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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ㅣ 그림책 보물창고 51
케이트 뱅크스 지음, 신형건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의 24개월 된 딸아이는 누가 보아도 똘똘하고 야무지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처음으로 접하고 익히는 처지인지라,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뭐든지 다 잘해내지는 못한다. 요새는 혼자서 신발을 신으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자꾸 헷갈리는 지 왼쪽 신발과 오른 쪽 신발을 바꿔 신곤 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라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부모는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너는 왜 그것도 못하니?' 라든가 다른 애는 다 잘하는데 '우리 애는 이것도 못해요' 라는 푸념을 아이 앞에서 늘어 놓는다. 이렇게 아이들의 '첫 걸음마'를 기다리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부모들에게 - 아이들에게 보다도 먼저 - '실수 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권해주고 싶다.
책의 표지에 그려져 있는 돼지와 부엉이와 악어는 책 속의 아이가 실수 했을 때 그 실수를 지워주는 지우개다. 이렇게 글씨와 그림을 처음 배워나가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가지고 있게 되는 학용품인 지우개를 소재로 하여, 아이들이 실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실수 때문에 망설일 필요도 없다는 의미를 펼쳐나가는 것도 훌륭하고, 산수계산과 글씨, 그림으로 이어지다가 해변가 놀이터에서 무인도로의 모험으로 까지 이야기가 확대되고 상승되는 것도 신나 보인다.
유아들은 어른들과 달리 접하는 모든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는데 - 이를 '물활론적 사고'라고 한다 - 돼지 지우개와 악어 지우개와 부엉이 지우개를 의인화한 것은 이런 유아들의 정신 활동의 특성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책 한 권 속에 산수, 문장, 그림, 놀이, 모험의 다양한 경험을 엮어 놓은 것도 책을 통한 경험으로 아이들의 인지구조를 상승발전시키려 했다는 것을 알 수있다 - 피아제의 인지구조론의 이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
지우개 3형제 그림의 색조는 강렬한 원색이면서, 다른 그림들은 파스텔 색조인 것과 겉표지 안쪽의 시작 그림과 끝 그림의 미묘한 차이도 눈여겨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덮으며 우리 딸아이가 가장 든든하고 믿음직한 지우개는 '우리 부모'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