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의 질문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글, 이은천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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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 동화모임을 통해 접하게 된 책 중에서 가장 잊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뭐랄까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화들짝 놀람' 바로 그것이었다. 수려한 문장의 9개의 단편들은 그냥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내 속에 흐르는 피와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이 어떻게 짓밟혔고 철저하게 유린당했는지 잊지말라고 외치는 고함소리 같았다. 읽는 내내 눈물이 흘렀고 지금 이 순간 그 기억을 떠오르니 다시금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저 밥 먹고 입고 하루 하루 보내면 되는 것인가? 또는 남보다 잘산다는 것은 남보다 좋은 것을 입고 먹고 좋은 집에서 산다는 것일까? 요즘 우리나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도 잘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학교를 파하고도 여러 학원을 보내고 국제중이니 특목고니 해서 난리가 아니다.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묘한 컴플렉스를 갖게 되고, 이제 옹알이를 하는 아이들에게도 영어를 가르치지 못해 안달이다. 과거 우리의 얼을 살리고자 우리의 말을 지키고자 자신의 목숨까지 초개처럼 버린 위대한 열사들이 다시 살아와 요즘의 세태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정권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과거 식민 역사에 대한 어떠한 반성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 일본과의 수교에만 열을 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오로지 독도 문제와 한일전 축구에만 반일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참 애석한 일이다. 마치 반일감정도 이벤트처럼 진행되는 것 같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처참하게 유린당한 정신대 할머니들이 여전히 정기적으로 수요집회를 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관심은 깊지 않다.

그 시대는 세계적으로 식민 정책을 펼치던 시기였다고 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가끔 만날 수가 있다. 이 일은 피해자 입장에서 바라봐야지 가해자의 입장을 내세우는 것은 바른 모습이 아니다. 올바른 역사관이 서야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도 건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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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에리송은 과연 옳았을까? - 뜨로띠 뜨로따
디안 바르바라 지음, 피에르 코르뉘엘 그림, 류재화 옮김 / 토마토하우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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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이 책을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고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곁을 살짝 지나가다 흘깃 보았는데 그림이 너무 괜찮아서 그 자리에 딱 멈추고 말았다. 그 분이 세 권을 고르고 나머지 두 권이 내 차지가 되었다. 그냥 그림이 깔끔하게 인쇄되어 그림에 반해서 고른 이 책은 보통 하드커버로 나오는 그림책에 비해 표지도 내지와 같은 두께로 얇은 종이로 구성되어 있다. 책꽃이에서 펼쳐 보기 전에는 얇아서 눈에 띄지도 않을 책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선명한 그림에 눈길을 빼앗기고야 만다. 그런데 그림이 다가 아니다. 내가 열광하게 된 이유는 책 날개 부분에 꽃혀진 주인공 고슴도치의 그림때문이다. 

어렸을 적 우리가 종이 인형놀이를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처럼 주인공 고슴도치 릴리 에리송이 따로 명함꽂듯이 꽂혀있다. 그것을 빼내어 각 페이지 마다 손으로 만져보면 절개된 부분이 있다. 그 사이로 넣어서 다음 장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나도 처음에 보고 그 신선한 아이디어에 깜짝 놀랬는데 내 아이의 반응은 더 열렬했다. 잠자리에서 그냥 한번 보고 말려고 했는데 신이 난 아이는 한 시간이 지나도 그치지 않고 책장을 넘기고 또 넘겼다. 겨우 겨우 내일 하자고 달래고 달래서야 그만 두게 되었다. 사실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누가 이런 생각을 하겠는가. 입체북보다도 간단하면서도 입체북은 그냥 만들어진 상태를 보기만 하지만 이 책은 자신이 이곳 저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으니 아이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니 재미가 더 할 수 밖에...아이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고 결국 뜨로띠뜨로따시리즈 5권을 구입하게 되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릴리 에리송은 주어진 대로 남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 것을 충분히 즐길 줄 아는 고슴도치다. 그 모습이 부모의 눈에는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엄마는 릴리 에리송의 공책을 보고나서야 이해를 하게 된다. 엄마의 격려의 글까지 읽게 된 릴리 에리송은 참 행복했으리라.

