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아, 뭐하니? - 움직이는 그림책
루퍼스 버틀러 세더 지음 / 웅진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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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책들을 살펴보면 참 다양하기도 하지만 종이가 아닌 다른 소재를 결합하여 좀 더 독특한 느낌을 주는 책들도 많다. 그런 책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책은 보고 읽는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가지고 노는 놀잇감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 책은 그 다양한 소재 중에서 보기 드물게도 필름을 이용한 책이다. 필름이 한 장이 아니라 세로로 여러장 잘라서 가로로 엮어 책장을 조금 흔들면 동물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기타 다른 책들 중에 가장 신선한 느낌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제목 '동물들아, 뭐하니?' 처럼 매 페이지마다 '동물들' 이 들어가는 자리에 말이, 닭, 개, 고양이가, 독수리, 침팬지, 나비, 거북이가 들어간다. '뭐하니?' 하는 질문에  '따가닥 따가닥 달려요', '쫑쫑쫑쫑 걸어요' 등의 답이 나온다. 이렇게 간단하게 묻고 답하는 식이다.

동물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도 있고, '따가닥따가닥, 쫑쫑쫑쫑, 성큼성큼, 푸울쩍, 훨훨, 흔들흔들, 어푸어푸'  등의 의태어가 주는 재미도 맛볼 수 있으니 달리고, 걷고, 뛰어오르고, 날고, 매달리고, 헤엄치는 개념도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선 "아기야 뭐하니?"라는 질문에 아기가 앞에 나왔던 동물들의 모양을 흉내내는 것이 보인다. 말처럼 따가닥 따가닥 달리는 동작, 나풀나풀 나는 동작 등이 그려져 있어 다 보고 난 다음엔 아이와 함께 몸동작을 따라해보는 것도 즐겁다.

좀 특별한 책을 찾는 부모들에게, 아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세살배기 우리 아이가 참 좋아하는데 세살 이상 다섯살까지의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고, 그 이상의 나이엔 필름의 움직임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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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오누이 원숭이 오누이
채인선 글, 배현주 그림 / 한림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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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무엇보다 그림이 중요하다.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글을 읽어도 그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쉽게 이미지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엔 그림이 그 모든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세살배기 내 아이도 글보단 그림이 먼저다.
어떤 책은 사놓고 글을 읽어준 적도 없다.
내가 그 책을 꺼내 읽어볼라치면 아이는 틈을 주지 않고 빼앗아 자기가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참 그림이 명랑하다.

형제였다면, 누나와 남동생이였다면 오빠와 여동생이라는 설정보단 맛이 덜했을 것 같다.
나도 오빠 둘을 두었기 때문에 이 그림책을 통해 어린시절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 아이들의 이름은 손이와 온이이다.
손이가 오빠고 온이는 동생이다.
동생 온이는 오빠 손이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온이는 오빠 하는 대로 무엇이든 따라한다.
오빠가 책 읽으면 "나도!", 옷을 갈아 입으도 "나도!", 화장실 가면 "나도!", 게임을 하면 "나도!".
오빠가 새 운동화를 신으면 "엄마, 나도 저거!" 했다.

따라쟁이 온이가 오줌누는 오빠를 따라하는 장면이 재밌다.
어려서 나도 오빠들이 하는 대로 무척이나 따라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까지 오줌도 서서 눴다.
선생님이 지나가다, 서서 오줌을 누는 나를 보고 여자는 앉아서
눠야 한다고 말씀하시기전까지는 내가 여자인지도 몰랐다는...


온이가 가장 잘 따라하는 것은 '현관에서 신발신기'다.
손이를 따라가려는 것이다.
친구들하고만 놀고픈 손이의 마음을 온이가 어찌 알까.
안다손 치더라도 어떡해. 오빠랑 놀고 싶은데...
손이 친구들은 온이를 원숭이 동생이라고 놀리고...

오늘은 태권도 학원에서 바닷가 가는 날이다.
친구들끼리만 가려고 했는데 온이는 벌써 가방을 둘러메고 먼저 집을 나선다.
할 수 없이 동생을 데리고 버스에 올랐지만 표정이 안좋다.

수영복을 갈아입은 아이들은 물로 뛰어들고, 온이도 급하게 따라가는데
손이는 꼼짝말고 여기 있으라는 말을 남기며 친구들에게 가버린다.
원숭이 동생이 또 따라오겠지 생각하고...

