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개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의 고로를 보니 시댁에서 키웠던 개 왕돌이가 생각이 났다. 왕돌이는 형제보다 몸이 크고 잘 먹어서 왕돌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어머님은 먹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런 어머님 덕분에 왕돌이 역시 음식을 신나게 얻어 먹었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당뇨인 어머님이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다. 그 바람에 어머님은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셨어야 했고, 왕돌이의 식사는 어머님이 아닌 다른 가족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 덕이었을까. 뚱뚱해서 숨을 쉬기도 힘들어 하던 왕돌이가 열량이 높지 않은 음식 덕에 날씬하게 변했고, 움직임도 한결 좋아졌다. 어머님은 퇴원하시고 한동안 몸무게에 민감하게 반응한 가족들 덕에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셨어야 했다. 왕돌이는 어머님 발치에서 즐거운 듯 가르릉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댁에 방문했는데 왕돌이가 거실에 누워있는데 이상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면서 힘들어 했다. 아무래도 왕돌이 역시 한쪽이 마비가 된 듯 했다. 그렇게 신음하던 왕돌이는 가장 사랑했던 어머님의 뜻에 따라 안락사를 시켰다. <고로야, 힘내>를 보면 왕돌이가 생각난다. 고로 역시도 팔팔했을 때는 다쿠야 역시도 좋아했겠지만 늙어서 제 몸 하나 온전히 지탱하기가 힘들어지자 애물단지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친구들이 힘을 합쳐서 쓰러진 고로를 집으로 운반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보면서 고로와 함께 했던 과거를 떠오리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 나도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늙는다는 것을 느끼고, 늙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서러운 일임을 깨닫는다. 생명이 있는 것을 경시해서는 안되고 소중히 다뤄야 된다는 것을...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