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아빠 백점 엄마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동심원 14
이장근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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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만년 초록빛깔일 것만 같던 나뭇잎들도 노랑색, 빨강색, 또는 여러 색깔을 섞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가끔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줄로 착각하고 지낼 때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새로운 모습과 빛나는 순간들을 경험할 때가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아이들이야말로 언어술사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메말라버린 감성을 원망하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곤 하는데 동시를 읽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이다. 

동시는 시와는 달리 어린이가 주된 독자로 시와 그림, 그리고 주제까지도 전달한다. 간결하면서도 쉽고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여 어린이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기도 하고, 내면을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요즘은 동시를 쓰는 시인들도 많아지고, 동시집을 내는 출판사도 늘어나는 것 같은데 이는 환영할 만하다. 오늘은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동시집인 <빵점 아빠 백점 엄마>를 읽어 보았다.  ’푸른책들’  출판사는 푸른문학상을 제정하여 해마다 새로운 시인과 작가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빵점 아빠 백점 엄마>는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부문에 당선된 시들로 다섯 명의 시인이 빚어낸 다양한 동시를 맛볼 수 있었다. 다섯 시인들의 시를 하나씩 소개해 본다.




친구와 싸우고 선생님께 불려가 억지로 손을 잡고 교문까지 걸어가는 상황이 눈 앞에 보는 듯 하다. 얼마나 미웠으면 그림자를 툭 쳤을까. 그림자 싸움은 결국 그림자 놀이가 되고 킬킬거리며 웃는 모습에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그림자 싸움>

                                이장근


병태와 싸워서 
선생님께 불려 간 날
억지로 손을 잡게 하고
교문 나갈 때까지
절대 놓지 말라고 하셨다

오늘따라 교문은 멀고
병태는 밉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그림자가 먼저 간다

나는 그림자 손으로 
병태의 그림자를 툭 쳤다
병태도 그걸 봤는지
그림자 발로
내 그림자를 툭 찬다

그림자가 싸운다
그림자가 엉킨다
그림자가 춤춘다
그림자가  킬킬거린다




절로 웃음이 나는 시다. 꼬꼬댁을 고지댁 할머니와 연결하여 재미난 상황이 벌어졌다.


<꼬꼬댁>

                                 이정인

앞집 할머니가
우리 집 마당을 들어서며
고지댁, 고지댁!
할머니를 부르니까

마당에서
흙을 파헤치며 놀던 닭이
저 부르는 줄 알고

꼬꼬댁, 꼬꼬댁!

저는 고지댁이 아니라
꼬꼬댁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앞집 할머니를 쳐다본다.





조금 슬프면서도 할머니의 심정에 공감한다. 우리 부모님도 고향에 과일나무를 심어 놓고 철철이 보내주시는데 당신들이 세상을 뜨게 되면 일년에 한 두번 올까말까하는 자식들이 과연 내려올까 하는 말씀을 지나가듯 하신다. 뜨끔하다.


<과일나무가 부른다>


                                김현숙

알밤이 떨어진다고
대추가 나무에서 마른다고
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오면

서울 고모
마산 큰아버지
대구에 사는 우리
상주 할머니 집에 다 모인다

할머니 돌아가시면
고향 찾을 일 없을 거라고
집 뒷산에 과일나무를
심어 놓은 할머니

오늘은 
홍시가 제맛이라고
또 전화를 하셨다.




작은 씨앗 속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꽃씨 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씨앗을 품고 있고, 자신의 생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을 때 경이로움을 느낀다.



<꽃씨>

                                안오일

꽃씨는 알까요?
아주 조그마한 자기 몸이
딱딱한 땅을
뚫게 되리란 걸

꽃씨는 알까요?
아주 조그마한 자기 몸이
세상을 물들이는 꽃이 되리란 걸

꽃씨는 알까요?
정말 정말 조그마한 자기 몸이
꽁꽁 닫힌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주는
열쇠가 되리란 걸




어린시절 김장을 하는 날이면 엄마 곁에 앉아서 막 담은 김치를 얻어 먹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세월이 흘러 나도 엄마가 되었지만 김치를 담아 본 적이 없어서 내 아이에게 이런 경험은 아마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세사을 살다보면 꼭 돈만이 아니라 추억이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서투르지만 아이가 좀 더 자라면 많지는 않더라도 김치를 담아보고 싶다. 더불어 매년 김장을 담아 보내주시는 엄마의 정성이 너무도 감사하다.


