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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ㅣ I LOVE 그림책
캐드린 브라운 그림, 신시아 라일런트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1월
평점 :
이 그림책을 보고 나서 우리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칠순을 넘기셨고 어머니는 칠순을 바라보시는 연세인지라 내색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영원한 이별을 할 시기가 가까워 옴을 느낀다. 물론 그 언젠가가 앞으로 30년 이후가 되길 몹시도 바라지만 말이다.
시부모님도 근래에 갑자기 자신들의 묘자리를 알아보시고 계신다. 수목장을 하고 싶은데 그런 곳은 쉬이 찾기 어렵고, 자녀들이 찾아오기 쉬운 곳, 교통이 편리한 곳을 찾고 계신다. 주말마다 시댁에 가는데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어쩔 줄을 모르겠다. 육십대가 지나면서 육체적으로 변화가 오는 것을 당신네가 느끼시는지라 양가 부모님의 이런 변화에 대해 자녀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사실 난감하다.
얼마전에는 내가 사는 아파트가 노후가 되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그중 하나가 엘리베이터 문제인데 매일같이 사고가 나는 것을 불안하게 바라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서명을 받으러 다닌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것은 젊은이들은 문도 안 열어주고, 자신들의 일인데도 무관심했다. 그에 반해 어르신들은 굳이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면서 낯선 사람에 대해서도 경계하지 않고 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의 한 집에선 노부부가 사셨는데 연세에 비해 제법 정정하셨다. 자식들은 모두 멀리 살아서 외롭다며 다시 또 놀러오라며 자리를 떠야하는 우리 부부에게 아쉬움을 표하는 모습에 그냥 울컥했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외로워지는 법인가 보다. 빈둥지마냥 모두 떠나버린 그 자리에 홀로 존재하면서 언제 올지 모를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삶. 모든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늙음인데 노년의 삶이 좀 더 즐겁고, 활기차게 보내는 방법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사설이 길어졌는데 이 책의 할머니도 친구들이 모두세상을 떠나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자신보다도 오래 남을 물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곤 한다. 할머니에게 어느날 강아지가 찾아온다. 할머니는 강아지가 자신보다 오래 살 것 같지 않아서 밀어내려고 하지만 날마다 강아지는 찾아오고 어느새 강아지는 어엿한 개로 자라난다. 그러던 어느날 강아지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할머니는 이 강아지를 찾아 돌아다닌다. 결국엔 떠돌이 개들을 보호하는 사육장에 가서 그 개를 찾고 럭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할머니의 외로움, 럭키의 외로움 각각의 외로움이 만나서 사랑으로 바뀌는 장면이 너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