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이형진 그림, 현덕 글 / 한길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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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근처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동화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알차게 짜여진 커리큘럼 덕에 5개월동안 동화의 맛을 두루두루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초창기의 동화작가의 작품을 만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익히 명성은 알고 있지만 작품은 접한 적 없는 방정환 선생님의 '만년 샤쓰', 그리고 월북작가인 현덕 선생님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나비를 잡는 아버지'같은 경우는 바우의 억울한 심정이 내내 가슴에 남아서, 처지때문에 자식을 대신해 나비를 잡아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이 너무도 안타까워서 며질동안 마음 가득 소용돌이 치는 감정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덕 선생님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니 '나비를 잡는 아버지'와는 다른 아이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노마 시리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노마 시리즈는 작품을 발표할 때와는 시대가 많이 변한 오늘 접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너무도 잘 표현한 것 같다. 



노마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잘 사는 집 아이 기동이와 세 친구 노마, 똘똘이, 영이의 이야기다. 기동이는 항상 먹을 것이나 장난감 등 가진 것이 다른 친구들보다 많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먼저 나눠주진 않는다. 친구들이 먹고 싶어하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친구들 앞에서 더 맛있게 혼자만 먹는다. 마침내 똘똘이가 기동이의 턱 밑에 손을 벌리고 "나 하나만. 그럼 나 너하고만 놀게"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동이는 선뜻 과자 하나를 주고 그걸 본 영희도 노마도 기동이 턱 밑에 손을 벌린다.




과자도 많고, 자기하고만 놀 사람도 많은 기동이는 호기스럽게 골목을 나간다. 그 뒤를 똘똘이가, 영희가, 노마가 따른다. 과자를 다 먹은 친구들은 다시 기동이 턱 밑에 손을 벌리고 "생전 너하고만 놀게"라고 말한다. 기동이는 과자를 하나씩 준다. 다시 기동이가 앞서고 친구들은 뒤따른다. 나눠준 과자를 다 먹은 친구들, 기동이마저 과자를 다 먹어 모두 똑같아진다. 



그래도 기동이는 호기스럽게 걷는다. 생전 자기하고만 놀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생전 기동이하고만 놀겠다던 친구들은 더이상 따라가지 않는다. 혼자가 된 기동이는 똘똘이, 영이, 노마를 보고 소리친다. "너 생전 나하고만 논댔지?"

그냥 글로만 접했을 때보다 익살스런 그림이 더해져서 글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기동이를 닮은 친구는 어디에나 있다. 나도 기동이가 된 적도 있었고, 똘똘이가 된 적도 있었다. 혼자 친구들 앞에서 냠냠 맛있게 먹는 기동이의 마음도 이해되고, 과자가 먹고 싶은 친구들의 마음도 잘 표현되어 있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구성과 지켜지지 않은 유쾌한 결말이 아이들의 마음에 웃음의 씨앗을 심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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