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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 돌고래도 모르는 수족관의 비밀
나카무라 하지메 지음, 황혜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참 재밌게 읽은 책이다. 수족관의 유리는 아크릴인지 강화유리인지, 그 크고 넓은 유리를 어떻게 운반했을지에 관해서 부터 수조의 물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수조의 물은 왜 파랗게 보이는지, 동물들이 먹는 사료의 값은 얼마나 드는지, 사육사는 무슨 일을 하고, 동물을 어떻게 조련하는지, 똑같이 생긴 돌고래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등...수족관의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예전에 오빠가 수족관을 두 세개를 사서 열대어를 기른 적이 있었다. 하나는 제법 큰 수족관이었고, 나머지 두개는 자그마한 것이었는데 수족관의 물고기가 움직이는 것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고 심심하지가 않았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열대어들이 잘 있나 살펴보았고, 혹시 하루나 이틀 집을 비우기라도 하게되면 걱정이 앞서곤 했다.
주말이면 오빠와 함께 수족관을 청소하는데 네 다섯시간이 걸리는 수조청소를 하고 나면 허리가 뻐근하곤 했다. 그럴때면 왜 이렇게 귀찮은 것을 하나 싶다가도 물을 채우고 열대어들을 풀어놓으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수족관의 수초나 열대어들은 오빠의 생각에 따라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를테면 열대어 책을 펴놓고 이번에는 엔젤피쉬를 키워볼까, 아님 세베럼? 구피는 어떨까, 네온 테트라도 몇마리 키우고....하는 식이었다. 열대어를 너무 많이 사가지고 왔을때는 일부를 화장실에 넣고 물을 내리는 광경을 보기도 했는데 나는 생명이 있는 것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행동에 경악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씩 성격이 거친 열대어들이 순한 열대어를 괴롭혀서 스트레스로 죽은 것을 보게 되면 수족관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겨울에는 적정수온을 위해 히터도 달아주었는데 이것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 중에서는 일주일마다 알을 낳는 종이 있어서 따로 관리하는 것도 꽤나 힘이 들었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지방에 일이 있어서 내려갔다 오니 히터가 잘못되었는지 모든 열대어들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 후 수족관을 없앴고, 다시는 생명있는 것들을 쉽게 키우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지금도 식물은 키우지만 절대로 동물을 키우진 못하겠다.
이렇게 작은 수족관을 관리하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수족관을 수십만 종의 동물들의 특성에 맞게 환경을 관리하는 일은 얼마다 어려울까 싶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었던 수족관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숨어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입장료가 비싼 이유에 머리가 끄덕거려지며, 수족관에서의 사진촬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는 이 책에 고마움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나면 수족관이 달리 보일 것이다. 예전엔 그냥 스쳐지나갔던 모든 것들이 다시 찾은 수족관에선 하나 하나 허투로 보이지 않을 것도 같다. 여러 사진들과 질문에 대한 답의 형식을 갖춘 설명들은 이 책을 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나눠줄것이다. 어쩌면 수족관에 가자고 조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