<김치 담그는 날>

                                오지연

쓰윽쓱 양념을 칠하시는
엄마 손도 빨갛고
버무려진 배추들도 빨갛고

한 포기 두 포기
배추김치가 차곡차곡 쌓여 갈수록

코 훌쩍이며 소매로 땀 훔치시던
엄마 볼도 빨갛고
찔끔찔끔 맛보던
내 혓바닥도 빨갛다.

하아, 하아
부엌은 온통 불바다
연기처럼 매운 고추 냄새가 
온 집안을 포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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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과 사이먼 베틀북 그림책 90
바바라 매클린톡 지음, 문주선 옮김 / 베틀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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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아이들 뒤로 에펠탑이 보이는 것처럼 이 그림책의 배경이 되는 도시는 프랑스 파리다.
페이지를 넘겨 보면 첫장에 지도가 있는데 1907년의 파리의 시가지라고 한다.
친절하게도 지도에 아델과 사이먼의 이동경로가 표시되어 있고 사이먼이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가 표기되어 있다.

그냥 쭉 넘겨 보면서 여기는 어딜까, 또 여기는 어디지?
프랑스의 명소 같은 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만큼, 사실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그림들은
1907년의 파리 곳곳의 전경과 명소들, 사람들의 옷차림과 시장에서 파는 물건들을 통해서
그 시대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위의 정경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네프 다리 북쪽에서 바라본 시내의 모습이다.
지붕에 붉은 깃발들이 걸린 건물은 '사마리텐 백화점'이다.



수업이 끝났나보다.
아델이 학교 앞에서 동생 사이먼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사이먼의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
사이먼은 스웨터를 입고,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를 두리고, 모자를 쓰고, 장갑을 꼈다.
가방을 메고, 가방에는 크레용을 넣고, 한 손에는 책을, 다른 손에는 고양이 그림을 들었다.
앞으로 사이먼은 곳곳에서 물건을 잃어버리고 독자들은 그 물건들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떠들썩한 소리가 들여올 것 같은 파리의 구시가지에 있는 시장이다.
이 책의 작가 매클린톡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도미에(Honore Daumier)의 그림과
20세기 사진작가 아제(Eugene Atget)의 사진을 보고 사람들을 그렸다고 한다.
어떤 물건들을 파는지 찬찬히 살펴보게 하는 이 장면에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사이먼은 고양이 그림을 잃어버린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멋스러운 이곳은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안에 있는 '파리식물원'이다. 1635년에 왕립 약초식물원으로 문을 열었고, 1793년에 박물관으로 새로 단장했다고 한다.

사이먼은 책은 어디 있을까?

공룡 뼈가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있는 '고생물학실'이다.
1898년에 만들어진 이 전시실은 철제 건축물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저기 공룡 이빨에 걸린 노란 목도리...

지하철 '생 미셸 역'이다.
사이먼이 아델에게 장갑 한 짝 못 봤냐고 묻는다. 음~~

뤽상부르 궁전에 딸린 '뤽상부르 공원'이다. 야외 인형극장이 보인다.
그런데 사이먼 장갑 한 짝을 마저 잃어버렸다나.
친구들이 모두 사이먼의 장갑을 찾고 있는데 사이먼은 신나게 다른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

빰빠라바! 둥둥둥!
'프랑스공화국위병대악단'이 시가행진 중이다.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 안에 있는 전시실 중의 하나다.
여기서도 사이먼은 크레용을 잃어버린다.

루브르 박물관 맞은 편에 있는 맛있는 케이크과 빵이 가득한 이 곳은
'카도르'라는 이름의 카페다.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사이먼은 여기서 무얼 잃었을까?

<노틀담의 곱추>라는 소설로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인다. 아치와 뾰족한 탑이 많은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성당 앞 광장에선 곡예사들이 저글링을 하고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도 곡예사를 따라하며 재미있어 한다.

사이먼이 고양이를 안고 서 있는 집은 '로앙의 안뜰'이라 불리는 뜰이다.
루앙 대주교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으로 17세기에 만들어졌는데
지금도 그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단다.

학교를 파하고 여러 곳을 돌고 이제 집으로 돌아온 아델과 사이먼.
엄마는 사이먼에게 물건들이 다 어디 있느냐고 묻고
바로 그때,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데...

우아! 사이먼이 잃어버린 물건들이다!