내용도 괜찮고 책의 구성도 좋다. 다만 한가지 흠이 있다면 낱개로 된 그림을 절개선 사이로 빼고 넣는 과정에서 쉽게 찢어진다는 것이다.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면 책이 찢어질터이니 코팅을 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나는 따로 문방구에 가서 이것들을 코팅할 계획이다. 이런 번거러움까지 해결해서 나오면 더욱 빛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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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 돌고래도 모르는 수족관의 비밀
나카무라 하지메 지음, 황혜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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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밌게 읽은 책이다. 수족관의 유리는 아크릴인지 강화유리인지, 그 크고 넓은 유리를 어떻게 운반했을지에 관해서 부터 수조의 물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수조의 물은 왜 파랗게 보이는지, 동물들이 먹는 사료의 값은 얼마나 드는지, 사육사는 무슨 일을 하고, 동물을 어떻게 조련하는지, 똑같이 생긴 돌고래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등...수족관의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예전에 오빠가 수족관을 두 세개를 사서 열대어를 기른 적이 있었다. 하나는 제법 큰 수족관이었고, 나머지 두개는 자그마한 것이었는데 수족관의 물고기가 움직이는 것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고 심심하지가 않았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열대어들이 잘 있나 살펴보았고, 혹시 하루나 이틀 집을 비우기라도 하게되면 걱정이 앞서곤 했다. 

주말이면 오빠와 함께 수족관을 청소하는데 네 다섯시간이 걸리는 수조청소를 하고 나면 허리가 뻐근하곤 했다. 그럴때면 왜 이렇게 귀찮은 것을 하나 싶다가도 물을 채우고 열대어들을 풀어놓으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수족관의 수초나 열대어들은 오빠의 생각에 따라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를테면 열대어 책을 펴놓고 이번에는 엔젤피쉬를 키워볼까, 아님 세베럼? 구피는 어떨까, 네온 테트라도 몇마리 키우고....하는 식이었다. 열대어를 너무 많이 사가지고 왔을때는 일부를 화장실에 넣고 물을 내리는 광경을 보기도 했는데 나는 생명이 있는 것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행동에 경악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씩 성격이 거친 열대어들이 순한 열대어를 괴롭혀서 스트레스로 죽은 것을 보게 되면 수족관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겨울에는 적정수온을 위해 히터도 달아주었는데 이것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 중에서는 일주일마다 알을 낳는 종이 있어서 따로 관리하는 것도 꽤나 힘이 들었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지방에 일이 있어서 내려갔다 오니 히터가 잘못되었는지 모든 열대어들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 후 수족관을 없앴고, 다시는 생명있는 것들을 쉽게 키우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지금도 식물은 키우지만 절대로 동물을 키우진 못하겠다.

이렇게 작은 수족관을 관리하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수족관을 수십만 종의 동물들의 특성에 맞게 환경을 관리하는 일은 얼마다 어려울까 싶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었던 수족관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숨어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입장료가 비싼 이유에 머리가 끄덕거려지며, 수족관에서의 사진촬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는 이 책에 고마움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나면 수족관이 달리 보일 것이다. 예전엔 그냥 스쳐지나갔던 모든 것들이 다시 찾은 수족관에선 하나 하나 허투로 보이지 않을 것도 같다. 여러 사진들과 질문에 대한 답의 형식을 갖춘 설명들은 이 책을 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나눠줄것이다. 어쩌면 수족관에 가자고 조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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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밤이 좋아요 꼬마야 꼬마야 13
마이클 두독 데 비트 지음, 배소라 옮김 / 마루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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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여름날 밤이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멍석을 들고 바닷가로 나갔다. 삶은 옥수수와 고구마, 감자, 강냉이 등을 가지고 바닷가 선착장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마을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도 알게 되었고, 낮에 놀던 친구들과 밤에도 또 놀게 되니 신이 났다. 들어왔다 밀려가는 파도소리, 쏟아질 듯한 별들, 건너편 섬마을의 불빛도 반짝거려서 환상적인 느낌을 받았었다. 밤이 이슥하면 어른들은 들어가는데 아이들은 그대로 머물러 자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두 오빠와 함께 자갈밭위에서 자다가 아침이 되면 일어나 집으로 갔었다. 다른 때는 밤에 어딜 나가는 것이 두렵고, 특히 우리집 아랫 집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수년이 지났지만 그 할머니 귀신이 나타날까봐 무서워서 달려오곤 했었다. 그런데 오빠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보내는 밤은 달랐다. 동네 조무래기들 중에서 일부는 밤에도 수영을 하곤 했었는데 밤 바다 위에 몸을 맡기고 마치 바닷물 위에서 잠을 자는 듯한 모습에 매료당하곤 했었다. 이렇게 여름밤은 꿈속인양 환성적인 세계를 열어 주었었다. 

