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고릴라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13
조은수 글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10월
품절


이 책은 참으로 독특하다.
다른 책의 소개글을 통해 보게 되었는데 읽고 나서도 한참동안이나 마음이 짠한 기분이 들었고, 서평을 남기는데 시간이 걸렸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그냥 고릴라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고릴라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그냥 고릴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위기의 고릴라를 다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지식그림책이라는 문패를 달았으니 당연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주 목적이겠으나 이 책은 정보전달 그 이상의 어떤 것이 있다. 마음을 울린달까.

방금 태어나 엄마 배 위에 가만히 있는 아기 고릴라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소리를 듣는 걸까?
엄마의 미소와 아기 고릴라의 모습을 보니 아이를 출산했을 때가 떠오른다.

고릴라는 아프리카의 울창한 숲에서 산다. 하루 종일 누워서 뒹굴거나 엉겨 붙어 놀거나 우적우적 먹는다. 남을 괴롭히는 일도 없고, 누굴 잡아 먹지도 않는다.
고릴라는 풀과 과일을 좋아하며 썩은 나무도 잘 먹고, 자기가 싼 똥을 먹기도 한단다.
똥에 남은 영양분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무타기를 하는 고릴라의 모습이 귀엽다. 아기 고릴라가 벌써 이렇게 자랐나보다.
고릴라는 행복을 느낄때면 노래를 부른다.

고릴라는 하루 종일 논다. 쪼르르 나무에 오르고, 와락 밀치고, 떼구르르 구리고, 술래잡기 등 목록이 끝이 없다. 어른 고릴라들은 쉬지 않고 우적우적 먹는데 하루에 먹는 양은 20킬로그램이 넘는다. 배불리 먹었으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린다.

쏴아쏴아 콰아콰아...
비가 내리면 고릴라는 가만히 앉아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엄마와 품에 안긴 아기의 모습이 정겹다.

고릴라는 원숭이 무리 가운데 가장 끈끈한 가족을 이루고 산다.
모두 역할이 정해져 있으며, 우두머리는 나이 든 수컷 고릴라이다.
수컷 고릴라는 12살 정도가 되면 등에 은백색 털이 난다. 그래서 은빛등이라 부르는데 은빛등은 힘은 세지만 부드럽다. 이동할 때에 무리 가운데서 가장 느리고 허약한 가족의 발걸음에 맞춰 주고, 어린것들의 장난도 참을 성 있게 잘 받아 준다.

고릴라 부모는 상냥하다. 엄마는 늘 아기를 업고 다니고, 은빛등 고릴라도 아주 부드럽게 아기 고릴라를 대한다.
누군가 귀찮게 굴면 싸우는 대신 벌떡 일어서서 "후후!" 소리치며 주먹으로 쿵쾅쿵쾅 가슴을 치며 상대방을 겁먹게 한다. 고릴라가 풀을 뽑거나 나뭇잎을 휙휙 내던지면 조심해야 한다.

우와 우와 무슨 일이지? 어른들이 온통 성이 나서 소리를 지른다.
웬지 불길하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나야, 아기 고릴라.
거꾸로 매달려 가는 아기 고릴라.
그런데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아프리카에선 고릴라 고기를 먹기도 하고, 고릴라 손을 부적으로 쓰기도 한단다.
돈벌이 수단으로 밀렵꾼들은 고릴라를 몰래 잡아 판다.
어린 고릴라 한 마리를 얻기 위해선 다른 고릴라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
왜냐하면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 어미들은 목숨을 내놓고 싸우기 때문이다.

아~~~~~~~~~~~ 슬퍼라

온통 캄캄해.
여기가 무서워.
날 좀 내보내 줘요. 제발.......

잡힌 아기 고릴라는 배를 타고 유럽이나 미국 같은 곳의 동물원에 팔려간다.
그런데 여행 도중 죽는 경우가 많다.
잡힐 때 겪었던 충격과 한꺼번에 가족을 잃은 슬픔이 너무 크기기 때문에 모든 의욕을 잃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다. 살아남아 동물원에 도착한 고릴라는 누구와도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고 점점 더 우울해지면서 목숨을 잃는 일도 많다고 한다.

어두침침한 색조가 말해주듯 고릴라의 모습이 너무도 슬퍼보인다.
고릴라는 가족을 이루고 사는 동물인데 어렸을 때 잡혀 온 동물원의 고릴라는 가족간의 접촉이 끊어지게 되어 다른 고릴라와 같이 살게 돼도 서로 만지지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놀이를 통해 어린 고릴라는 자신의 팔다리와 근육을 시험하고, 어떤 먹이가 좋은지 등등을 배우게 되는데 배울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면 그저 우두커니 있는 고랄라가 되고 만다.

하루 종일 동물원에 우두커니 앉아 엄마 배 위에서 듣던 심장 고동 소리를 그리워하고 있을 고릴라를 생각하니 울컥한다.

내 고향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아니라
풀 내음 가득한 숲이었는데.....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고릴라의 죽음은 아프리카의 비극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고릴라의 고향 땅 아프리카는 유럽 여러 나라에게 나라를 빼앗겨 온갖 괴로움을 당하다가, 식민지에서 독립한 뒤에는 나라 안의 전쟁으로 고통을 겪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대규모로 소를 기르기 위해 고릴라가 사는 숲을 베어내고 있으며, 돈이 아쉬워서 밀렵을 서슴치 않는다. 사람들조차 밥을 굶고 사는 마당에 고릴라의 목숨을 운운하는 건 사치스런 일처럼 들린다.
이제 아프리카에 고릴라는 몇 백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그림책치곤 내용이 너무도 절절해서 읽는 동안 문득 문득 가슴이 에렸다. 아이와 동물원에 가는 것을 즐기는 나는 생기없이 그저 축 늘어져 있는 동물들을 보며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런 사정을 외면하고 싶었다. 동물원이 없다면 살아생전 코끼리나 원숭이를 직접 볼 기회가 있겠는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동물원을 찾을 수 있을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고 싶은 욕구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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