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홍이와 숲에 갔어요.
날씨가 좋아서 집 뒤 공원에 갔다가
산책로가 있는 초안산을 조금 탔지요.
솔직히 소홍이와 공원엔 자주 가지만 
산을 타는 것은 처음이라서 걱정이 조금 되었어요.
신나게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힘들면 어쩌지 하는...

당.....연......히
소홍이는 입구부터 안아달라고 두 손을 내게 벌렸지요.

하지만

이 냉정한 어미는
거절했답니다. 푸풋

조금 올라가다 보니 여기저기 나무가 쓰러져 있는게 보였어요.
어?

뿌리채 뽑혀진 나무가 누워있고, 일부 길을 방해하는 나무들은
잘라 놓았더군요.
그런데 그 수가 너무 많았어요.
마치 벌목을 한 것처럼요.
누가 나무를 쓰러뜨렸을까요?
태풍 곤파스

하늘도 맑고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산길을 걷는데 
발이 착착 땅에 붙더군요.
아! 이 맛이야.

그런데 소홍
갑자기
발가락이 아프다고 합니다.
양말을 벗겨보았더니
엄지 발톱이 약간 부러졌네요.

으윽~~
할 수 없이 소홍을 업고 내려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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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빌리러 왔어요 역사 속 우리 이야기 달마루 5
오진원 글, 정승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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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나는 일주일에 5일 정도 아이와 함께 도서관과 마을문고를 찾는다.
고향이 섬이라서 어린시절 책을 맘껏 읽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학교에 다니면서 학급문고에 꽂힌 책들을 통해 허기를 달랠 수가 있었지만,
방학때가 되면 왠지 모를 허전함에 친구네 집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빌려다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던 것 같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을 광주 작은아버지 댁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사촌오빠 책꽂이에 가득 꽂힌 전집 100권을 보면서 왠지 배가 부른 것 같은 든든함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도서관 수도 많고, 시설도 잘되어 있어 책을 읽고 싶으면 언제라도 도서관을
찾으면 된다. 세살배기 아이도 책을 좋아하고, 남편도 책을 좋아하는 덕에
우리 가족은 이사를 생각할 때도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지가 일순위가 될 정도이다.

<책 빌리러 왔어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돌쇠라는 아이를 통해 책을 빌려볼 수 있는
세책점의 이모저모를 재미나고 실감나는 그림과 더불어 보여주고 있다.


****

남사당패라도 온 것일까? 아님 동네 잔치? 혹시 쌈구경?
모여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 걸 보니 재미난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어~ 여기 아저씨는 아내에게 끌려 나오네.

빈 지게를 지고 시장 구경을 가던 돌쇠의 발걸음도 그쪽으로 향했어.

아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서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돈을 받는
전기수(傳奇受)때문이었구나.
홍길동이 못된 양반들 걸 훔쳐다 배고픈 백성들에게 나눠 주는 대목이야.

앞부분을 듣지 못한 돌쇠는 이야기가 끝나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어.
앞부분만 다시 들려달라고 간청해 보는데 전기수 아저씨는 정 궁금하면 세책점에 가서
책을 빌려다 보래.

"세책점?"

아!! 돌쇠가 신이 나서 달리고 있어.
어디로? 당연히 세책점이지.

세책점 책은 모두 한글로 써 있어서 돌쇠도 읽을 수 있거든.

책이라는 깃발이 보여. 여기가 바로 세책점?
어라? 문 앞에 뭔가 붙어 있네.
홍길동전 뿐만 아니야. 전우치전, 흥부전, 춘향전...
재밌는 책이 많나봐.

와! 사방에 책이 빼곡해.
그런데 저기 책장에 무슨 그릇들이 보이네?
책방에 왠 그릇?

"찾는 책이 있느냐?"
"홍길동전이요."
"그래? 그럼, 먼저 담보를 보자."
"담보요?"

그릇은 담보 물건이었어.
책을 다 보고 가져와서 책 빌린 값을 내면 담보 물건을 돌려준데.

돈이 없는 돌쇠는 주인에게 통사정을 해보지.
"닷새 동안 나무를 해 드릴께요. 닷새째 되는 날에 책을 빌려 주세요"

주인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네.
"맹랑한 놈이로구나. 어디 두고 보자."

