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밤이 좋아요 꼬마야 꼬마야 13
마이클 두독 데 비트 지음, 배소라 옮김 / 마루벌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여름날 밤이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멍석을 들고 바닷가로 나갔다. 삶은 옥수수와 고구마, 감자, 강냉이 등을 가지고 바닷가 선착장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마을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도 알게 되었고, 낮에 놀던 친구들과 밤에도 또 놀게 되니 신이 났다. 들어왔다 밀려가는 파도소리, 쏟아질 듯한 별들, 건너편 섬마을의 불빛도 반짝거려서 환상적인 느낌을 받았었다. 밤이 이슥하면 어른들은 들어가는데 아이들은 그대로 머물러 자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두 오빠와 함께 자갈밭위에서 자다가 아침이 되면 일어나 집으로 갔었다. 다른 때는 밤에 어딜 나가는 것이 두렵고, 특히 우리집 아랫 집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수년이 지났지만 그 할머니 귀신이 나타날까봐 무서워서 달려오곤 했었다. 그런데 오빠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보내는 밤은 달랐다. 동네 조무래기들 중에서 일부는 밤에도 수영을 하곤 했었는데 밤 바다 위에 몸을 맡기고 마치 바닷물 위에서 잠을 자는 듯한 모습에 매료당하곤 했었다. 이렇게 여름밤은 꿈속인양 환성적인 세계를 열어 주었었다. 

<이제 밤이 좋아요>를 보니 유년시절 여름 밤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꼬마 비버가 밤이 무서운 것처럼 나도 밤이 무서웠지만 친구비버들처럼 내겐 오빠들이 있어서 밤이 무섭지 않았던 것 같다. 둥그런 달이 뜬 저녁, 숲에도 들어가 보고  커다란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네 마리 비버들의 모습이 하나의 풍경처럼 여유롭다. 물장난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꼬마 비버에겐 밤이 더이상 무섭지 않고 즐거운 시간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살배기 아이부터 예닐곱살까지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글이 적긴 한데 그 내용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네 살 이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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