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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에리송은 과연 옳았을까? - 뜨로띠 뜨로따
디안 바르바라 지음, 피에르 코르뉘엘 그림, 류재화 옮김 / 토마토하우스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어떤 분이 이 책을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고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곁을 살짝 지나가다 흘깃 보았는데 그림이 너무 괜찮아서 그 자리에 딱 멈추고 말았다. 그 분이 세 권을 고르고 나머지 두 권이 내 차지가 되었다. 그냥 그림이 깔끔하게 인쇄되어 그림에 반해서 고른 이 책은 보통 하드커버로 나오는 그림책에 비해 표지도 내지와 같은 두께로 얇은 종이로 구성되어 있다. 책꽃이에서 펼쳐 보기 전에는 얇아서 눈에 띄지도 않을 책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선명한 그림에 눈길을 빼앗기고야 만다. 그런데 그림이 다가 아니다. 내가 열광하게 된 이유는 책 날개 부분에 꽃혀진 주인공 고슴도치의 그림때문이다.
어렸을 적 우리가 종이 인형놀이를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처럼 주인공 고슴도치 릴리 에리송이 따로 명함꽂듯이 꽂혀있다. 그것을 빼내어 각 페이지 마다 손으로 만져보면 절개된 부분이 있다. 그 사이로 넣어서 다음 장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나도 처음에 보고 그 신선한 아이디어에 깜짝 놀랬는데 내 아이의 반응은 더 열렬했다. 잠자리에서 그냥 한번 보고 말려고 했는데 신이 난 아이는 한 시간이 지나도 그치지 않고 책장을 넘기고 또 넘겼다. 겨우 겨우 내일 하자고 달래고 달래서야 그만 두게 되었다. 사실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누가 이런 생각을 하겠는가. 입체북보다도 간단하면서도 입체북은 그냥 만들어진 상태를 보기만 하지만 이 책은 자신이 이곳 저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으니 아이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니 재미가 더 할 수 밖에...아이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고 결국 뜨로띠뜨로따시리즈 5권을 구입하게 되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릴리 에리송은 주어진 대로 남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 것을 충분히 즐길 줄 아는 고슴도치다. 그 모습이 부모의 눈에는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엄마는 릴리 에리송의 공책을 보고나서야 이해를 하게 된다. 엄마의 격려의 글까지 읽게 된 릴리 에리송은 참 행복했으리라.
내용도 괜찮고 책의 구성도 좋다. 다만 한가지 흠이 있다면 낱개로 된 그림을 절개선 사이로 빼고 넣는 과정에서 쉽게 찢어진다는 것이다.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면 책이 찢어질터이니 코팅을 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나는 따로 문방구에 가서 이것들을 코팅할 계획이다. 이런 번거러움까지 해결해서 나오면 더욱 빛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