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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명탐정 네이트 ㅣ 이야기 보물창고 18
마조리 W. 샤맷 지음, 신형건 옮김, 마르크 시몽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집 아가는 탐정이다.
쌀튀밥을 먹을 때도 하나 하나 집어서 찬찬히 들여다 본 다음에 먹는다. 엄마가 새로운 반찬을 먹일라치면, 일단 뒤로 물러나서 그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노려본다. 한 숟가락 먹자고 하여도 도리질을 치다가 엄마 아빠가 먹는 것을 보고 나서야 겨우 다가와 한 입 먹어본다. 혀로 굴리고 이로 깨물어 보고 간신히 한 입 삼키고 나서야 두 눈을 반짝이며 판결을 내려준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응응" 거리며 이건 맛있는 거라고 명쾌한 해답을 내려준다.
우리집 아가는 명탐정이다.
엄마가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문득 열쇠꾸러미가 없어진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 우리집 아가에게 의뢰를 한다. "아가야, 엄마 열쇠 어쨌지?" 그러면 우리집 아가는 명탐정 답게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쪼르르 몇 번 왔다갔다 한 후에, 온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우고 한 손으로는 열쇠 꾸러미를 흔들며 엄마 앞으로 달려온다. 열쇠만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교통카드도 찾아내고, 치약과 칫솔도 찾아낸다. 우리집 아가가 찾아내지 못할, 해결하지 못할 사건이란 없다.
우리집 아가는 진짜 탐정이다.
아무리 졸리고 피곤해도 그냥 자는 법이 없다. 누워서 엄마의 찌찌가 어디로 갔는지 이곳 저곳을 집요하게 헤집어 놓는다. 아무리 두꺼운 옷으로 겹겹이 숨겨 놓아도 우리집 아가의 추적의 손길을 피할 수는 없다.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때에도 문득문득 두 손을 뻗어 엄마의 가슴을 확인 하고서야 마음을 놓는다. 이런 우리 아가의 감시망을 빠져나갈 방법이란 없다.
꼬마 탐정 네이트가 우리집 아가 탐정을 만나면 이렇게 말을 할 것이다.
"안녕? 나는 꼬마 탐정 네이트야, 나한테 뭔가 사건을 의뢰할 것 없니?"
"응, 그러니? 사실은 나도 아기 탐정이야. 그러니까 너한테 맡길만한 사건이란 없어. 그렇지만 지금까지 네가 해결했던 사건들의 이야기는 듣고 싶군. 왜냐하면 나는 아직 아기니까 너처럼 많이 돌아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지는 못했으니까 말이야"
그러면 아마도 네이트는 우리집 아가를 옆에 앉혀 놓고 팬케이크를 먹으며 신나게 무용담을 들려줄 것 같다.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말이다.