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야, 힘내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3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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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개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의 고로를 보니 시댁에서 키웠던 개 왕돌이가 생각이 났다. 왕돌이는 형제보다 몸이 크고 잘 먹어서 왕돌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어머님은 먹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런 어머님 덕분에 왕돌이 역시 음식을 신나게 얻어 먹었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당뇨인 어머님이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다. 그 바람에 어머님은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셨어야 했고, 왕돌이의 식사는 어머님이 아닌 다른 가족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 덕이었을까. 뚱뚱해서 숨을 쉬기도 힘들어 하던 왕돌이가 열량이 높지 않은 음식 덕에 날씬하게 변했고, 움직임도 한결 좋아졌다. 어머님은 퇴원하시고 한동안 몸무게에 민감하게 반응한 가족들 덕에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셨어야 했다. 왕돌이는 어머님 발치에서 즐거운 듯 가르릉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댁에 방문했는데 왕돌이가 거실에 누워있는데 이상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면서 힘들어 했다. 아무래도 왕돌이 역시 한쪽이 마비가 된 듯 했다. 그렇게 신음하던 왕돌이는 가장 사랑했던 어머님의 뜻에 따라 안락사를 시켰다. 

<고로야, 힘내>를 보면 왕돌이가 생각난다. 고로 역시도 팔팔했을 때는 다쿠야 역시도 좋아했겠지만 늙어서 제 몸 하나 온전히 지탱하기가 힘들어지자 애물단지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친구들이 힘을 합쳐서 쓰러진 고로를 집으로 운반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보면서 고로와 함께 했던 과거를 떠오리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 

나도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늙는다는 것을 느끼고, 늙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서러운 일임을 깨닫는다. 생명이 있는 것을 경시해서는 안되고 소중히 다뤄야 된다는 것을...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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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의 첫 심부름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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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막내인 나는 언제나 잔 심부름을 맡아서 해야 했다. 농번기때는 가게에 가서 음료수나 과자 등을 사와야 했고, 집안에 행사가 있으면 먹을 거리를 이웃 집에 돌려야 했으며, 제사를 지낸 다음날은 한집 한집 동네를 돌며 아침 식사하러 오시라고 청해야 했다. 어떨 때는 좋았고, 어떨 때는 싫었지만 맡은 임무를 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큰 돈을 들고 가는 날에는 혹여 돈을 잊어버릴까봐 손에 꼭 쥐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고도 마음이 안놓여 바지 주머니 입구를 꼭 쥐고 갔었다.

