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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빌리러 왔어요 ㅣ 역사 속 우리 이야기 달마루 5
오진원 글, 정승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4월
책을 좋아하는 나는 일주일에 5일 정도 아이와 함께 도서관과 마을문고를 찾는다.
고향이 섬이라서 어린시절 책을 맘껏 읽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학교에 다니면서 학급문고에 꽂힌 책들을 통해 허기를 달랠 수가 있었지만,
방학때가 되면 왠지 모를 허전함에 친구네 집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빌려다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던 것 같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을 광주 작은아버지 댁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사촌오빠 책꽂이에 가득 꽂힌 전집 100권을 보면서 왠지 배가 부른 것 같은 든든함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도서관 수도 많고, 시설도 잘되어 있어 책을 읽고 싶으면 언제라도 도서관을
찾으면 된다. 세살배기 아이도 책을 좋아하고, 남편도 책을 좋아하는 덕에
우리 가족은 이사를 생각할 때도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지가 일순위가 될 정도이다.
<책 빌리러 왔어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돌쇠라는 아이를 통해 책을 빌려볼 수 있는
세책점의 이모저모를 재미나고 실감나는 그림과 더불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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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패라도 온 것일까? 아님 동네 잔치? 혹시 쌈구경?
모여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 걸 보니 재미난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어~ 여기 아저씨는 아내에게 끌려 나오네.
빈 지게를 지고 시장 구경을 가던 돌쇠의 발걸음도 그쪽으로 향했어.
아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서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돈을 받는
전기수(傳奇受)때문이었구나.
홍길동이 못된 양반들 걸 훔쳐다 배고픈 백성들에게 나눠 주는 대목이야.
앞부분을 듣지 못한 돌쇠는 이야기가 끝나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어.
앞부분만 다시 들려달라고 간청해 보는데 전기수 아저씨는 정 궁금하면 세책점에 가서
책을 빌려다 보래.
"세책점?"
아!! 돌쇠가 신이 나서 달리고 있어.
어디로? 당연히 세책점이지.
세책점 책은 모두 한글로 써 있어서 돌쇠도 읽을 수 있거든.
책이라는 깃발이 보여. 여기가 바로 세책점?
어라? 문 앞에 뭔가 붙어 있네.
홍길동전 뿐만 아니야. 전우치전, 흥부전, 춘향전...
재밌는 책이 많나봐.
와! 사방에 책이 빼곡해.
그런데 저기 책장에 무슨 그릇들이 보이네?
책방에 왠 그릇?
"찾는 책이 있느냐?"
"홍길동전이요."
"그래? 그럼, 먼저 담보를 보자."
"담보요?"
그릇은 담보 물건이었어.
책을 다 보고 가져와서 책 빌린 값을 내면 담보 물건을 돌려준데.
돈이 없는 돌쇠는 주인에게 통사정을 해보지.
"닷새 동안 나무를 해 드릴께요. 닷새째 되는 날에 책을 빌려 주세요"
주인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네.
"맹랑한 놈이로구나. 어디 두고 보자."
첫째 날, 둘째 날....돌쇠의 지게 좀 봐.
나뭇짐이 가득하지.
셋째 날 나무 한 짐 해다 주고 돌아가려는 때였어.
"나무는 더 이상 해 올 것 없다."
주인의 말에 돌쇠는 그만 털썩 주저앉아 버려.
"너, 세책점에서 일을 해 볼 생각은 없느냐?
청소하고 심부름할 사람이 필요해. 일을 열심히 하면 책을 빌려 주마."
주인은 돌쇠의 마음을 이해했나봐. 일자리까지 제안하네.
"예!"
싱글벙글 돌쇠 얼굴엔 웃음이 가득해.
세책점을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다니 꿈만 같았거든.
"물 좀 다오." 필사장이야.
물을 들고 간 돌쇠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구경했지.
필사쟁이의 청으로 돌쇠는 베껴 쓸 글을 불러줬어.
"덕분에 빨리 끝났다. 수고했다. 책 만드는 일을 좀 거들어 보겠느냐?"
"예!"
먼저 쉽게 찢어지지 않도록 종이 위에 들기름을 발라.
들기름이 마르면 종이를 반으로 접어 순서대로 올려놓고,
책 표지는 삼베로 잘 싸서 튼튼하게 만들어야 해.
그다음 포개어 놓은 종이 위에 표지를 덮고 구멍 다섯 개를 가지런히 뚫어.
가운데 구멍부터 끈으로 단단히 묶어야 해.
마지막으로 틀로 꽉 눌러 고정하면 된다.
그러면 책이 된 거야!
돌쇠는 주인의 심부름으로 사직동 세책점에 심부름을 가게 돼.
사직동 세책점은 대형 세책점인가 봐.
크기도 엄청나고 책도 엄청나.
드나드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네.
다음 날, 주인 아저씨는 돌쇠에게 서가 정리를 맡긴 후
외출을 하셔.
책들을 살피던 돌쇠는 홍길동전을 발견하고
단숨에 읽었지.
"계세요?"
손님이 왔어. 돌쇠가 혼자 맞는 첫 손님이야.
혹시 실수라도 할까 조마조마해.
손님한테 담보로 놋그릇을 받고 세책 장부에다
기록을 하고는 찾는 책을 가져다줬지.
아~ 뿌듯해.
일이 끝났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아저씨가 부르셔.
홍길동전을 꺼내 주며 오늘 밤에 읽고 내일 아침에 가져오래.
돌쇠는 씩 웃으며 전우치전을 꺼냈어.
"사실은 홍길동전을 다 봤으니 전우치전으로 가져가겠습니다."
"뭐라고?"
담뱃대를 휘두르는 주인 아저씨를 피해 얼른 달아나는 돌쇠.
세책점 주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네.
돌쇠는 나중에 무엇이 되었을까? 혹시 세책점 주인? ^^
뒷부분에 '한 걸음 더'라는 코너가 있다.
세책점의 여러가지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