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달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4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외 지음, 이연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구판절판


세살배기 내 아이는 올빼미형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블록쌓기, 퍼즐, 스티커놀이, 종이 인형놀이, 전화놀이, 찢기 놀이....
아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놀이를 찾아낸다.
아이와 달리 아침형 인간인 나는 늦은 밤이 고역이다.
열두 시가 다가오면 아이에게 이제 불을 끌테니 작은 불을 켜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아쉬운 표정을 짓거나 내 말을 못들은 척 하며 놀이를 계속한다.
그럴때면 어쩔 수 없이 엄포를 놓는다. 그럼 오늘은 "책 안읽어 줄거야".
아이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불로 달려간다.

<잘자요, 달님>을 처음 본 바로 그 순간 반하고야 말았다. 어쩌면 이렇게 예쁜 책이 있을까.
작은 크기에 초록과 대비되는 선명한 주황색, 반복되는 ’잘자요’라는 말이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다.
’아! 아이도 틀림없이 좋아할꺼야’. 아이는 내 예상처럼 몇 번이고 읽어달라고 했고, 그림을 보며 너무도 좋아했다.
그림책의 묘미중의 하나인 숨은 그림찾기가 이 책에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표지를 넘기면 노란 면지가 산뜻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오고 속표지를 넘기면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 속에나 나올만한 커다란 초록방. 그 안에 아기 토끼가 바닥과 같은 색인 주황 침대에 초록 이불을 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창밖엔 별들이 가득한 걸로 보아 시간은 저녁이란 것을 알 수가 있다. 가만히 보면 두 개의 시계가 7시를 가리키고 있다.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의 장작불을 보니 겨울인 듯 싶다. 귀를 기울이면 ’파닥파닥’ 하는 소리가 날 것도 같다.
겨울이라서 7시인데도 밖이 깜깜한가 보다. 추운 밖의 날에 비해 너무도 아늑해 보이는 방이다.
벽난로 옆에는 장작이 놓여있고, 가만히 보면 회색의 생쥐가 보인다.
이 생쥐가 앞으로 어디로 돌아다니는지 찾아보자.
벽에는 그림이 있고, 빨간 풍선이 둥둥 떠있다. 협탁 위에는 전화기와 책, 시계가 놓여 있다.
책 제목이 <굿나잍 문>이다.^^

벽에 걸려 있던 그림이다.
그림 속에서는 암소가 달을 뛰어 넘고, 의자에 앉아 있는 곰 세마리.

그림책 속에 또 다른 그림이 있는 것도 재미난다. 자세히 보면 세마리 곰이 있는 그림 속에 달을 뛰어넘는 암소의 그림이 또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그림작가는 자신의 그림 속에 여러가지 것들을 숨겨 놓고 한 번 찾아보라고 하는 것 같다. 아마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림책의 깊이가 달라지지 않을까.

앞의 그림이 선명한 색상이었던 반면에 회색톤은 밤과 닮아 있고,
왠지 차분한 분위기가 난다.
이 책은 이렇게 컬러면과 흑백면이 서로 교대로 반복되고 있다.


벽난로를 중심으로 시선은 왼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보이고 빨래대위에는 양말과 장갑이 널어져 있다.
오늘 낮에 추운 밖에서 즐겁게 뛰어 놀았겠지.
노란 흔들의자엔 누가 금방까지 있었던 걸까?
초록색 뜨개질 거리가 놓여 있다.


시계를 보니 그동안 10분이 흐른 것을 볼 수 있다.
컬러면의 시ㄱ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물건들이 보이고,
뜨개질의 주인공인 토끼 할머니가 보인다.
할머니는 "쉿"하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다.
누구에게?

잘 자요. 초록방

초록방 전경이 모두 드러난 그림이다.
내용을 보니 할머니는 아기토끼에게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들라고 했나 보다.
할머니 위쪽 벽엔 낚시질 하는 토끼 그림이 보이고 창문엔 달님이 떠오르고 있다.
달님이 떠오르면서 창문 밖의 색상이 변해가는 것과 스탠드의 불빛이 반사되는 모습도 주목해보자.

잘 자요, 달님
잘 자요, 달을 뛰어넘는 암소

사실 이 책에서 맘에 썩 들었던 점 중의 하나가 달을 뛰어넘는 암소이다.
왠지 무슨 뜻이 숨어있을 것만 같다. '암소가 달을 뛰어 넘고 개가 사람처럼 웃는다'라는 <헤이 디들 디들>이란 노래가 있다고 하는데 거기서 따왔을까?

잘 자요, 스탠드
잘 자요, 빨간 풍선
잘 자요, 작은 곰들
잘 자요, 의자들

우리 아이가 아기 토끼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더니 곰 그림을 보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제서야 아기 토끼가 잠자리에 들기전에 방안의 물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방안이 어두워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잘 자요, 아기 고양이들
잘 자요, 벙어리 장갑

잘 자요, 작은 집
잘 자요, 생쥐

잘 자요, 아무나
잘 자요, 옥수수죽

잘 자요, 별님들
잘 자요, 먼지

아기토끼의 인사는 계속된다.


잘 자요, 시계
잘 자요, 양말

아마도 시계는 잠들지 못할 것 같다. ^^
쥐는 어디에 있을까. 책장 위에 있다. 내 아이는 쥐를 찾아다니며 매우 즐거워했다.
무릎을 안고 있는 아기 토끼의 모습이 자기 싫은 것도 같다.
유난히 방이 넓어 보이고 할머니와 손자의 거리도 멀어만 보인다.

잘 자요, 빗
잘 자요, 솔

"쉿"하고 속삭이는 할머니도 잘 자요

잘 자요, 소리들

고양이들도, 아기토끼도 잠이 들었다.
방 안은 점점 어두워지고 창문 밖은 점점 밝아지고 있다.
시간을 보니 8시 10분이다.
역시 시계는 잠들지 못했나 보다^^
활활 타고 있는 벽난도와 장난감 집의 불빛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그런데 생쥐는 어디 있지? 잠들었나?
아니다. 창턱에 올라 창밖의 달님을 바라보는 듯 하다.


우리 아이와 여러번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한구절 읽고 나면 아이가 다음 구절을 뱉는다.
우리는 정답게 주고 받는다. 아이가 글자를 읽지는 못하지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문장때문에
저절로 외워지는 것 같다.

책을 덮고나서 불을 끄고 오늘 아이가 접했던 것들에게 나도 인사를 해준다.
잘 자요, 그네
잘 자요, 도서관
잘 자요, 쿠키
잘 자요, 빠방
.........

그러면 저절로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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