<이제 밤이 좋아요>를 보니 유년시절 여름 밤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꼬마 비버가 밤이 무서운 것처럼 나도 밤이 무서웠지만 친구비버들처럼 내겐 오빠들이 있어서 밤이 무섭지 않았던 것 같다. 둥그런 달이 뜬 저녁, 숲에도 들어가 보고  커다란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네 마리 비버들의 모습이 하나의 풍경처럼 여유롭다. 물장난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꼬마 비버에겐 밤이 더이상 무섭지 않고 즐거운 시간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살배기 아이부터 예닐곱살까지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글이 적긴 한데 그 내용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네 살 이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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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의 약속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2
박경태 글, 김세현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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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시절, 나는 집을 떠나 학교 근처에 있는 고모댁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대학을 목표하는 진학반에 들어가면서 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새벽에 다시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시절 나는 공부보다는 학교 근처에서 기숙하게 된 친구들과의 어울림에 더 열중했다. 그 중 같은 마을 친구 Y가 고모댁 아래 집에서 머물게 되면서 Y와 가까이 하게 되었다. 

Y는 같은 마을에 살긴 했지만 나는 아랫마을, Y는 윗마을에 사는 까닭에 자주 어울리지 못했고, Y가 또래 친구들과는 좀 다른 독특한 면이 있어서 데면데면했었다. 나는 Y가 걷는 것을 보지 못했다. 매일 아침 동생하고 열심히 달려서 등교를 하고 끝나면 또 달려서 집에 갔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사투리보다는 표준어를 쓰는 모습이 이질감을 느끼게 했던 것 같다. Y는 중학교 3학년때도 같은 반이었는데 어느 날 Y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었다. 거의 실신 상태였던 Y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계가 어려워진 Y는 고3 때 숙식제공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그 시절 나는 명랑했던 모습 뒤에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사람과의 관계가 참 싫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산 속에 들어가 스님이 되는 것을 꿈꾸기도 했었다. 그런데 Y 역시도 죽음에 매료당해 있었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통했다고나 할까. 서로 편지도 주고 받고, 나보다 한 수 위인 Y는  유언장을 가슴에 품고 다녔었다. 어느 날 저녁 둘은 Y의 방에서 얘기하다가 Y가 12시가 되면 함께 죽자며 자기가 모은 수면제를 보여줬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Y는 아니었다. 그제서야 나는 죽고자 했던 것이 그냥 생각뿐이었을 뿐 그 이상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12시가 다가오자 그만 잠들어버린 척 했다. 그 후로 Y와 멀어졌다. 그러다 겨울방학이 되었고 광주 작은 아빠댁에 있던 내게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Y가 자살했다고...

『첫눈 오는 날의 약속』을 읽으면서 Y가 자꾸 떠올랐다. 그 이유는 이 책이 헤어짐과 외로움, 그리움을 담고 있어서다. <아이별 천사의 눈물>, <첫눈 오는 날의 약속>, <엄마가 보낸 천사>, <마지막 자장가> 등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 마음 속에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추억이 있는 한 그 사람은 영원히 나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여전히 Y가 살아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바보 철승이>를 보면서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밀려드는 느낌을 받았다. 바보는 철승이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속된 기준으로 재고 평가하는 우리가 아닐까. 어렸을 적 마을에 한 명 쯤은 있었던 철승이 같은 사람, 남에게 해꼬지 하지 않은데도 돌맹이질 하고, 놀려댔던 아이들 모습에 내가 보인다.

<꿈꾸는 섬>을 보면서 내 고향이 떠올랐다. 내 고향도 섬인데 젊은이들이 다 떠나버린 그 곳엔 지금 노인들만 남아 있다. 몇 십년이 흐른 뒤 내 고향은 어떻게 될까...

열 편의 이야기를 싣고 있는 이 책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당장 쌀이 떨어져 배고프고 힘들지만, 별처럼 어두울수록 더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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