로 이런 책이 내가 좋아하는 책이란 것도 새삼 느꼈다. 전문 인터뷰어인 지승호씨의 질문에 김규항씨의 대답을 기록한 것으로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승호씨는 정기구독했던 월간<인물과 사상>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김규항씨는 좌파다. 요즘엔 너도 나도 좌파이고, 너도 나도 진보주의자가 많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진보를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진보를 가장하면서 체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려는데 이용한다.  이런 모습에 대해 김규항씨는 좌우의 분기점은 ’신자유주의’라고 말한다. 그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의 진보성이 조중동이나 한나라당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들의 진보성은 신자유주의의 체제 안에서의 진보성이고 그 안에서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개혁이라는 말이 진보와 같이 쓰여서 진짜 진보적인 것을 무력화시키며 극우 보수세력이 아닌 진보인체 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유지시켜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진보라고 하는 인사들에 대해 진짜 진보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내심 진보인 척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가려는 모습들이 분명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내 속에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가 적으로 맞서 싸워야하는 사람들은 조중동이나 극우세력이 아니라 겉으로는 가짜 진보 행세를 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기득권을 움켜쥐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한때는 혁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싸웠던 사람들도 결국은 한자리 차지하고 내밀만한 명함을 갖게 되면 ’계급’을 언급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가진 것들에 대해 포기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과거엔 내가 이랬다라고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삼는 모습도 주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김규항씨의 이야기가 짜릿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규항씨의 사고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신자유주의를 바라보는 관점과 오늘날 진보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의 행태, 특히 진보신당에 대한 견해, 교육문제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시각과 종교에 대한 시각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결국은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내 아이의 교육은 어떻게 시킬것인가, 나의 세계관은 어떠한지 점검을 하게 되었다. 다만 한가지 나는 세상의 변화를 위해선 내가 가진 것을 온전히 바칠 생각이 여전히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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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사전 1
허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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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사전을 읽을 것은 작년이다. 우리 부부는 비슷한 나이의 다른 부부에 비해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이 좀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남편의 오랜 학교생활 때문이다. 남편은 87학번으로 시작해서 다른 학번을 몇 개 더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공부 중이다. 남편의 끝없는 배움에 대한 열정은 재산 증식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 보면 남들은 한번 다니는 대학 계속 다녀서 등록금만 지출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던 남편이 2년전부터인가 갑자기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 친구들이나 과거 직장동료들을 봐도 재미삼아 주식이나 펀드를 조금씩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미국경제의 위기가 닥치기 전이다. 주변의 강권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을만큼 내가 돈에 대한 어떤 철학이나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신경쓰는게 귀찮은게 이유의 전부였다. 이자율이 몇 프로인지도 모르고 월급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그대로 두고 필요한 돈만 꺼내 쓰는 것이 내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남편의 재테크 관심에 나도 이런 저런 책을 읽게 되었고, 우리 부부는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돈을 각기 다른 은행에 조금씩 나눠서 적금을 해보기도 하고, 이율이 좀 더 높은 상품은 없나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부자사전을 읽게 되었는데 한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내 자신이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 혹시 나도 노력하면 될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을 조금 품게 되었다. 여기에 나온 부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큰부자는 아니다. 가지고 있는 돈을 여기저기에 투자하고 투자의 이익으로 다른 투자를 함으로써 부자가 된 케이스들이다. 어쩌면 이런 부자들은 지금은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너도 나도 부자되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대부분 크게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들에 눈을 돌리면 이미 한발 늦은 상태이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그리고 꿈도 꾸게 되었고, 한사람 한사람에게서 부자가 되는 사람은 습성부터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은 부자되기를 꿈꿔보기는 하지만 열망하지는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이렇게 욕심부리지 않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기만 하면 진짜 '부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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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 밥상 - 송학운 김옥경 부부의 나를 살린
김옥경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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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느날 남편이 신문을 오린 조각을 내게 주었다. 뭔가 살펴보니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이란 책을 광고한 부분으로 꼭 읽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잊고 있다가 뜻밖에 책선물을 받게 되는 기회가 와서 무슨 책을 고를까 하다 이 책이 떠올랐다. 