첫째 날, 둘째 날....돌쇠의 지게 좀 봐.
나뭇짐이 가득하지.
셋째 날 나무 한 짐 해다 주고 돌아가려는 때였어.

"나무는 더 이상 해 올 것 없다."
주인의 말에 돌쇠는 그만 털썩 주저앉아 버려.

"너, 세책점에서 일을 해 볼 생각은 없느냐?
청소하고 심부름할 사람이 필요해. 일을 열심히 하면 책을 빌려 주마."

주인은 돌쇠의 마음을 이해했나봐. 일자리까지 제안하네.

"예!"

싱글벙글 돌쇠 얼굴엔 웃음이 가득해.
세책점을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다니 꿈만 같았거든.

"물 좀 다오." 필사장이야.

물을 들고 간 돌쇠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구경했지.

필사쟁이의 청으로 돌쇠는 베껴 쓸 글을 불러줬어.

"덕분에 빨리 끝났다. 수고했다. 책 만드는 일을 좀 거들어 보겠느냐?"
"예!"

먼저 쉽게 찢어지지 않도록 종이 위에 들기름을 발라.
들기름이 마르면 종이를 반으로 접어 순서대로 올려놓고,
책 표지는 삼베로 잘 싸서 튼튼하게 만들어야 해.
그다음 포개어 놓은 종이 위에 표지를 덮고 구멍 다섯 개를 가지런히 뚫어.
가운데 구멍부터 끈으로 단단히 묶어야 해.
마지막으로 틀로 꽉 눌러 고정하면 된다.
그러면 책이 된 거야!

돌쇠는 주인의 심부름으로 사직동 세책점에 심부름을 가게 돼.

사직동 세책점은 대형 세책점인가 봐.
크기도 엄청나고 책도 엄청나.
드나드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네.

다음 날, 주인 아저씨는 돌쇠에게 서가 정리를 맡긴 후
외출을 하셔.
책들을 살피던 돌쇠는 홍길동전을 발견하고
단숨에 읽었지.

"계세요?"
손님이 왔어. 돌쇠가 혼자 맞는 첫 손님이야.
혹시 실수라도 할까 조마조마해.
손님한테 담보로 놋그릇을 받고 세책 장부에다
기록을 하고는 찾는 책을 가져다줬지.
아~ 뿌듯해.

일이 끝났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아저씨가 부르셔.
홍길동전을 꺼내 주며 오늘 밤에 읽고 내일 아침에 가져오래.
돌쇠는 씩 웃으며 전우치전을 꺼냈어.

"사실은 홍길동전을 다 봤으니 전우치전으로 가져가겠습니다."
"뭐라고?"

담뱃대를 휘두르는 주인 아저씨를 피해 얼른 달아나는 돌쇠.
세책점 주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네.

돌쇠는 나중에 무엇이 되었을까? 혹시 세책점 주인? ^^

뒷부분에 '한 걸음 더'라는 코너가 있다.
세책점의 여러가지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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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잎 클로버 찾기 동심원 12
김미희 동시, 권태향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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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요즘 심란한 일을 겪고 있다. 그 일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온전한 ’나’의 일이면서도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일이기도 하다. 노력을 해서 이루워지는 일이라면 최선의 노력을 다해볼 의지도 있지만 과연 노력을 해서 될 수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체념을 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행운이 찾아오길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그저 마음을 다독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생각을 하려고 동시집 <네 잎 클로버 찾기>를 들었다가 내 마음을 표현한 것 같은 시 한편을 만났다.




<네 잎 클로버 찾기>

반 친구들과 봄 들판에서
네 잎 클로버 찾기를 했다.

네 잎 클로버야 나오렴.
맛있는 거 사 줄께.
얼러도 보고

네 잎 클로버야 나와라.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윽박질러도 보지만
꼭꼭 숨은 행운의 네 잎

찾다가 찾다가 영우는
세 잎에 한 잎을 보태
네 잎을 만들었다.

그래, 행운은 만드는 거란다!
선생님 말씀
그날 우리 모두 찾았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



며칠 전 추석에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다. 수도권에 많은 비가 내려서 피해를 입은 가구들이 생겼다. 제법 날씨까지 쌀쌀해져서 그분들의 생활이 얼마나 힘에 부칠까 생각하니 짠해진다. 어려운 시간이 지나가서 그분들에게도 냉이, 꽃마리, 봄까지꽃들이 피어나 마음이 환해지길 바래본다.





