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오누이 원숭이 오누이
채인선 글, 배현주 그림 / 한림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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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무엇보다 그림이 중요하다.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글을 읽어도 그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쉽게 이미지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엔 그림이 그 모든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세살배기 내 아이도 글보단 그림이 먼저다.
어떤 책은 사놓고 글을 읽어준 적도 없다.
내가 그 책을 꺼내 읽어볼라치면 아이는 틈을 주지 않고 빼앗아 자기가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참 그림이 명랑하다.

형제였다면, 누나와 남동생이였다면 오빠와 여동생이라는 설정보단 맛이 덜했을 것 같다.
나도 오빠 둘을 두었기 때문에 이 그림책을 통해 어린시절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 아이들의 이름은 손이와 온이이다.
손이가 오빠고 온이는 동생이다.
동생 온이는 오빠 손이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온이는 오빠 하는 대로 무엇이든 따라한다.
오빠가 책 읽으면 "나도!", 옷을 갈아 입으도 "나도!", 화장실 가면 "나도!", 게임을 하면 "나도!".
오빠가 새 운동화를 신으면 "엄마, 나도 저거!" 했다.

따라쟁이 온이가 오줌누는 오빠를 따라하는 장면이 재밌다.
어려서 나도 오빠들이 하는 대로 무척이나 따라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까지 오줌도 서서 눴다.
선생님이 지나가다, 서서 오줌을 누는 나를 보고 여자는 앉아서
눠야 한다고 말씀하시기전까지는 내가 여자인지도 몰랐다는...


온이가 가장 잘 따라하는 것은 '현관에서 신발신기'다.
손이를 따라가려는 것이다.
친구들하고만 놀고픈 손이의 마음을 온이가 어찌 알까.
안다손 치더라도 어떡해. 오빠랑 놀고 싶은데...
손이 친구들은 온이를 원숭이 동생이라고 놀리고...

오늘은 태권도 학원에서 바닷가 가는 날이다.
친구들끼리만 가려고 했는데 온이는 벌써 가방을 둘러메고 먼저 집을 나선다.
할 수 없이 동생을 데리고 버스에 올랐지만 표정이 안좋다.

수영복을 갈아입은 아이들은 물로 뛰어들고, 온이도 급하게 따라가는데
손이는 꼼짝말고 여기 있으라는 말을 남기며 친구들에게 가버린다.
원숭이 동생이 또 따라오겠지 생각하고...

정신없이 노는데 친구들이 온이가 안보인다며 찾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오빠를 훔쳐보고 있을 온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손이는 전혀 걱정되지 않지만 터벅 터벅 찾아나선다.
그런데 여기도 없고, 저기도 없네.

그때 좀 떨어진 곳에서 아이가 물에 빠졌다는 소리가 들리고,
가슴이 철렁해진 손이는 엉엉 울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는데 누군가 손이처럼 울면서 오는 아이가 있었느니 쳐다보니 동생 온이다.

손이는 다짜고짜 온이를 야단치고, 온이는 꼼짝말고 그 자리에 있었는데 오빠에게 야단맞자 분이 가시지 않는다.
다시는 오빠를 안 따라 다닐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저 멀리 혼자 달려간다.

온이를 따라 손이가 뛰어가고 온이는 자신을 따라 달리는 손이를 보고 원숭이 오빠라고 놀린다.
그 뒤를 친구들이 따르며 원숭이 오누이라고 놀린다.

동생은 누구나 형이나 오빠를, 누나를 닮고 싶다.
동생에겐 형이 역할모델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도 오빠들을 열심히 따라했고, 조카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 <오빠, 혼자 가지마>라는 오누이를 소재로 한 책도 떠오른다.

어쩌면 이 책은 뻔한 구성과 결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치있는 그림이 글을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깔끔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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