나는 요리를 참 못하기도 하거니와 관심도 없다. 결혼 초기에 어떻게든 관심을 가져볼려고 인터넷을 뒤져서 해보기도 하고, 요리책을 보고 만들어도 봤지만 그때 뿐으로 내게 체화되지는 못했다. 그나마 남편이 반찬 투정이 전혀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였다. 그러던 남편이 결혼 후에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더니만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고기를 안먹고, 채식위주의 식생활을 원하더니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 현실화되자 마트에 가서 과자 한 봉지를 사더라도 무엇이 들어갔는지 꼼꼼이 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왠만하면 외식을 삼가하고, 집에서 만들어먹되 화학조미료는 가급적 안쓰고, 표고버섯이나 멸치 등으로 국물을 내던지 하는 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아이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어보려고 요리책을 찾아보면 대부분 마트에서 판매하는 소스를 이용한 것들이다. 그러니 요리책을 봐도 내가 원하는 것을 담은 책은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러다 이 책을 보니 남편이 원하는 바로 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김치와 김과 멸치와 고추장, 된장 등이 보인다. 이것들은 모두 시골에 계신 엄마가 보내주신 것들이다. 엄마는 시시때때로 김치를 담아 보내주시며, 각종 반찬거리들과 계절마다 수확한 먹거리들을 보내주신다.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을 넘기다 보니 바로 시골에서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이 떠올랐다. 엄마는 대부분 당신이 지은 채소에 당신이 기른 다시마로 국물을 내어 반찬을 만드신다. 그러니 그야말로 자연식 밥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기회가 되면 엄마에게 요리를 배워야 될 것 같다. 우리 가족의 건강은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으로 중요하다. 그러니 대충 해먹지 뭐~ 하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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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속의 외침 - 2판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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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하는 어머님이 어느날 <형제>를 읽으시면서 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일본작가들과는 또다른 정서의 책이라면서 이 책은 소장해둘만한 책이라고 말씀하셨다. 집으로 돌아와 나도 위화에 관해 찾아보고 <인생>이란 작품을 시작으로 <형제>, <허삼관 매혈기>, <나는 이름이 없다>를 읽어나갔다. 차오엔쉬엔의 책을 참 좋아했고, 다이 호우잉의 작품을 찾아 읽었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붉은 바위>를 읽으면서 감동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일본작품들은 개인적인 것과 자극적인 느낌이 많은데 비해 중국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나와 이웃과 더불어 정책의 변화에 따라 일어난 사건들에 관해 좀 더 거시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작품을 읽어보면 그 민족의 정서를 알 수 있나 보다.

어쨌든 한 동안 나는 동화에 빠져 있어서 위화를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팽팽하던 실이 툭 끊어지듯 책읽기에 대한 즐거움이 시들해버렸다. 그 이유는 내가 책보다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다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었지만 감흥이 나질 않는다. 우연히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다가 <가랑비 속의 외침>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위화의 인생에 대한 삼부작으로 일컬어지는 <가랑비 속의 외침>, <허삼관 매혈기>, <인생>의 순으로 읽었다면 순차적인 느낌이었을 텐데, 나는 거꾸로 읽은 셈이다. 그래선지 그 감동의 크기도 마찬가지의 양으로 다가왔다. 