<들꽃학교 출석 부르기>


겨울 방학 끝나고 선생님이
봄 반 출석을 불러요.

1번 냉이꽃
-냉랭한 겨울을 건너 제일 먼저 왔구나.
선생님이 칭찬했어요.
2번 꽃마리
-어딨니? 너무 쪼그매서 잘 보이지도 않네.
애들이 일어서서 꽃마리를 보려고 기웃거렸어요.
3번 주름잎
-벌써 할아버지 된 거니?
애들이 깔깔거려요.
4번 얼치기완두
-너, 우리 반 맞니?
선생님이 물었더니 봄 반 틀림없다네요.
5번 개불알풀
하하하! 애들이 막 웃었어요.
-아! 네 이름 봄까치꽃으로 바꿨구나.

별꽃.
꿩의바람꽃,
......
쥐오줌풀까지 다 불렀어요.

봄 반이 환해졌어요.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 아니라 농사꾼들의 마음에는 주름만 더 늘어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햇과실들을 마주하는 느낌이 다른 해와는 다르다. "참, 수고했다! " 라는 말 한마디 건네고 싶어진다. 내년에는 적당량의 비가 와서 가을 들녁이 알곡들로 가득하길 빌어본다.



<까불지 마>

할머니가 키로
보리를 까분다.

거푸거푸 까불까불
가벼이 들까부는 녀석들은

냉큼 키 밖으로
쫓겨난다.

묵직하게 듬직하게
자리를 지킨 알곡들만
키 안쪽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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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먹을까? - 동물의 먹이 네버랜드 생태 그림책 3
우테 퇴니센 그림, 모니카 랑에 글, 조국현 옮김, 박시룡 감수 / 시공주니어 / 2004년 6월
구판절판


오늘 하루 무엇을 먹었나? 아침엔 밥과 반찬. 점심엔 추석 송편과 과일들..
저녁엔 피자와 과일...그리고 후식으로 월병을 먹었다.
그 사이 사이에 주전부리도 했고... 하루를 돌이켜 보니 갖가지 것들을 먹은 것 같다.
누군가가 왜 그렇게 먹냐? 라고 묻는다면? 그냥...먹고 싶으니까 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굳이 살기 위해서라는 당연한 대답을 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생명체는 무언가 먹어야 생존을 지속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밥을 먹는다.
그게 밥이든, 빵이든, 생선이나 고기 혹은 아주 달콤한 케잌이든...
그렇다면 동물들은 무얼 먹지?

여기 닥스훈트가 있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사료와 뼈다귀를 먹고 있다.
먹이는 이빨로 잘게 부순 후 침으로 축축하게 만들어 위로 보낸다.
그리고 장으로 밀려가고 장벽에 있는 혈관 속에서는 피가 영양 물질을 빨아들여서 몸의 곳곳으로 보낸다.
쓰고 남은 것은 항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개든 사람이든 너무 많이 먹으면 뚱뚱해진다는 사실!

불곰은 무엇이든지 먹는다. 토끼나 노루 같은 동물도 사냥하고, 연어 사냥도 한다.
늙은 나무 그루터기에서 통통한 벌레를 찾아 먹기도 하고, 벌들을 쫓아내고 꿀을 먹기도 한다. 음, 맛있어!
곰은 여름에 먹이를 많이 먹어 둔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지방이 필요하다.
겨울잠을 자는 겨울엔 아무것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사냥을 하는 동물들이 나왔다.
사자나 호랑이, 늑대 같은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을 먹고 산다.
독수리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토끼나 자고새를 찾고 있고,
까마귀는 동물들이 저절로 죽기를 기다리거나 늑대가 먹고 남긴 것을 먹는다.
잠자리는 빠르게 파리와 모기를 사냥하고, 뒤쥐는 벌레를 잡아 먹는다.
토끼는 풀과 꽃만 먹는다.

식물을 먹는 동물들이다.
덩치가 큰 코끼리와 기린이 동물을 잡아 먹을 것 같은데 나뭇잎을 먹는다니 의외다.
얼룩말은 하루 종일 풀을 뜯는다고 한다.

