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고 장면 장면이 각 인물을 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치밀한 구성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쩌면 내가 가해자나 피해자일 수도 있는 가정폭력과 아동 성폭력을 다뤄 여러가지 기억들과 사회 전반을 떠들썩 거리게 했던 뉴스들이 머리 속을 휙휙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엔 두 아이가 있다. 칼리와 페트라. 7살인 이 두 소녀는 어느 날 새벽 숲으로 사라진다. 칼리는 선택적 함묵증으로 3년 동안 말을 하지 않는 아이이고, 페트라는 영민한 아이였다. 하지만 시종일관 이야기는 칼리와 칼리의 오빠 벤과 엄마 안토니아, 그리고 페트라의 아빠 마틴, 부보안관 루이스의 시선으로 다뤄기고 있다, 페트라의 부분은 앞에 한 부분을 제외하곤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내내 페트라가 너무도 궁금했다. 왜냐하면 칼리는 가정폭력의 희생자로 나오니 페트라가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제법 분량이 많은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너무도 결말이 궁금하고, 페트라의 안부가 걱정이 되어 결말 부분을 몇 번이고 펼쳤다가 덮었다 하다가 페트라가 발견이 되는 부분부터는 범인이 누구인지 나름대로 추리해보곤 하였다. 그 결과 어렵지 않게 범인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바로 럭키라고 불리우는 청년. 그 청년이 왜 페트라에게 그랬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청년이 이야기의 중간에 굳이 나와야 할 필요가 없는데도 언급된 점이 마음에 걸렸었다. 

우리들은 사회적으로 보도되는 끔찍한 뉴스들을 접할 때면 가해자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에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반 사회적 행동을 보면서 뭔가 피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가해자를 동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가해자의 입장을 조금도 옹호하지 않는다. 가정폭력의 가해자 그리프와 성폭력의 가해자 럭키의 입장은 조금도 나와있지 않고, 그것을 겪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작가가 오랜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이어선지 각 인물들을 일인칭의 관점에서 쓰고 있지만 칼리의 경우는 선택적 함묵증을 지녀서 3인칭으로 서술하고 있다. 

정말 쉬지 않고 빠르게 전개되는 구성을 통해서 독자 역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으며, 각 인물들에게 감정이 쉽게 이입되는 경험을 하였다. 그리하여 마지막 책장을 덮은 다음에는 주인공들처럼 나도 극도의 피곤함이 덮쳤다. 소녀들의 엄마와 아버지가 된 것 같고 아이들이 제발 무사히 돌아오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곤 하였다. 다행이 작가는 커다란 상처로 남을 이야기마저 따뜻하게 결말을 내리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미국의 한 마을이라서 그런지 어떤 면에서는 우리와 정서가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 우리는 어떤 집에 가정폭력이 일어나도 그 가족의 문제로 치부하고 개입하려 들지 않는데 말이다. 칼리와 벤, 그리고 안토니아는 그리프의 알콜중독으로 인해 폭력을 당하고 있는데도 침묵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엄마의 침묵이 사실은 아이들에겐 계속적인 고통이었을 텐데도 말이다. 마지막에 그리프가 총에 맞아 죽었을때야 안토니아의 진정한 속마음을 읽어낼 수가 있었다. 오히려 그 장면에선 내가 충격을 받았다.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힘이 센 어른으로서 강압적으로 폭력을 쓰지는 않는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성폭력이란 문제에 있어서는 어떠한 대책도 사실 세울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 안토니아처럼 마틴처럼 나도 내 아이를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결혼을 앞 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할 것인지 잘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은 사랑의 힘으로 견딜 수 있고, 상처를 잊어갈 수 있음을 기억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