<가랑비 속의 외침>은 위화의 초기 작품이다. 이 책을 읽노라니 그 속에서 다음 책의 주인공들이 탄생을 예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쑤형제의 이야기는 <형제>의 송강과 이광두의 모태가 되었을 것도 같고, 이를 뽑은 삼촌도 형제에서 이를 뽑던 사람이 된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순차적으로 쓰여지지 않고 주인공 쑨광린의 기억에 따라 진행되었다. 하지만  4장까지 엮어진 글을 보면 구성에서 나름대로 묶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쑨광린의 유년 시절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가족사, 그리고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저 깊은 곳에 숨겨진 생생한 감정들이 드러나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드러내지 않은 것에 비해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입으로 내뱉음으로서 더 신랄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면 보통 부모님에겐 자식된 도리를 다 해야 하지만 쑨광차이는 자기의 아버지가 허리를 다친 이후 밥만 축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빨리 죽기를 소망한다. 그것을 숨기지 않고 여러가지 태도로 아버지를 괴롭힌다. 마침내 아버지가 스스로 죽음의 길을 떠나겠다며 기다리는 과정에서 쑨광차이는 매일 매일 죽는가 살피면서 아직도 죽지 않음에 짜증을 내기까지 한다. 마침내 아버지가 죽고 나자 기쁨과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낸다. 우리 인간은 이렇게 이기적이다. 하지만 보통은 감추고 산다. 하지만 위화의 작품속 주인공들은 그것을 까발려서 사실 너의 마음속에도 이런 추악한 모습이 있지 않는가 하며 묻는 것도 같다.

이 책은 탄생과 죽음, 버려진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 친구와 우정, 가족의 관계 등 인간의 삶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하루 중의 시간으로 따지자면 저녁놀이 지는 무렵의 모습을 닮아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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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십니까 창비시선 111
도종환 지음 / 창비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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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읽고 가장 오랜 시간 내 옆에 친구처럼 있던 시집이다. 개인의 성찰과 더불어 그 자신이 해직교사로서 겪은 이야기와 우리 민족의 커다란 아픔인 분단의 현실에 대해 시인은 큰 목소리가 아닌 부드러운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시인의 성품과 닮아 있는 듯하다. 이 시집은 4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론 1부와 2부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자연스런 감정들, 언제까지나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던 두 사람의 감정도 틈이 생기고, 서운함이 쌓이면서 헤어지기도 한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한 그 시간 뿐만 아니라 헤어지는 것까지도 사랑해야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작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삶 역시 계절의 순환에 맞게 살아가듯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우리의 삶 자체를 시어로
아름답게 표현하기도 했다.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니기에 때론 누군가를 사랑해도 그 사람에게
선뜻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도 쉽지가 않고, 그 사람으로 인해 생기는 무수한 감정들로 인해 내 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감정들을 만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거듭 나기도 한다.


<혼자 사랑>

그대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 하며
그대의 작은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벋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두고 한번도 말 안하고
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가끔 정말 누군가와 즐겁게 수다를 떨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말이라도 들어 줄 수 있는 친구, 어떤 모습이라도 어떤 말이라도 다 받아 줄 것 같은 친구, 그런 친구가 있다면... 아니 내가 그런 친구가 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시들은 때론 상처받는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같다. 그 중에서 미시령이란 시로 인해 바람을 좋아하게 되었다.


<미시령>

                    
바람이 분다 모든 것을 버리고 돌아오라
바람이 분다 가난한 모습으로 돌아오라
찬란했던 잎새들의 푸른 박수소리도
잎잎마다 쏟아지던 반짝이는 햇살도
모두 다 버리고 빈 몸으로 돌아오라
말을 많이 했거든 말을 버리고 돌아오라
큰 몸짓 많았거든 몸짓들을 빼내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들을 건너 돌아오라
두려워 말라 미시령을 넘는 늦가을 나무처럼
모든 것을 되돌려주고 돌아오라
많은 이름으로 둘러싸여 사는 그대여
갈잎이 무수히 가고 있다 가벼워져 돌아오라.


바람이 부는 맑은 날엔 내 몸이 가벼워져 내 마음이 가벼워져 미시령 고개를 넘어가는 상상에 빠져들기도 한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줄 벗같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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