나무 딸기를 먹고 있는 동물들이 보인다.
방금 딸기를 먹은 여우가 싼 똥 속에 나무 딸기 씨가 들어 있다.
그 씨앗은 지렁이가 만든 좋은 흙 속에서 싹을 틔운다.
지렁이는 나무 딸기의 잎이 땅에 떨어지면 그 잎을 먹는다.
여우는 아무런 먹잇감도 찾지 못할 때 지렁이도 먹는다.
이렇게 서로 먹고 먹히면서 자연은 순환하고 있다.

가위개미다.
모두 닮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크기와 역할이 다르다.
일개미는 정원사개미에게 잎사귀를 건네주고, 정원사개미는 잎사귀를 잘게 씹어 가루를 만든다.
잎사귀 가루에서 버섯이 자라고, 모든 개미들이 그 버섯을 먹고 산다.

모기, 벼룩, 빈대, 이의 공통점은?
바로 사람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동물들이다.

박쥐는 벌레나 열매를 먹는다.
과일만 먹는 과일박쥐, 수염박쥐, 검은토끼박쥐, 문둥이박쥐,
관박쥐 등 박쥐의 종류도 다양하다.

어미젖을 먹고 있는 새끼 침팬지가 보인다.
어미 침팬지는 새끼에게 젖도 먹이지만 생존에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을
새끼에게 알려준다. 이 그림을 보니 내 아이에게 젖물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흰긴수염고래다.
덩치가 커서 큰 물고기를 잡아 먹을 것 같은데,
아주 작은 새우 종류를 먹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세끼를 먹는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거미는 자주 먹이를 먹지 않아도 된다. 먹이가 걸릴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
통째로 가젤을 삼킨 뱀은 3개월 뒤에야 배고 고플 것이다.
작은 벌새는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면서 꽃에서 달콤한 꿀을 빨아 먹는다.

사람들도 먹이를 저장해 놓지만, 많은 동물들도 먹이를 저장해 놓기도 한다.
겨울에는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저장해 놓은 먹이로 겨울을 난다.
이렇게 동물들은 자기의 식성에 맞게 다양한 것들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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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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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이 최규석의 팬인것 같다.
그 분의 블로그에 갔다가 최규석이란 분을 알게 되었고,
왜 그리 열광하는지 궁금해서 작품들을 찾아보았다.
제일 먼저 읽은 책이 바로 <대한민국 원주민>이다.
표지만 봐서는 전혀 만화책의 느낌이 없다.
오히려 사회과학 관련 책일 것 같다.

저자 프로필 사진을 보니 남자답게 시원스레 생겼다.
'책머리에'를 살펴보니 그냥 재미위주의 만화가 아닌 것 같다. 잠깐 소개해 본다.

'... 전통사회의 바닥에 깔려 있다가 느닷없이 닥쳐온 파도에 밀려 끝없이 떠돌아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갑자기, 그리고 너무 늦게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마치 물 마른 강바닥에서 소용도 없는 아가미를 꿈벅대는 물고기처럼 미처 제 삶의 방식을 손볼 겨를도 없이 허우적대야 했던 사람들. 그들을 키웠던 곳은 흔적을 찾을 수 없이 자취를 감추었고 그들의 일상이었던 것들은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되어버린 사람들. 나는 그들을 '대한민국 원주민'이라고 이름 붙였다.'

표제에 대한 설명이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등장인물을 살펴보니 가족의 이야기인 것 같다.

'어디에나 있다'

빌딩이 있는 도시의 자투리 땅에 할머니가 채소를 심고 있다.
옥수수나무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젊은이들은 공원 풀밭에서 앉아 있는데 할머니는 쑥을 캐나 보다.
"하이갸~ 곱다야~"

몇년 전 봄, 남편과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한 적이 있다. 천변을 걷다보니 끝까지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 어떤 50대 부부가 호미로 돌무더기와 쓰레기를 치우고 계셨다. 뭘하시나 보니 그 버려진 작은 땅을 밭으로 만들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저렇게 오염된 땅에 채소를 심으면 그 채소는 온전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품었던 것 같다. 뒷산에 갔더니 이번엔 여러 분들이 산 중턱에 호미로 개간을 하시고 계셨다. 중간에 '경작 금지'라는 푯말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그때 남편과 '우리도 호미들고 올까?'하며 웃었는데 땅에서 뭔가 가꿔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땅만 보면 뭔가를 키우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것 같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그야말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란 것을 알게 되었다.
소제목이 있고 두페이지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이 난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나와 내 이웃의 어린시절 이야기이다.