정신없이 노는데 친구들이 온이가 안보인다며 찾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오빠를 훔쳐보고 있을 온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손이는 전혀 걱정되지 않지만 터벅 터벅 찾아나선다.
그런데 여기도 없고, 저기도 없네.

그때 좀 떨어진 곳에서 아이가 물에 빠졌다는 소리가 들리고,
가슴이 철렁해진 손이는 엉엉 울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는데 누군가 손이처럼 울면서 오는 아이가 있었느니 쳐다보니 동생 온이다.

손이는 다짜고짜 온이를 야단치고, 온이는 꼼짝말고 그 자리에 있었는데 오빠에게 야단맞자 분이 가시지 않는다.
다시는 오빠를 안 따라 다닐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저 멀리 혼자 달려간다.

온이를 따라 손이가 뛰어가고 온이는 자신을 따라 달리는 손이를 보고 원숭이 오빠라고 놀린다.
그 뒤를 친구들이 따르며 원숭이 오누이라고 놀린다.

동생은 누구나 형이나 오빠를, 누나를 닮고 싶다.
동생에겐 형이 역할모델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도 오빠들을 열심히 따라했고, 조카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 <오빠, 혼자 가지마>라는 오누이를 소재로 한 책도 떠오른다.

어쩌면 이 책은 뻔한 구성과 결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치있는 그림이 글을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깔끔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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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이형진 그림, 현덕 글 / 한길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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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근처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동화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알차게 짜여진 커리큘럼 덕에 5개월동안 동화의 맛을 두루두루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초창기의 동화작가의 작품을 만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익히 명성은 알고 있지만 작품은 접한 적 없는 방정환 선생님의 '만년 샤쓰', 그리고 월북작가인 현덕 선생님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나비를 잡는 아버지'같은 경우는 바우의 억울한 심정이 내내 가슴에 남아서, 처지때문에 자식을 대신해 나비를 잡아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이 너무도 안타까워서 며질동안 마음 가득 소용돌이 치는 감정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덕 선생님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니 '나비를 잡는 아버지'와는 다른 아이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노마 시리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노마 시리즈는 작품을 발표할 때와는 시대가 많이 변한 오늘 접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너무도 잘 표현한 것 같다. 



노마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잘 사는 집 아이 기동이와 세 친구 노마, 똘똘이, 영이의 이야기다. 기동이는 항상 먹을 것이나 장난감 등 가진 것이 다른 친구들보다 많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먼저 나눠주진 않는다. 친구들이 먹고 싶어하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친구들 앞에서 더 맛있게 혼자만 먹는다. 마침내 똘똘이가 기동이의 턱 밑에 손을 벌리고 "나 하나만. 그럼 나 너하고만 놀게"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동이는 선뜻 과자 하나를 주고 그걸 본 영희도 노마도 기동이 턱 밑에 손을 벌린다.




과자도 많고, 자기하고만 놀 사람도 많은 기동이는 호기스럽게 골목을 나간다. 그 뒤를 똘똘이가, 영희가, 노마가 따른다. 과자를 다 먹은 친구들은 다시 기동이 턱 밑에 손을 벌리고 "생전 너하고만 놀게"라고 말한다. 기동이는 과자를 하나씩 준다. 다시 기동이가 앞서고 친구들은 뒤따른다. 나눠준 과자를 다 먹은 친구들, 기동이마저 과자를 다 먹어 모두 똑같아진다. 



그래도 기동이는 호기스럽게 걷는다. 생전 자기하고만 놀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생전 기동이하고만 놀겠다던 친구들은 더이상 따라가지 않는다. 혼자가 된 기동이는 똘똘이, 영이, 노마를 보고 소리친다. "너 생전 나하고만 논댔지?"