이슬이는 다섯 살이다. 엄마는 집안 일과 동생때문에 무척 바빠보인다. 그래서 이슬이에게 우유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항상 엄마와 함께 다니던 길을 혼자 가야하니 겁도 나지만 그래도 집을 나서 본다. 차 조심하기!, 거스름돈 잊지 않기! 란 엄마와의 약속을 새기며 오백원짜리 동전 두 개를 손에 꼭 쥐고 간다. 노래를 부르며 가고 있는데 찌르릉 종이 울리며 자전거가 다가 온다. 이슬이는 가슴이 철렁하여 벽에 바싹 붙여 서고, 자전거는 바람같이 쌩~ 지나가 버린다. 도중에 친구를 만나 혼자 심부름간다는 이야기도 하고 언덕길을 뛰어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동전을 놓친다.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지만 동전이 걱정이 되어 얼른 일어나 찾는다. 동전을 다시 손에 꼭 쥐고 가게에 도착한 이슬이는 우유를 달라고 말하지만 소리가 너무 작다. 담배를 사러온 아저씨의 외침에 가게 아줌마가 나오고, 뚱뚱한 아줌마는 먼저 온 이슬이를 무시하고 빵을 사간다. 혼자 남게 된 이슬이는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우유를 달라고 말한다. 그제서야 가게 아줌마는 이슬이를 알아보고 사과를 한다. 이슬이는 우유를 받고, 집으로 향하지만 가게 아줌마는 거스름돈을 챙겨준다. 씩씩하게 임무를 완수한 이슬이를 언덕길 아래에서 엄마가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다섯살 난 이슬이에게 우유사는 일은 처음으로 세상과 홀로 마주한 날인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늘 함께였는데 혼자가는 그 길이 낯설고 무섭고 떨렸으리라. 가게집 아줌마에게 사과를 받고 나서 마음이 놓여 참았던 눈물 한 방울 떨굴때 이슬이의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읽혀졌고, 돌아오는 길에 한결 밝은 걸음걸이로 집으로 향했을 이슬이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도 나왔다. 우리 아이가 세 살인데 다섯살 때 나는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킬 수 있을까? 세상이 너무도 무서워져 아이보다도 내가 두려워하지 않을련지... 하는 생각과 그래도 언젠가 첫 심부름을 시킨 날 이슬이처럼 우리 아이도 성숙해 지리란 생각에 마음에 웃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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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노야, 힘내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3
김윤배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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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라고 우리는 쉽게 내뱉곤 하지만 아이들이 진정 미래의 희망이 되려면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반드시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아이들은 자라서 누구나 어른이 된다. 하지만 어떤 어른이 되는지는 아이를 둘러싼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어렸을 적 우리 부모님이 내게 보여주셨던 모습들이 새록 새록 떠오르곤 한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무의식 중에 나오는 감정과 행동, 그 모든 것이 부모님의 모습을 닮아 있다는 것도 나이가 드니까 깨우쳐지고 내 아이가 내 모습을 모방하고 닮아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 앞에선 냉수도 함부로 마시지 말라는 옛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두노야, 힘내>는 밤새 정이네 인삼밭의 인삼이 반이나 도둑맞은 사건으로 시작된다. 정이 아버지는 도둑맞은 인삼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동네 사람 중에 뜨네기이면서 전과자인 두노의 아버지를 범인으로 헛소문을 내고, 정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이 일을 말하면서 두노의 화를 돋운다. 처음에는 인삼을 훔친 도둑은 누구지? 하는 생각으로 범인에 대한 추리가 이어질 것 같지만 이야기는 범인으로 오인받은 두노네 집 사정으로 넘어간다. 

두노는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다. 이년 전에 엄마가 가출했고, 아버지는 엄마를 찾아 헤매다가 술취해서 남의 가방을 자신의 가방으로 착각해서 기차에서 들고 내렸다가 뜻하지 않게 전과자가 되버린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아버지는 그나마 몸도 약해 근근이 남의 일을 해주고 품삯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다. 자주 술에 취해 있는 아빠지만 두노는 아빠를 위해 밥을 하고, 국을 끓인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미술을 맡은 ’다람이 선생님’은 두노네 집을 찾아가 두노를 돕고자 한다. 두노의 아버지는 선생님의 도움을 동정으로 받아들이고 완강히 거부한다. 선생님은 두노를 보면서 어려서 불우하게 자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두노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는 등 계속적인 관심을 보인다. 그러다 두노 아버지가 화가였고 번번이 국선에 고배를 마신 바람에 그림을 그만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람이 선생님과 두노의 간절한 바램이 두노의 아버지에게 영향을 미치고 아버지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남편이 그림을 그리기를 희망했던 두노의 엄마는 생활고로 아내가 고생을 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그림을 포기한 남편을 떠나 돈을 벌러 집을 떠난다. 결국 두노의 엄마는 남편과 아이를 버린 것이 아니었다. 돈을 벌어서 남편이 그림을 계속 그리기를 두노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떠난 것이었지만 생각처럼 돈을 모으지도 못하고 심한 병만 얻고 만다. 그러다 경찰이 찾아온 것을 계기로 집으로 돌아온다. 결국 범인은 두노 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고, 정이 아버지는 뒤늦은 사과를 한다. 다시 모인 두노네 가족은 마을을 떠나 엄마의 병을 고치러 도시로 떠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무능한 아버지지만 두노는 아버지를 응원하고 아버지를 닮아간다. 두노의 엄마는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남편이 계속해서 화가의 길을 걸어가길 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가족이란 무엇인가. 특히 돈이 최고인 이 시대에 가난한 예술가의 길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깨닫게 되었고, 그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고 견디는 사람들의 뒤엔 가족의 응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람이 선생님을 보면서 과연 이 시대에 아직도 이런 선생님이 계실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땅에 다람이 선생님처럼 마음이 따뜻한 선생님이 많다면 우리 아이들이 진정 미래의 희망이 될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 책을 다른 누구보다도 선생님들에게 강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꿈과 사랑, 그리고 화해와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수많은 두노들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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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그림책 보물창고 51
케이트 뱅크스 지음, 신형건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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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24개월 된 딸아이는 누가 보아도 똘똘하고 야무지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처음으로 접하고 익히는 처지인지라,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뭐든지 다 잘해내지는 못한다. 요새는 혼자서 신발을 신으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자꾸 헷갈리는 지 왼쪽 신발과 오른 쪽 신발을 바꿔 신곤 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라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부모는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너는 왜 그것도 못하니?' 라든가 다른 애는 다 잘하는데 '우리 애는 이것도 못해요' 라는 푸념을 아이 앞에서 늘어 놓는다. 이렇게 아이들의 '첫 걸음마'를 기다리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부모들에게 - 아이들에게 보다도 먼저 - '실수 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권해주고 싶다.