물건을 잃어버리고도 전혀 걱정없는 천하태평인 사이먼.
누나가 잔소리를 하기도 전에 얼른 잠들어 버린다.^^

이 그림책은 단순히 파리의 명소만을 소개한 것은 아니다.
아델과 사이먼 남매를 통해 곳곳으로 옮겨가는 즐거움과 사이먼이 잃어버린 물건들이
어디 있을까 찾아보면서 이곳 저곳을 살펴보게 하는 주문을 걸어 놓았다.
그래서 그림책의 곳곳에 눈길을 주게 되며, 숨은 그림 찾기를 통해 다음 페이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게 한다.
맨 뒷장에 각 페이지의 장소와 자세한 설명을 통해 파리로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

이 그림책은 나만 좋아한게 아니라 21개월된 우리 아이도 무척 좋아한다.
특히 강아지나 고양이를 많이 볼 수 있고, 자연사박물관의 공룡뼈들을 가리키며 '네네'(좋아서 내는 소리)거린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위병대악단의 시가지 행진장면이다.
큰 북, 작은 북, 트럼본 등의 소리를 흉내내면서 들려줬더니 하나 하나 가르키면서
계속 소리내어 주길 원하며, 은근히 엄마를 놀려먹는 즐거움도 느끼는 것 같다.

아델과 사이먼 남매를 보면서 사이먼과 같은 남동생을 둔 아델이 안쓰럽기도 하고, 또 엄마처럼 잔소리하는 장면이 귀엽기도 했다. 사이먼의 무사태평이 좀 얄밉기도 했지만, 결말에 모든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들고 사이먼을 찾아오는 장면에선 한 사람 한 사람 어디에서 만났는지 다시 설명해 줄 수 있는 구성이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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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야 2010-10-23 23:37   좋아요 0 | URL
와우.. 이거 정말 그림이 섬세한데요? 저도 이거 보고 싶지 말입니다.. ^^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어제 책이 왔다.
그동안 최대 4권까지 받았는데 이번엔 왠지 더 두툼하다.
얼른 뜯어보았더니 6권!

책들도 다양하다.
그림책부터 저학년, 청소년물까지....
최근에 수상한 푸른문학상 작품도 두 권이나 들어 있어서 기쁘게 읽고 있는 중이다.

푸른책들 출판사는 신간평가단을 타 출판사보다 더 챙기는 것 같다.
나는 올해 상반기 신간평가단이었는데 그 기간이 끝나고도 
우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 마흔명 내외가 활동중인 것 같다.
담당자님은 각각의 사람에 맞게 
아이들의 월령에 맞게 책을 다르게 보내주신다고 한다.

그러러면 회원들의 신상을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하고,
일일이 책을 선별해서 보내야 하니 아마도 수고로움이 더할 것이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푸른책들에 더 애착이 간다.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12,500원 → 11,250원(10%할인) / 마일리지 62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0년 10월 21일에 저장

거울은 거짓말쟁이 (문고판)
강숙인 지음, 김미정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6,800원 → 6,120원(10%할인) / 마일리지 34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0년 10월 21일에 저장

빵점 아빠 백점 엄마-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이장근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12,500원 → 11,250원(10%할인) / 마일리지 62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0년 10월 21일에 저장

외톨이-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0년 10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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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야 2010-10-2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사옵니다.... 다른 블로그에서도 푸른책들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늘 부러워만 하고 있죠..
저도 유아동, 청소년 도서 꽤 좋아하는뎅... 이런 거 보면 늘 부럽부럽.

음... 도서관 길고양이. 제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제일 먼저 그 책에 눈이 가는군요.. ^^
 
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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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외톨이>와 <캐모마일 차 마실래?> 그리고 역대 수상작가 초대작으로 문부일 작가의 <한파주의보>를 모아놓은 앤솔러지다.

김인해님의 <외톨이>는 현대인의 하루 앞날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성, ’너희’와 ’우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삶의 실존적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생 시욱이는 같은 반 친구인 키다리 재민이에게 호감 이상으로 끌린다. 아주 멋있고, 나와는 다르게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는 키다리. 여자친구 보다도 키다리 재민이만 있으면 든든했다. 밤을 세워가며 문자질을 주고 받으며 진한 우정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 늘상 붙어다니던 이들은 어느날 특별활동을 같이 하지 않음으로서 관계는 삐그덕거리게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좋은’ 친구였는데 오늘은 ’배신자’다. 서로 주고 받았던 비밀은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비수가 되고, 상황은 점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치 혼잡한 출근길 지하철을 탔을 때처럼 사람들에 밀려서 목적지가 아닌 정류장에 내리게 되거나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는 상황처럼 친구들에 의해서 억지로 떠밀려지게 된다.  

내용중에 시욱이의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다. 밤새워 가며 일하던 회사는 아빠가 필요없다고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시욱이의 아빠는 복귀를 외치는 시위를 하러간다. 시욱이와 시욱이 아버지처럼 사람간의 관계는 변화무쌍하다. 모두의 관계가 어쩌면 이해득실에 의해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은 외톨이가 되어버린 게 아닌지...