그냥 글로만 접했을 때보다 익살스런 그림이 더해져서 글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기동이를 닮은 친구는 어디에나 있다. 나도 기동이가 된 적도 있었고, 똘똘이가 된 적도 있었다. 혼자 친구들 앞에서 냠냠 맛있게 먹는 기동이의 마음도 이해되고, 과자가 먹고 싶은 친구들의 마음도 잘 표현되어 있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구성과 지켜지지 않은 유쾌한 결말이 아이들의 마음에 웃음의 씨앗을 심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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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
유리 슐레비츠 지음,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구판절판


고요하다. 싸늘하고, 촉촉하다

촉촉하면서도 따스함이 감도는 그림과 정갈한 글로 구성되어 있는 유리 슐레비츠의 <비오는 날>을 접하고 그 느낌에 반하여 이 책을 찾게 되었다. 마치 망원경으로 살펴보듯, 눈동자를 표현한 듯 둥그런 프레임 속에 가둔 새벽 정경은 그대로 액자속의 풍경인양 고요하다. 틀이 주어져 있어 보는 이의 위치는 외부에서 관찰하는 시선으로 그림을 들여다 보게 하고, 그림 세상은 마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그림도 어느 곳에 시선을 두는 가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호숫가 나무에 시선을 두는가 싶더니 이내 나무 아래의 할아버지와 손자로 이동한다. 각각의 프레임은 그 크기를 달리하여 그림 안의 세상도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새벽 그 푸른 어스름 속에서 달빛은 바위와 나뭇가지를 비추고, 이따금 나뭇잎 위로 부서진다. 산은 어둠 속에서 말없이 지키고 있다. 새벽이란 시간은 빛과 어둠이 서로 공존하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달빛은 그대로 호수에 반사되고,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을 듯 하지만 실바람에 그만 호수는 몸을 떤다. 느릿하게, 나른하게,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새벽은 고요한 듯 싶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음을.. 다만 소리가 잠들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외로운 박쥐 한마리, 소리없이 허공을 맴돌고, 개구리 한 마리는 물로 뛰어든다. 개구리 입수 소리마저 조용히 삼키는 듯하다.

어디선가 들리는 새 소리에 잠이 깬 할아버지는 손자를 깨운다.

이 책에서 가장 주의를 끈 점은 할아버지와 손자의 표정이다. 할아버지는 시종일관 조용한 미소를 띄고 있으며 정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손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다.아마도 잠이 없는 할아버지와 잠이 덜 깬 손자의 모습을 그려낸 것도 같다.

호수에서 물을 길어와 조그만 모닥불을 피운다.

담요를 개고

낡은 배를 물 속으로 밀어넣는다.

배가 호수 한가운데로 고즈넉이 나아간다.

산과 호수는 초록이 된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프레임을 벗어난 순간이다.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순간, 독자들과 그림 세계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다.

동양적인 정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리 슐레비츠가 중국의 한시에서 영감을 얻어 이 그림책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들이 낯설지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새벽의 미세한 변화를 보여주는 그림들과 군더더기 하나 없는 글은 정갈한 느낌을 준다. 새벽을 물러나게 하는 빛은 또 얼마나 신비하고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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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왜 집을 지고 다닐까요?
브리기테 라브 지음, 마누엘라 올텐 그림, 송경희 옮김 / 계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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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다보면 참 궁금해지는 것들이 많다. 어려서는 바닷물은 왜 짤까? 파도는 왜 칠까? 폭풍은 어디서 불어오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친구들은 시험공부를 얼마나 했을까? 부모님은 왜 잔소리를 할까?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할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 걸까? 로 발전하다가 요즘은 왜 영어를 써먹지도 않을거면서 저리도 매달리나까지 끊임없이 '왜?'는 나를 따라다닌다.

이 그림책은 이렇게 궁금한 것 중에 7가지를 뽑아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고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여러 사물에 대해 알려주어야 하는데 가끔 막힐 때가 있다. 그럴때면 적당히 둘러대는데 그러고 나면 영 기분이 찝찝하고 마음에 걸린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가끔 질문을 던지면 의외의 대답으로 웃음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면 같이 답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책의 첫 질문을 살펴보면, '곰은 왜 겨울잠을 잘까요?'란 질문이 던져졌고, 눈오는 날 곰이 외투를 입은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은 '곰한테는 맞는 큰 겨울 외투가 없으니까 그렇지요. 외투를 입지 않으면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어요.'다 과연 맞는 답일까? 다음 페이지를 보니 남자 아이가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겨울에는 곰이 먹이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가을에 먹이를 많이 먹어 둔답니다. 그런 다음 굴 속에 들어가 잠을 자면서 겨울을 보내는 거예요." 라는 정답을 가르쳐 준다.

이런 식으로 나머지 페이지도 질문과 답이 나와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우리가 흔히 쉽게 넘기고 마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전해줌으로써 아이들에게 더 많은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고, 그 호기심에 대한 충족은 주변 사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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