책의 표지에 그려져 있는 돼지와 부엉이와 악어는 책 속의 아이가 실수 했을 때 그 실수를 지워주는 지우개다. 이렇게 글씨와 그림을 처음 배워나가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가지고 있게 되는 학용품인 지우개를 소재로 하여, 아이들이 실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실수 때문에 망설일 필요도 없다는 의미를 펼쳐나가는 것도 훌륭하고, 산수계산과 글씨, 그림으로 이어지다가 해변가 놀이터에서 무인도로의 모험으로 까지 이야기가 확대되고 상승되는 것도 신나 보인다.

유아들은 어른들과 달리 접하는 모든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는데 - 이를 '물활론적 사고'라고 한다 - 돼지 지우개와 악어 지우개와 부엉이 지우개를 의인화한 것은 이런 유아들의 정신 활동의 특성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책 한 권 속에 산수, 문장, 그림, 놀이, 모험의 다양한 경험을 엮어 놓은 것도 책을 통한 경험으로 아이들의 인지구조를 상승발전시키려 했다는 것을 알 수있다 - 피아제의 인지구조론의 이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

지우개 3형제 그림의 색조는 강렬한 원색이면서, 다른 그림들은 파스텔 색조인 것과 겉표지 안쪽의 시작 그림과 끝 그림의 미묘한 차이도 눈여겨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덮으며 우리 딸아이가 가장 든든하고 믿음직한 지우개는 '우리 부모'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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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도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2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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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돌을 맞은 아이 생일날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이 책은 딸이 있는 내게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한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그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아이가 커서 엄마가 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의 내용은 코끝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지금까지의 내 생을 가만히 되돌아봤을 때 가장 장한 일이 바로 아이를 가지고 낳은 일이다. 늦게 결혼한대다 아이까지 안생겨서 병원에도 다녔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그리고 대우주에게 아이를 달라고 빌었었다. 다행히 아이가 내게로 왔고 임신 기간 내내 너무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면서 항상 몸이 약해서 여기저기 자주 아픈 나였지만 임신기간동안은 정말로 그 어느때보다 건강했었다. 출산의 과정을 겪고 아이를 안았을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았다. 아~ 맞아. 나는 이 아이를 낳기 위해 이 세상에 왔는지도 몰라~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어렸을 적 엄마가 내게 했던 이야기며 행동들을 떠올리며 엄마에게 너무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아이도 나처럼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떠올리겠지 하는 생각에 이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만물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겪고,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 같은 사람이 어느 날 곁에서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을 꾸려나가는 것은 내 속에 수많은 추억들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예순 일곱살이 된 엄마와 세살이 된 딸이 있는 나는 우리의 생이 유한하다는 것, 언젠가는 곁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알기에 눈물이 흐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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