어린시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엄마는 장사를 나가면서 8살짜리
아이에게 동생을 딸려서 학교에 보낸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고 결국
계란볶음밥을 한가득 볶아주고는 방안에 아이를 둔 채 문을 잠갔다고 한다.
결국 엄마는 다시 돌아와 우는 아이를 업고 고갯길을 넘었다고 한다.

어른이 된 작가는 어느 새벽 그때의 일이 생각나서 소리내어 운다.
아흐~~ 가슴이 애려~~

'변하는 건 없다(한미 FTA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이 부분은 읽고 이해를 못해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했다. 남편은 읽더니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다시 읽고 나서야 이해를 했다는...
미국쇠고기 문제로 2007년 참으로 떠들썩 했다. 그때 나도 만삭의 몸으로 청계천과 서울광장을 찾았었다. 미국쇠고기뿐만 아니라 한미 FTA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서 세계의 흐름이 그렇다고 말하지만 나는 글쎄 그런 말들에 박수를 보낼 수 없다. 대기업 살리자고 농산물 내주고, 중소기업 망하게 되면 대기업에게는 여러모로 유리하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벼랑끝에 몰리게 될 것이다. 언제 위정자들이 서민들 생각한 적 있었던가. 문제는 서민들이 정신 차려서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나서야 되는데 정신줄 놓고 위정자들의 말을 그대로 읊어대는 모습엔 기가 차기도 한다.

'국가는 왠만해선 망하지 않는다. 언제나 망하는 개인이 있고, 그 비율이 많거나 적거나 할 뿐이다.'

'장녀 3'

여성상위시대라는 말이 있다. 여성들의 지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여성이 남성보다 지위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 나도 직장생활 십년이 넘게 해보았는데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낮다. 하지만 우리 어렸을 적엔 어땠는가. 아들에겐 따뜻한 쌀밥 주고 딸은 아들의 따뜻한 밥을 짓는 역할을 했다. 작가의 집도 그랬나 보다. 이 땅의 많은 장녀들이여! 이제는 결혼해서 자식을 키우고 있을 그대들, 자신의 자식들은 평등하게 키우시길...

중간 중간, 작가는 등장인물인 가족들과 그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을 빌어 적어 놓았다. 성인이 된 현재의 모습을 스케치해서 그려놓았다.

'출세'

참 재미나게 읽은 대목이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형의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서울을 다녀오신 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친척집에서 묵게 된 부모님은 빈손으로 가기가 그래서 식빵을 사로 갔는데 식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림을 보면서 눈물나게 웃었다.

'뭐 크다 큰 비료 푸대 같은 데 똑 보로꾸(시멘트 블록) 겉이 생긴 기 질따람 하니 들어 있는 기라.'

'원주민'

마지막 이야기다. 서울로 상경해서 노인이 된 부모님은 마당을 남새밭으로 만들고, 베란다는 고추 말리는 데 쓰고, 시멘트 기둥에는 직접 거둔 콩으로 쑨 메주들을 달아 놓으신다.

앞으로 30년쯤 후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우리도 저런 모습일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 우리는 땅을 잊어가고 있다.
시멘트에 갇혀 있다보니 땅의 소중함과 생명력에 대한 기억은 그저 유년시절을
회상할때나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최규석이란 작가는 정말 리얼리스트다.
요즘 우리들을 보면 남에게 없어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있어’ 보일려고 치장을 한다. 그런 우리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라고 말하는 것도 같다. 나였다면... .어쩌면 감추고 싶었을지도 모를 기억이었을 텐데 그 모습도 그에겐 값진 삶이었나 보다. 아마도 그건 그가 자신의 가족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조금은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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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9-24 21:32   좋아요 0 | URL
이제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셨으면
87년 6월 항쟁을 다룬 '100도씨'를 보시지요!^^
최규석의 작품을 하나씩 찾아 읽다보면 저절로 그의 팬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