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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최영대 ㅣ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평점 :
초등학교 1학년때 나보다 한 살이 많은 반 친구 은주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친구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라 보였고, 그래서 우리들은 은주를 괴롭혔다. 놀려대기도 하고, 싫어하는데도 우리끼리 역할을 만들어 놓고 그 아이를 강제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 친구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던 모습이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기억이 생생하다. 왜 그랬을까. 분명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통하여 느끼는 희열이 있어서 그것을 멈출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여러 아이들에게 모자란 아이로 놀림을 받았고, 우리는 암묵적으로 그 친구를 괴롭히는 것에 대해 당연시 하였다.
<내 짝꿍 최영대>도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 즉 '왕따'를 다룬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날마다 가야하는 공간,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시간으로 집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공간으로 아이들은 누구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책은 서술자인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느 날 헐렁한 옷에 다 헤어진 운동화를 신고, 씻지도 않았는지 냄새가 나는 한 아이가 전학을 온다. 이름은 최영대. 씻지도 않았는지 냄새가 나고 뭐든지 느릿느릿, 항상 조용한 그 아이를 반 아이들은 바보 굼벵이라고 놀린다.
어느 누구도 짝이 되려하지 않아 맨 뒤에 혼자 앉아 있는 영대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 말을 하지 않고 지내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몇 안된다고 한다.
반 아이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영대를 괴롭힌다. 화장실이 더러운 것은 영대때문이라며 날마다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가 하면 뭔가가 없어서도 영대가 가져간 것이라며 영대의 가방을 헤집어 놓는다. 영대는 반 아이들의 공공의 적이 된다.
한 번은 남자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영대를 때리기도 했다. 이를 말리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피해자 영대 대 가해자 남자아이들의 대립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 이를 말리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존재한다.

학교를 벗어나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은 한껏 즐거워하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누군가가 방귀를 뀐다. 방귀를 뀐 아이가 엄마 없는 굼벵이 바보 영대라고 지목하고, 지목당한 영대는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누구도 예기치 않았던 영대의 슬프고도 괴로운 울음. 아이들과 선생님은 당황한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은 듯, 그동안 받은 설음을 토해내듯 영대의 울음은 계속되고, 아이들은 울면서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께"하며 사정을 한다.
결국 반 아이들과 선생님까지 모두 울고 만다. 대립각을 세웠던 반 아이들 대 영대의 갈등이 급격하게 해소되는 장면이다. 이 후의 내용은 어쩌면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해피엔딩의 결말으로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이야기도 상당히 흡인력이 있지만 그림이 주는 정서적인 느낌 역시 크다고 본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정감이 잘 살아나는 수묵담채의 그림이 이야기와 잘 어우러진 듯 하다. 갈등의 공간인 학교를 떠나 수학여행지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괜찮은 설정인 것 같다.
아이들이 우는 대목에서 나도 울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내 마음 속엔 은주에게 대한 미안함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당연하다. 은주에게 직접 사과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은주야, 어디에서 살고 있니?, 정말 미안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