이주현님의 <캐모마일 차 마실래?>는 진정한 나눔에 관한 이야기다. 봉사활동 점수를 받기 위해 복지관을 방문한 석이는 그곳에서 왕재수 지연이를 만난다. 자신의 봉사활동을 방해하는 지연이가 석이에겐 눈엣가시다. 석이에게도 점수를 받기 위해 하는 봉사가 그리 달가울리가 없다. 생김새도 이상한 복지관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두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서툴고 경직되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가는 걸 느끼게 된다. 연주회를 준비하는 왕재수 지연이를 도우면서 비로소 지연이와 서먹하던 관계도 부드러워지고, 지연이의 마음도 이해하게 된다. 결국 나눔이란 목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누는 행위로 인해 닫혀있는 마음이 열린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문부일님의 <한파주의보>는 새어머니를 두게 된 진오의 양가감정과 가족이란 좋은 모습만이 아닌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진오는 아버지가 재혼을 하면서 새어머니와 닭살 행동을 하는 것이 마뜩찮다. 그렇다고 아빠의 행복을 원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왠지 섭섭한 감정도 든다. 이들은 한파주의보로 인해 수도배관이 얼어서 물이 나오지 않은 날을 보내게 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서로의 추레한 모습에 오히려 인간미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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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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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여러 가지 다양하면서도 재미있는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육을 먹는 사례에서부터 그 유명한 철학자 벤담이 아직도 미이라가 되어 의결권만 행사하지 못할뿐이지 아직도 그를 기리는 연례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래서 특히 사례들을 중심으로 아주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저자가 관광명승지를 감상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관광가이드처럼 '정의'와 '도덕'을 밝혀나가는 방법과 수단에 대해서만 객관적으로 소개 하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가서 공동선이요 연대요 하면서 그냥 그저 그런 도덕수필 수준으로 미끄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런 저런 화려한 철학자들의 이름도 내걸고 재미있는 사례들도 많이 소개 했지만, 결론은 '가족이 중요하다',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참여하고 봉사하자' 등등등의 어디서나 줏어들을 수 있는 무난하고 익숙한 공익광고 수준으로 내려앉아 버린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결론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셈인데... 사실 내가 생각해 보아도 현대 미국사회의 정의와 도덕의 문제에 대해서는 별 뾰족한 답이 없다.

2년전쯤에 들은 이야기로는 미국사회에서도 상류층과 지식인층에서는 사교육 열풍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대학과 전공으로 아이들을 밀어넣어야 장래가 보장된다는 얘기로 이해하였었다. 

개척정신? 부모와 자녀의 독립성? 자유와 기회의 평등? 뭐.. 그런건 지금도 미국 학교 교과서에는 몇 줄의 문구로 남아있을 지 몰라도,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현실과 교과서 문구와의 괴리는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미국사회가 스스로 붕괴하고 전세계의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도 기정사실인것 같고.. 다만 그 계기와 시기가 어떻게 되느냐만 문제인 것 같다.

 이 책은 상류층으로 편입되기를 원하는 아이들이, 장차 여러 모로 부딛히게 되는 정의와 도덕 논란에서 어떻게 하면 그럴듯하게 자기 꼬리를 감추고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훈련으로서는 유용할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서 하루하루가 먹고 살아가기에 바쁜 사람들에게는 진열장 건너편에서 반짝이는 보석들처럼 그냥 멋있게 보이기만 할 뿐인 것 같다.

나 자신에게도 사회의 정의가 어떻게 되는지, 도덕이 어떻게 되는지는 주관심사가 아니고.. 그것 보다는 부동산 시세가 얼마나 더 미끄러질지, 언제쯤이면 좀 더 큰 평수의 전세로 전세금을 떼일 염려없이 들어갈 수 있을지, 하는 것들이 '정의'와 '도덕' 보다는 훨씬 훨씬 더 중요한 관심사이다.

장래에 우리 아이도 이런 복잡다단한 문제에 대하여 흥미와 관심을 갖고 자기도 어떻게 해서든 상류층에 한 발 걸치고 싶어할지는 모르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황새 쫓아가고 싶어서 길지도 않은 다리를 늘이려고 애쓰기 보다는, 그럴 시간에 짜장면이나 매운탕 한 그릇이라도 더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연구해서 나중에 분식집이라도 하나 차려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렇게 그저 먹고 숨쉬면서 살아남는 것, 그게 우리 가족의 정의이고 도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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