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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네 한솥밥 ㅣ 이야기 보물창고 19
백석 글, 이영림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4월
평점 :
가끔 잠자리에 누워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나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의 한 대목이 떠오르곤 한다.
어촌마을이라 마을주민 모두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데, 그 중에서 작지만 논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모내기를 하는 날은 아침부터 온 가족이 모내기하는 집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모내기하는 집에선 김치를 새로 담고, 맛있는 반찬에 수수밥을 지어 이웃 사람들에게 아침을 대접하곤 했었다. 그런날이면 나는 너무너무 신이 났다. 마당에 멍석을 펴고 여러사람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광경은 정말 행복 그 이상의 기쁨을 주었고, 밥맛도 꿀맛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모내기하는 곳으로 가서 어른들 모심는 모습도 구경하고 맨발로 젖은 논길을 달려다니며 친구들과 깔깔거려가며 장난치고 놀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작은 논에서 벼를 얼마나 수확했을까 싶기도 하다.
백석의 <개리네 한솥밥>은 동화모임에서 다룬 적이 있었다. 백석은 북에서 활동을 해서 작품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많은 작품들이 출판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1957년에 북한에서 출간된 동화시집『집게네 네 형제』에 수록된 작품중 하나이다. 동화시는 이야기를 운율이 있는 ’시’의 형식으로 담은 것이다. 백석의 동시집을 살펴보면 우화형식의 시가 많은데 이 시도 그러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마음 착한 개구리가 쌀 한 말을 얻으러 형을 찾아 길을 나섰다가 위험에 처한 여러 생물들을 만나게 된다. 발 다친 소시랑게 고쳐주고, 길잃은 방아다리 길 가리켜 주고, 구멍에 빠진 소똥굴이 끌어내 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 내준다. 그러다 형네 집에 저문 시각에 도착한다. 쌀 대신 벼 한 말 얻어서 지고 오는 길은 밤중인데다 길은 멀고 벼는 무거워 개구리는 길가에 주저앉고 만다. 그때 개구리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개똥벌레가 나타나 불을 밝혀주고, 무거운 볏가마는 하늘소가 져다 준다. 소똥이 쌓인 길은 소똥굴이가 치워주고, 벼는 방아다리가 나타나 방아를 찧어주고 그 쌀로 소시랑게가 밥을 지어준다. 이들은 한밤중에 모두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는다.
동화시라서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반복되는 운율이 지루하지 않고 리듬을 느끼게 한다. 개구리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들 중에서 다음엔 누가 나올지 예측할 수 있게 역순으로 나타나 도움을 갚는 것도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백미는 모두 모두 모여서 밥을 먹는 장면이다. 보통 한솥밥을 나눠 먹는 관계는 가족이다. 여기서 한솥밥을 나눠 먹는 장면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과정을 통해 가족에 버금가는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서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서 어려움을 당하면 손걷어 부치고 도왔고 경사가 있으면 이웃과 더불어 나눌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였다.
덥적덥적, 뿌구국, 디퍽피퍽, 허더허덕, 비르륵, 풀룩풀룩 .....등의 의성어와 의태어도 정감있고, 50년 전에 나왔던 시인데도 지금 읽어도 구태스럽지가 않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작품을 이미 본 적이 있어서 그림을 주로 비교해보기도 했다. 특히 22개월된 아이가 이 책을 받자마자 차근차근 넘기면서 그림에 푹 빠지는 모습때문에 이 책에 더 애정이 생긴다.
나도 저 개구리처럼 정감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